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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복귀(?)하는 중년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활약상을 담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 <이별의 수법>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좋아하지 않아요. 아니, 익숙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네요.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첫째, 소개글만 봐서는 하드보일드 탐정물로 여겨지지 않았고, 둘째는, 네, 저 표지 때문입니다. 저 표...
전업작가로 살겠다는 목표를 접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솔직히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의심도 있었습니다. 나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그냥 너무 지쳤던 게 아닐까, 그래서 자존감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내가 정말 지친 건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고른 책,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과부하에...
병원에서의 나날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루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위해 문병을 일부러 거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현 씨의 문병마저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가 내 목숨을 구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애희의 소식이 궁금했고 그는 그것을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
너무나 태연한 대답에, 나는 두 번이나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야 말을 이을 수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구의동 화재도…?” “네. 그리고 고아원도요. 전부 제가 한 일이에요.” “어째서 그런 짓을?” “모두들 절 싫어했으니까요.” 애희의 미소가 더 이상 태울 것이 없는 성냥불빛처럼 꺼져 들어갔다. “어른들은 모두 똑같아요. 절 때리고 욕했어요. 싫다는 ...
“다행입니다.”라고, 정현 씨는 말했다. 그러나 애희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전하는 그의 얼굴은 조금도 다행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애희는 고모 집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간 것일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짓누르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멀고 힘이 들었다. 걸어서 간 것도 아니고 차로 가는데도 그랬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나는 ...
지난 한국소설 턴에서 다루었던 '우주라이크 소설'의 두 번째 감상 시간입니다. 우주라이크 소설은 리디북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프로젝트로, 개인적으로 단편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이런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꾸준히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브릿지에도 좋은 단편들이 많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저쪽도 둘러봐주시길. 그럼, 시작합니다. 1. 검은 절...
“뭐야, 무슨 일이야 여보?” 복도 저 편에서 땅딸막한 중년 남자 하나가 걸어왔다. 눈 옆에는 흉터가 있었고 각진 턱에는 수염이 까칠하게 나 있었다. 그는 알록달록한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소매를 걷어 근육이 도드라진 팔을 내놓고 있었다. “여보. 이년 좀 어떻게 해 봐. 나 참 웃기지도 않아. 우리 애희를 지 애인양 내놔라 마라...
나는 횡성으로 가는 동안 애희에게 엄마의 죽음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던 것 같다. 애매하게 말하는 것은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애희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나였으니까. 그나마 확연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애희의 모습이었다. 놀이터 모래밭 한 귀퉁이에 난 말라비틀어진 들풀...
“참, 선생님. 왜 지난번에 저한테 거짓말 하셨어요?” “거, 거짓말이라니?” “지난번 선물로 준 인형요! 선생님 거짓말쟁이. 그래도 좋아요. 선생님 사랑해요.” “인형이라니... 대체 무슨 얘기니?” “세라 말이에요!” 애희는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나왔을 때에는 인형을 들고 있었다. “세라 공주예요. 이름 제가 지었어요. 저는 에이미...
엉망이 된 생일파티 이후, 나는 한동안 애희 엄마와 마주치지 않았다. 혹은 애희 엄마가 나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 되었든 나는 애희가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애희는 다소 풀이 죽은 상태였다. 애희는 생일 파티가 그렇게 된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애희 엄마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진실은 아버지 하나만 두었으나 거짓말은 수천 명의 사내가 낳는 사생아로서 여기저기 곳곳에서 태어난다." - 토머스 데커(1606) "인류 문명의 가장 두드러진 모순은, 말로는 진실을 그 무엇보다 숭상하면서 실제로는 철저히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 빌햐울뮈르 스테파운손, 오류탐험(1936) 중. "거짓말은 좀비와 같다. 절대 죽지 않고, 사람의 뇌를 노린다...
“첫 번째는, 오늘 저와 했던 대화에 대해 아무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말씀드렸듯이 박화영 씨가 범인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니까요. 반대로 박화영 씨가 범인이 맞다면 더 문제겠죠.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불안을 느낀 나머지 잠적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거라면 자신이 있었다. 이미 나는 입 가벼운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많은 교훈을 얻은 상태였다. “두 ...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게 될 사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묶인 인연의 빨간 실이 실제로 보인다면 사람들의 커다란 고민거리 중 하나가 금방 해결될 수 있으리라. 아니면 반대로 커다란 고민거리 하나를 만들어 버리던가. 나는 후자였을 것 같다. 그이를 만났을 때가 하필이면 첫사랑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잃어버린 직후였기 때문에?...
히지리야마 칸나라는 젊은 여성이 아버지를 식칼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임상심리사인 마카베 유키(나)는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칸나와 인터뷰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키는 칸나의 뒤틀린 과거사에 대해 알게 되며 점점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고, 결국 칸나가 자아를 찾고 재판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돕습니다. 또한 동시에 유키 역시 과거의 상처들과 ...
최근 극성인 좀도둑의 짓이라고, 경찰은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증거는 없었지만, 나는 이번 도난 사건이 애희 엄마가 꾸민 짓이 아닐까 의심했다. 좀도둑질은 어디까지나 가장이며, 원 목적은 나를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애희 엄마가 차에 타라고 한 뒤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던 것은 도둑이 훔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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