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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게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10초 동안 공기를 삼키고 다시 10초를 뱉고. 그러고나면 눈을 떠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직시해라,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 도움이 많이 된 방법이다. 욱하고 난폭하기만 했던 성정이 상황을 가릴 수 있게 된 건 이 덕이니까. 어떤 위험한 ...
'반항은 한 순간 한 순간마다 세계를 재고할 대상으로 문제 삼는다. 위험이 인간에게 반항해야 할 유일무이한 기회를 제공하듯이, 형이상학적 반항은 경험 전반에 의식을 펼쳐놓는다. 반항은 인간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현존함을 뜻한다.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中 기억이 혼재한다. 몇 살 때인지, 어떤 계절이었는지, 무슨 자격이 있는 꽃이 피고, 무슨 꽃이...
톡톡- 만년필에서 흘러나온 잉크와 그 흔적이 남아있는 양장본 노트. 그것을 일정한 속도로 두드리는 소리. 이내 그 소리가 멈추고 잠시 정적인가 싶을 때 다시 작게 울린다. 김 빠진 듯 새어나온 낮은 웃음소리가. '무의식, 불안, 충동, 이성, 제어, 탈선. 감정, 자각, 격발. -에 의한 방어기제.' 툭툭 다시, 노트를 천천히 두드린다. …누가 누구한테 정...
"..." 정신차려보니 보이는 건 빨간, 아니. 빨갛다 못해 검붉은 무언가. 이게 빛인지 어둠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아 한동안 눈만 깜빡였다. 사실 이게 눈을 뜨긴 한 건가 싶기도 했다. 떴다고 떴는데도 감은 것과 별 다를 게 없어 분간이 되지 않았으니까. 한동안 무의미한 깜빡임을 지속하다 눈꺼풀의 감각이 이상해져 갈 때쯤에야 눈가에 뭔가 감겨 씌워져 있다...
“넌 여기 오기 전까지 뭐 했는데.” 그날 윤기는 알아챌 수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민이 저에게 미안함, 혹은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갈수록 제 감정에 혼란스러워 보이던 그 모습을 보고 비로소 확신했다. 좀 심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워 보이던 지민의 얼굴과 그 뒤로 남준과 자신이 뭐라 하든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내 어영부영 자...
"형." "어. 왜 지민아." "오늘도 그 양아ㅊ-, 아니, 그 남자 보러 가요?" 내 질문에 형은 뭘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말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이곤 그대로 나를 지나쳤다.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손엔 그 사람에게 줄 간단한 아침이 들린 채였다. …나도 아직 밥 안 먹었는데.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막 문고리를 잡아 돌리려던 형이 멈칫하더니...
“저, 윤기야…” "...” 옛날 윤기는 거침없는 사람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있는 모습. 그야말로 시원시원한 성격 그 자체였다. 물론 좋게 말해 그런거지, 남들이 보는 윤기는 조금, 아니 꽤 많이 더 극단적인 편이었다. 일단 곁에 있으면 그가 사람의 면전에 대고 쌍욕을 하거나 대놓고 개무시하는 것을 ...
[trigger warning] 본 시리즈 글은 유해 요소가 포함된, 윤리의식을 잠시 접어둔 글입니다. 감상에 주의해주세요. 언제더라. 꽤 오래전, 창밖에 몸을 내던졌을 때가 떠올랐다. 주저 없이 허공에 발을 내디뎌 몸을 맡긴 순간 귓가를 가르던 섬뜩한 바람 소리와 아래쪽에서 울려 퍼지던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 이내 바닥에 처박혀 썩은 나뭇가지마냥 ...
본 시리즈 글에는 기본적으로 욕설, 유혈, 살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점 주의해서 감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왜 죽였어요?” 드물게 윤기의 눈썹이 움찔했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어둡다 못해 캄캄한 공간 안에 나지막이 울렸다. 얼마나 어두운지, 방의 사각지대는 어둠에 집어 삼켜진 지 오래였다. 물론 이 곳에도 빛이란 게 있긴 했...
자, 여러분! 마침내 철수개화가 완결이 났습니다!!! 후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일단 절 포함한 여러분에게 박수부터 쳐주고 싶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짝짝짝 연재일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철수개화는 4월에 처음 쓰기 시작해서 7월인 지금까지 삼개월에 걸쳐 연재한 글인데요...! 처음 쓰는 글이라 미숙한 티 팍팍 내면서 불안정하게 달려왔음...
"근데 정국아." "응?" "진짜 미안한데, 갑자기 웬 꽃이야?" 태형은 어느순간 제 품에 안겨있던 커다란 꽃다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혹시 별로예요?" 혹시나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건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묻는 정국에 태형은 황급히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아니! 당연히 좋지, 난 그냥 생각도 못 해서..." 으음. 정국은 태...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이제 와서 뭘, 넌 늘 말만 잘했지 성과도 뭣도 없었으면서. " "뭐? 애초에 내가 지우라고 돈 줬을 때 지웠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럼 지금 니가 잘했다고?" 서로를 쏙 빼닮은 어린 남자아이 두 명, 그 앞에서 언쟁을 벌이는 중년 남녀. 지금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5살도 되지 않은 ...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나보고 죽지 말라며..." 나 없이 못 산다고 그랬잖아. 나도, 나도란 말이야. 너도 죽으면 안되지. 이제서야 간신히 너를,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는데. 근데 지금 이렇게 누워있으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정국아, 일어나 봐." 절대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도 태형은 계속해서 그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으흑, 정, 정국, 눈..." 태형은 초점없이 덜덜 떨리는 동공을 애써 정국에게 맞추려고 애썼다. 분명 자신이 대신 맞으려고 그를 감싸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자신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그런 저와 반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정국이 보였다. 눈가를 가로로 깊게 베여 피를 뚝뚝 흘리는 그 모습에 너무 놀라고 괴로워져 저도 모르게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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