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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 그게 바로 1980년대의 미스터리야." 대중문화평론가 현수빈은 어렸을 적 자신이 살았던 다가구 주택 '라일락 하우스'에 관한 칼럼을 신문 연재하던 중 전직 경찰 고영두와 만나게 됩니다. 영두는 30년 전 라일락 하우스에서 일어났던 문간방 총각 조영달의 연탄가스 사고사에 의혹을 갖고 있었고, 그에 묘한 호기심을 느낀 수빈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
기르는 고양이가 갑자기 아파서 정신이 없네요. 처음엔 특발성 방광염+요로결석이었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하루 지나면서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현재 입원 중입니다. 심한 탈수 증상 때문에 수액 주사 맞고 있는데 잔뜩 겁에 질려 격리장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미어지네요. 아직 여덟 살 밖에 안 됐고 엊그제만 해도 건강하게 ...
장르소설작가들, 그중에서도 여성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 <여자가 쓴 괴물들>입니다. 고딕소설, 호러소설, 사변소설의 대가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참고적으로 읽어볼 책과 드라마까지 친절하게 짚어주는 이 책은, 얼마나 여성작가가 남성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알려지지 않았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음, 이 책...
거품경제 시절 잘 나갔으나 지금은 초라한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축가 아오세 미노루 앞에 어느 날 한 부부가 나타납니다. 요시노 부부는 아오세가 만든 집에 반했다며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며 거액의 의뢰를 제시하고, 그 말은 아오세의 꺼져가던 예술혼에 기름을 붓습니다. 아오세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Y주택를 본 요시노 부부는 감격할 만큼 좋...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어.’ 플로렌의 결의는 살의로, 이어서 마력으로 변했다. 심장이 뜨거워지면서 몸속의 피가 빠르게 끓어오르는 듯한 감각이 전해졌다. 혈관의 구석구석까지 채워진 열기가 그녀의 의지에 따라 손에 모였다. 왼 손가락과 오른 손가락이 닿을락말락한 거리를 유지한 채 꽃잎처럼 펼쳐졌다. 그 꽃잎의 말단이 하얗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간극 사이로 번...
“요즘 마족들이 꽤 설치고 다녀서 말이지.” 겔라르디의 대답은 조금 늦었다. “종자들에게 무장을 시키지 않고서야 안심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게다가 밤거리는 위험하지 않나.” “그 말은 노스렌의 경비를 책임지는 오스왈트 경에게 큰 실례로군요. 감히 주제도 모르고 왕을 겁박하려는 작자들만 없다면 노스렌은 안전해요.” “별 것도 아닌 일을 갖고 난리를 치는 천...
버터핑거 가문의 이름을 이은 자들은 종종 ‘소젖이 아니면 흥분하지 않는 놈들’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니콜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지만(사실 그보다 더 심한 말을 듣곤 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맥없이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버터핑거 영지는 아름다운 경치와 왕에게 바치는 버터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유별날 것이 없었고, 니콜라 자신은 그보다 더 평범했기에. 그...
바리스탄은 어린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아진 손을 잠시 바라보다 짧아진 팔다리를 툭툭 쳤다. 마지막으로 볼을 쓰다듬던 그는 수염도 주름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꿈속에 있음을 확신했다. ‘꿈을 꾸는 것도 오랜만이군.’ 등 뒤에서 불어온 산들바람이 발아래 언덕을 훑고 내려갔다. 바람은 언덕 아래 호수에 다다라 물결로 바뀌며 호수가 거울처럼 비...
밤은 플로렌의 것이었다. 적어도 노스렌 성 안에서만은 그렇다고, 플로렌은 굳게 믿고 있었다. 공주의 침소에서 중앙 홀을 지나 왕궁 지하의 비밀 장소로 이어지는 길에는 어찌된 일인지 불침번의 사각이 존재했다. 평화로운 시기가 계속되어 경계심이 누그러진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경비대를 모아 경을 칠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노스렌 성 경비병의 수를 줄인 ...
플로렌은 자신의 이름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그 이름이 노스렌 성 앞뜰에 외로이 서 있는 은사시나무에서 비롯되었음을, 플로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은사시나무가 백 년 만에 꽃을 피운 날에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도. 플로렌은 창문 너머 이브라실에 초점을 맞췄다. 300년이나 된 신목이지만 인간의 나이로 치면 이제 청년인 셈이었다. 어디까지나 노스...
유럽 중세를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생애를 통해 중세 사회사를 풀어낸 책, <중세의 사람들>입니다. 최근 고딕풍 판타지에 가까운 배경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웜업하는 기분으로 골라봤네요. 시기적으로는 로마의 쇠락 이후에서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황제에서부터 여염집 부인까지 다양한 삶의 양태를 담아낸 이 책은 중세의 디테일을 이해하는 데 아주...
문득 호러가 땡겨서 집어든 책, <괴이한 미스터리 : 괴담편>입니다.(미스터리에 '괴담'을 포함시키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괴담 또는 괴이라고 하면 빨간 마후라나 홍콩할매보다 트와일라잇 존부터 떠올리곤 하는데, 몇몇 에피소드는 딱 한 번 봤을 뿐인데도 인상이 깊게 남아 내용을 머릿속에 거의 고스란히 그릴 수 있을 정도예요...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는 국가를 잘 통치할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과 정당을 국민이 선택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중략)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악하거나 무능하거나 또는 둘 다인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대중이 선거 자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잃게 되면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교묘한 위선으로 잘 무장한 최악의 인물이 달콤하지만 실현할 수 없는 ...
이야기는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 테레사 클라크가 병원에서 깨어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칼에 찔렸고 진통제 때문에 정신은 몽롱한데, 사랑하는 아들 제이미는 실종되고 그 일을 꾸몄을 거라고 짐작되는 여인 셸리는 마치 친구처럼 행동하며 그녀 곁에 있습니다. 서두부터 독자의 멱살을 확 잡아채는 이 소설은, 그 시점에서 약 두 달 전으로 돌아...
이전 포스팅에서 한 달 정도 다른 작업을 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는데 한 주 정도 일찍 복귀하게 됐네요. 그 이유가 이 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 말하면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죠. 네, 저 코로나 당했습니다. 격리 해제 후 한 주나 지났는데, 여전히 기침은 간헐적으로 나오고 조금만 무리해도 숨이 차네요. 약간의 무력감도 있고 뭔가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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