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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의 이사가 끝났다. 쏟아지던 여름의 해가 뉘엿거리며 떨어질 때쯤, 마리아는 마지막으로 공방에서 옮긴 짐들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종탑을 넘어가는 햇살이 창을 지나 집 안을 비췄다. 턱을 조금 올려 시선을 높이면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이 보인다. 편안한 표정 속에 흐르는 애정이 충만하다. 푸른 눈이 저무는 햇살에 비춰 눈부시게 빛났다. 그래, 당신이 ...
일어났을 때는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이미 집 안을 밝히고 있었다.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을의 찬 공기로 거리를 쓸고 다녔다. 이불 하나 덮지 않은 맨 몸에 걸쳐진 그의 팔을 들어 조심스럽게 내려두었다. 고요한 새벽 공기 사이로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진 손을 더듬에 제 손을 잡는 그를 보며 마리아는 작게 웃으며 어느새 제 집처럼 익숙해진 그의...
멕시코 만을 낀 이 항구 도시는 그리 작은 곳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 거리를 걸으면 빈집 투성이인 항구 마을의 골목에서, 내달리는 발걸음 하나가 낡은 집으로 들어섰다. “마리아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 너 이 똥강아지, 어딜 또 다녀온 거야?” “아, 할머니, 그런 게 있다니까……” “삼촌한테 이야기 안 할 거지? 사실, 저기 절벽...
마주친 얼굴은 표정의 찡그림도 없어서. "좋아해." 나 안좋아하는 것도 알아. 그래도 한번쯤은 이기적이고 싶어서, 안 하면 또 후회할 것 같아서. 처음에는 어딘가 위태로운 그 행동들이 그저 계속 신경쓰였다. 이후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의 아픔이 아팠다. 부서진 강철의 잔해 앞에 서고 나서야 선명해진 감정을 마주했다. 아. 나는 또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닫...
앤 마리 왓슨. 나는 어릴 때부터 '마리' 라고 불리는 걸 더 좋아했다. 누군가가 이유를 물으면 나는, "그냥, 그게 더 나랑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라고 대답했다. 처음부터 그랬다. 마치 오래 써 온 이름처럼 '마리' 가 내겐 더 익숙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저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도심을 벗어나는 버스 안에서 나는 심드렁하게 창 밖을 보았다....
유언자 마리아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 2106년 4월 6일생 주소 -F. (공방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두번째 블록 세번째 집.) 나 마리아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 첫째. 내가 진행하던 모든 작업물들은 공방의 친구들에게 남은 작업을 부탁한다. 또한, 이 수익은 전부 공방 공동의 것으로 해 주기 바란다. 떠나는 길에 일을 맡겨 미안하다는 ...
꺼지지 않는 공방의 등 아래로 거친 손들은 고요히 서두르며 테이블 위를 누빈다. 방 전체를 밝히기보단 오직 그들이 보아야 할 것들만을 비추고 있는 전등은 마치 그들의 시선과도 같았다. 장갑을 낀 손은 철판을 자르고, 거친 흉터로 갈라진 손은 나사를 조인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풀무소리. 그 소음을 넘어 닿으려는 장인들의 고함소리. 그들...
꿈을 꾸었다. 거대한 검은 손이 우리를 짓누르는 꿈. 그 거대한 절망의 꿈 속에서, 꿈 속의 우리들은 질긴 목숨을 붙들고 아무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악착같이 맞서는 그들의 삶이 내게 더한 절망을 주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이 스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허공을 젓는 듯한 허무. 그 자리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엇을 하더라도...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것은 예견된 일인가. 당신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가. 왜 다들 사라질 듯이 구는가. 답이 없는, 어쩌면 이미 나온 이 질문을 그저 반복한다. 우린 어디를 향하고 있지. 난, 내 할 일을 하고 있는가? 괜찮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해왔다. 내 자리에서 나의 일을 지키고.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의...
그저 그냥 좋은 사람들이 잘 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당신처럼. 그저 남을 해치지 않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애정으로 채우고, 종종 내 자리를 비워 타인을 돌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길 바랄 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이 망할 장벽의 사람들아. 이 멍청한 과거의 인간들아. “마리아! 이것 좀 봐!” “훌...
삶에서 혼자인 시간이 그렇게나 길어도, 사람과 이야기하던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 한순간이라 할 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순간이 좋은 순간이든, 나쁜 순간이든. 시간의 흐름이란 그렇게도 무자비하고 공평하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다. 이 망해가는 세상에서, 때로 바보같을 정도로 사람의 가치를, 선의를 믿...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그것은 긴 코트를 펄럭이며 빙글거리더니 소파에 기대 누웠다. 눈을 감은 채 샴페인 잔을 빙글거리더니 아주 그리운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입을 열어 말했다. “그 눈.” “아름다운 그 눈. 아주 잔혹하게 번들거리는 그 눈, 사랑스러운 그 눈!” 꿈꾸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 얼굴이 익숙한 듯 낯설었다. 어디서 본 사람 같지만 아무도 모...
낡은 여관방에 들어간 소파는 이미 낡은 것이었다. 낡은 여관방에 새로 들어간 소파는 이미 낡은 것이었다. 안경을 쓴 마법사는 스프링이 오래되었다고 말했다. 소파를 들고 들어온 검은 머리의 검사는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소파 안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일인용 소파는 그에게 딱 들어맞았다. 짙은 청색의 광목에 파묻힌 젊은 검사에게 마법사가 무언가를 던졌다...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그만한 아이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젊고, 스스럼없는 검은 머리의 청년은 그 나이 지긋한 마법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심지어 마법사마저 그를 야, 너, 가끔은 네놈이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술을 사고, 웃고, 함께 걸었다. 그들이 묵는 여관 주인은, “그 영감이 그놈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지.” 라는 말과 함께 초보 모험가들의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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