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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는다. 오로지 그를 위해 불살라진 회색 지면은, 연일 이삭에 매달린 쭉정이와 채 다 크지도 못한 열매를 입에 올린다. 마른 저수지, 애굽의 해충조차 꺼리는 흉작. 미물조차 등 돌리게 만드는 가난한 가을. 고개를 넘지 못하고 고개 숙이는 이삭이 몇 줄기일까. 끓는 물에, 오래 묵은 좁쌀과 소금을 넣는다. 충분치 못한 양식, 금주의 마지막 반 줌은 물을...
"제 방에 창문을 열어두고 왔는데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어요." 곤란함이라곤 여태 머리카락에 스며든 빗방울만큼도 없어 보이는 낯으로 잔잔히 말함에, 노에는 소리 없이 웃음을 흘렸다. 턱을 괴고 나란히 앉아, 경계근무를 서는 것인지 아니면 농땡이를 피우는 것인지. 마냥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간격도 길게 늘어진다. 그래도 괜찮은 것...
제국은 평화롭다. 시장에서 누가 싸울 수도 있고, 그릇을 부수거나 입간판이 넘어지거나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트릴 수도 있지만. 그건 아주 일상적인 소란이고 그런 작은 소란조차 일어나지 않는 건 오히려 평화롭지 못한 것이다. 이 나라는 정말 '잘 굴러가고' 있다. 바퀴가 네 개 달린 수레처럼. 노에는 새벽같이 출근하는 가족 둘을 배웅하고 등교해야 하는 가족...
비가 온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였다. '소나기라는 게 그렇지.' 망루에 서서 멀리 내다보는 거리에서는 예고도 없이 내린 비에 행인들이 우왕좌왕한다. 어느 잡화점에선가는 이때다 싶었는지 우산을 내놓는다. 대번에 인파가 그곳으로 몰린다. 잽싸게 고쳐쓴 가격표가 적나라함에도, 당장에 옷과 머리가 젖는 것보다는 낫다는 거겠지. 노에는 더 멀리, 눈에 잘 보이지 ...
오전 근무와 짧은 자율 훈련을 알차게 끝내고 동백관의 샤워실에서 말끔하게 씻기까지 한 노에는 발걸음도 가볍게 훈련장으로 향했다. 또 훈련이냐고? 그러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지만 오후 근무까지 채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훈련은 가능하면 긴 시간, 충분히 여유를 두고 하고싶다. 노에가 훈련장으로 향하는 건 훈련용 창을 손보기 위해서였다. 쾰르아 제국 황실...
대 쾰르아 제국 왕성기사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자, 노에 맬서스는 제국의 머리이자 심장이신 위대한 아스테리카 1세 앞에서 다음과 같이 선서한다. 황족을 제외한, 황실 인사들을 위해 지어진 숙소(동백궁이라는 기깔나는 이름도 있다.)는 왕성 밖 성벽 안쪽에 위치해있다. 명백히 황제의 안뜰이지만 지나치게 가깝지 않으면서도 긴급한 부름에는 즉각 응할 수 있는 거리....
행성 두 개 만큼 먼 불덩이의 일방적인 은혜가 내리는 바싹 마른 양지와, 사람의 손으로 얼기설기 드리운 나무 발 아래 음지를 본다. 뚜렷한 음영이다. 첩첩산중, 사람의 발이 드물게만 닿는 곳에 있는 개울처럼 찬 손을 덮고 매미 우는 소리를 듣는다. 시나, 소설이나, 르포를 쓴다는 이들이 한 자리씩 차지한, 담배연기와 고뇌와 한숨으로 찬 카페의 테라스에서. ...
늦은 비가 내린다. 장마는 멀찌감치 물러간 지 오래건만. 튀는 기름처럼 변덕스러운 비에 비명이 울린다. 감색 양복의 신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처마 아래로 숨어들고 마님이 하인을 재촉해 우산장수를 찾으라 하는 양을 본다. 휴가철이라. 거리엔 호수와 바다와 계곡에 가려는 이들이 쇼핑을 나와있었고, 그네들을 따르는 하인이 그보다 몇 배는 더 우글거렸고, 가게들은 ...
'안녕, 엘리야. 나는 소영노야. 영노 누나라고 불러." 검고 긴 머리카락, 너무 하얘서 창백한 얼굴, 살며시 웃는 입매. 빈민가에서 데려온 아이라는 태가 나서는 안 된다며 며칠이나 혹독하게 몰아쳐지던 때, 드물게 주어진 쉬는시간에 찾아온 사촌누이를 본 어린마음은 불편하게 술렁였다. 다섯살과 열살. 둘 다 어차피 어린애였는데도, 곧게 편 허리와 옷에 죄어진...
오컬트를 믿지 않는다. 종교도 없다. 과학을 신봉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하면, 경험한 뒤에는 믿겠느냐고? 글쎄. 그런 경험은 으레, 지나고 나면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헷갈리기 마련이 아닐까. 결국은 믿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상한 경험을 했다. 불과 두 주 전의 일이다. 애인은 지킬과 하이드처럼 서로 다른 행동을 하며 이상하게 변했...
얼레벌레 키퍼와 ORPG 경험이라고는 앤오님이 엄청 상냥하게 키퍼링 해준 소프트 시날밖에 없는 얼레벌레 플레이어의 갑자기 분위기 호러(그리고 혼돈) 시나리오 후기. 시작은 키퍼/라이터(※10년지기 앤오)의 카톡이었습니다. -내가 시날을 쓰면, 같이 플레이 해줄래...?(물론 이렇게 수줍진 않았음 얼레벌레 플레이어지만, 키퍼가 어떤 스토리를 좋아하는지 알지만...
해가 점차로 길어지며 낮의 그림자는 짧아진다. 하늘이 열기를 품는 계절이 다가온다. 뭇 나날이 그러하지만, 여름은 가난을 사정없이 죈다. 더위는 무섭도록 공명정대하다. 습기와 동상이 그러하듯이, 자연의 이빨은 사방을 균등하게 베어문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황금으로 된 갑옷이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오로지 하나의 몸이 있을 뿐이다. 단지 하나의 몸으로는 이겨내지 ...
그가 맨 처음 마주한 것은 마술사의 오연한 시선도 전장의 공기도 아닌, 그저 모래바람이었다. 현신하여 보구까지 사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마력이 몸 속을 휘돌고 있음에도 그의 현신을 요청한 이는 없다. 양 손을 검 손잡이 위에 얹고 가만히 모래바람을 응시하던 핀은 이 상황과 흡사한 기록을 떠올렸다. "또 다시, 골치아픈 일에 말려든 듯하군." 인기가 많아도 ...
어쩌다 운이 맞으면, 하나같이 부지런한 성미들 답잖게 아침부터가 느긋하다. 평소보다 한 시간은 늦은 때에, 고작해야 수 분 차이로 일어나서 눈곱을 떼고 이부자리를 착착 개어놓는다. 낡은 장롱이 한 명 분 늘어난 이불의 무게를 어찌하지 못하고 나사를 삐걱대다가도 문을 닫으면 잠잠해진다. 자고 공부하는 좁다란 공간 바로 옆에 난 문으로 나가 주인네가 볼 일 없...
※해당 글에는 폭풍우에 의한 좌초, 사망, 부상, 유혈(간접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사항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열람을 재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Rowing the boat of fate, the waves hit us one after another That's also a wonderful trip Everything is a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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