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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밥이었다. 은규는 까만 뚝배기에 담긴 뽀얀 국물을 내려다보며 못내 한숨을 내쉬었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만 음식들은 도무지 취향이 아니었다. 두 끼 연속으로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설렁탕? 이게 최선이야? 확실해?" 국밥류를 좋아하지 않기는 패트릭도 마찬가지였다. 수저를 들기도 전에 불만부터 쏟아내는 모양이 아니꼬왔다. "식기 전에 얼른 먹기나 해."...
"ㅇ, 왜 여기 계십니까?" 은규는 적잖이 놀란 것처럼 보였다. 누가 할 소리를. 제현은 열리지 않는 문과 씨름하던 것도 잊고 코웃음을 쳤다. "그건 내가 물을 말이죠. 중위님이야말로 여기서 뭐 하세요?" "...휴가 나왔습니다." "휴가?" 영 믿지 않는 눈치였다. 이를 어쩌나. 은규는 난감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그마치 반 년만의 휴가였다. 연령군은...
"엄마, 아들 왔다." 병실 문을 당겨 여는 손끝이 시렸다.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제현은 애써 날씨에 탓을 돌렸다. 니 우예 지금 왔노. 어머니는 적잖이 놀란 것처럼 보였다. "내일 아버지캉 누나캉 같이 오는 줄 알았는데." "...그냥. 엄마 보고 싶어가 먼저 왔다." "그래도 집에 먼저 가야 안 되겠나." 제현은 대답 대신 외투를 ...
스물셋이었다. 평생 우러러보고 또 두려워하다, 종내에는 감사하고 원망하며 미워할 남자를 만났을 때의 나이가 그랬다. 그녀는 대관령 산골에서 나고 자랐다. 놀랍도록 아무것도 없는 동네였다. 지척의 설홍궁 때문에 관광도 개발도 모두 막힌 그녀의 고향은 서서히 죽어갔다. 일회적인 보상금은 무엇도 살리지 못했다. 지키지도, 늦추지도 못했다. 커다란 별장은 우악스러...
안녕하세요, 윤파인입니다. 오늘은 조금 아쉬운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몇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코리안 프린스>는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아요ㅠㅅㅠ 기간은 두 달 정도? 따뜻한 3월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코리안 프린스> 29화는 2023년 3월 12일 일요일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벌써 1월이 절반이나 지나갔으니 두 달 조금 못 되...
훤은 시키는 대로 일어나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제현은 큰 조각들은 손으로 집어 쓰레받이 위에 올려놓고, 나머지 것들은 빗자루로 꼼꼼히 쓸어 없앴다. 훤은 그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제현은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식당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놓고 나와 훤 앞에 섰다. 응, 없어. 훤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잘 봐. 진짜 없어? ...
낮은 의자가 픽, 넘어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누가 좀 나가 봐. 웅성거리는 소리가 순식간에 주변을 가득 메웠다. 제현의 귀에 들려온 것은 오케이 사인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었다. 고개를 쭉 빼고 내다보니 훤은 현관 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제각각 돌아다니던 소리들이 한 곳에 쏠렸다. 상황과 눈치를 살피느라 데룩거리던 눈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제현을...
...그래서 오늘 밤에 잠깐 올라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망설이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새해를 여는 수많은 의례들보다 제현을 살피는 게 먼저라는 듯이, 은규는 그렇게 담담하고 당당했다. 당연히,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신년의례보다야 제현이 먼저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어딘가 불편하고 께름칙한 기분을 느낀 것은 금을 설득하는 데에 ...
언어로 표현하기 전에는 명확해지지 않는다. 은규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그랬다. 언어로 빚어내 입 밖으로 꺼내기 전까지는 베일에 가린 듯 흐릿했다. ...그럼 당신이 다칠 테니까. 말을 하고 나서야 명확해졌다. 왜 이제껏 알리지 못했는지, 그리고 왜 알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아님 뭐, 나 좋아해요? 꼭 스스로의 언어일 필요는 없었다. ...
그 날은 달이 밝았다. 날이 맑았는지는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날은 달이 밝았다. "뭐냐,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은 건 보신각에서였다. 한 해가 30분 가량 남아 있었고, 제야의 종 타종 행사 때문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훤은 목을 꽉 죄는 넥타이를 조금 헐겁게 풀고 휴대폰 게임을 하고...
"무슨 일이십니까?" 문 너머의 상대는 말이 없었다. 찰나의 고요가 아득했다.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워졌을 때쯤, 은규는 문을 열어젖혔다. 놀란 얼굴이었다. 픽, 웃음이 나왔다. 새벽부터 사람을 놀래킨 게 누군데, 왜 제가 그런 얼굴을 한단 말인가. 한동안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은규가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묻고 싶은 것을 삼켜내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온종일 눈이 내렸다. 눈은 소리가 없었다. 빗줄기는 창문을 때렸지만, 눈송이는 살포시 붙었다가 녹아내렸다. 어릴 때는 눈이 소리없이 내린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책을 읽다 그런 묘사를 보면 비소를 짓곤 했다. 현실감 없는 묘사에 흥미를 잃고 책장을 덮는 순간에도 빗소리는 요란했다. 제현이 생각하기에 비는 물이고 눈은 덩어리였다. 물이 저렇게 시끄럽게 떨어지...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큰일이 생긴 줄 알았다. 쭈삣대며 몇 번이나 망설이기에, 마디마디가 여러 번 끊어진 숨이 헐떡이는 것처럼 느껴져서, 정말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 무슨 일이세요? 습관처럼 눈꼬리를 둥글리면서도, 제현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게, 저... 내일이 저희 중위님 생일인데," "지, 은규 중...
해가 막 기울기 시작한 경복궁은 고요했다. 형들은 아무도 자리에 없었다. 연말이라 무슨 자선행사에 갔다고 했다. 이럴 거면서 뭐 하러 제례 전날 내려오라고 한 거야. 훤은 댓돌에 신을 벗어두고 툇마루로 올라서면서 툴툴거렸다. 선원전(璿源殿)이었다. 옥구슬 선(璿)에 근원 원(源), 오래도록 줄줄이 이어져 온 옥구슬의 뿌리라는 뜻이었다. 왕실에서는 사람이 ...
복귀하고 싶다. 시도때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회동에서, 그리고 설홍궁에서도, 은규는 자주 같은 문장을 되뇌었다. 복귀하고 싶다. 연령군은 까다로운 상전이었다. 경복궁에 있는 국왕도 깐깐하기는 매한가지였으나, 그래도 국왕의 질책에는 이유가 있었다. 매 순간 내리는 판단과 그로 말미암은 행동의 결과가 대략적이나마 그려졌다. 모두가 공유하는 원칙과 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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