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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면 바람이 마른 낯을 적실 듯 밀려왔다. 고르지 못한 길을 열심히도 다니는 느린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할 때면 그렇게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있는 걸 좋아했다. 바깥은 온통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고, 달은 때로는 둥글고 때로는 반쪽이고, 전봇대가 없이는 빛 한 줄기도 없는 그 길은 어째선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곤 했다. 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인지,...
그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 독립출판 책 만들기 수업을 격2주로 듣고 있다. 그저께 두 개의 짧은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기에 여기에 적어서 남겨놓고 싶다. 1) 내가 사는 공간을 묘사해 보자. 일단 방에 들어오면, 누구든 ‘와아’하고 놀랄 것이다. 방이 넓기도 하거니와, 커다란 창 너머로 바로 바다가 보이는...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온통 건물을 뒤덮은 간판들이었다. 제각기 색도 크기도 글자도 다르지만 개별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그 표상은, 마주하기 전부터 벌써 그의 실체에 질리게끔 만들어버렸다.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다 알 듯한 기분으로 초조한 걸음을 옮기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세웠지만 기실은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걸음을 내디딜 ...
문 없는 집에서 사는 삶은, 마침표 없는 문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오가고, 보잘것없는 우리 사는 모양새는 꾸밈이라곤 없이 너무나 투명하고 숨길 수도 없이 모든 게 드러나 보이고, 밑 빠진 독처럼, 뭐가 들어오기만 하면 도로 빠져나가서, 아무것도 손에 쥔 것도 마음의 여백에 채울 것도 없는, 얇은 격자 창문으로 둘러싸인, 손 하나 겨우...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새파란 계절에서 마음은 헤엄을 치고 시간은 춤을 추며 하얀 파도를 부르지지울 수 없는 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야쉬운 말을 괴롭게 하는기울어진 세상에서지워진 마음의 짐을 닻으로 내리고다시 우리는 손을 잡아너의 설익은 농담마저 나는 애틋해다가온 파도를 타고 투명한 인사를 하자
너에겐아주 특별한 식사가 필요하다네게 없는 감정을 먹이려면나는 손도발도없어도 되지만머리는 있어야 한다그러니 내 머리는 봐줬으면 좋겠다너는 슬픔은 신맛분노는 짠맛걱정스러움은 단맛이라고 한다그래걱정하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까특별한 식사가 필요치 않은두 균형 잡힌 식탁의 동물들은너는 그저 허기뿐이지감정이라고는 없는굶주린 적 없는너는나의 영원한 신나의 한없는 걱정...
그대와 거닐던 길에더는 바람이 불지 않네더는 볕살도 들지 않네이 마음은 행성이 되어어둑한 얼굴을 맴돌고아득한 낙심을 품었네꽃이 진들 그대를 잊을까흩어지는 잎새로그대 떠난 길이 흐르네
피로써 묻는다사라지는 것은 무엇이지?너는 비정한 재주꾼의 배주나팔을 불며 나아가지만어떤 남자도 널 해하지 않고성벽엔 타오르는 불꽃과옷으로 짜인 재와 보혈로영원한 전투를 갈망하나실낱같은 희망의 줄기를편평한 불화에 잇고 잊으며아우성 치는 파도에 갇히고피로써 묻는다살아나는 것은 무엇이지?
그런 세상이 있단다유령이 기발한 새벽의 독무를 추고피가 아닌 눈물로 곱게 물든분홍신이 달디단 소원의 끈을 푸는그런 세상이 있단다죽는 날까지 표지 없는 책 하나를 읽고영영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주인공을 사랑하다 녹아버리는그런 세상이 있단다음이 죽음이 되고 허가 진실이 되고모든 것이 땅처럼 갈라지다바다처럼 부활하여 삶의 씨를 곱씹는그런 세상이 있단다아무도 죽지...
징검다리를 건너사랑을 하러 가자먼저 떠난 너는 지붕 위에처마 밑에첨탑 기둥에그럼 나는 무지개를 입고모두 빨간 얼굴이 되길 기다려기다리고기다리다다시 헤엄을 삼키고망설임을 나르고동상의 손끝에 입맞추고나무는 너무 오랜 말을 해농담을 볼처럼 잡아당기고너에게로 살금살금눈썹을 보내지그렇게 우린 우연이 되지
목이 긴 여자기다림이 길어져눈이 깊어진 여자그림자에 입 맞추다먼 길을 돌아가고외딴 섬을 그리다가위로 맘을 잘라숨을 멈추는 여자모두가 불러보네목이 긴 여자아무도 모르는 바람혼자서 묻어둔 여자그 빛바랜 무덤 위론영롱한 꽃을 피우고한 손에 그러모아그 생기를 죽이고도향기를 맡아보는목이 긴 여자모두가 외면하네목이 긴 여자
재키와 나는 거리에서 자랐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누가 우리를 낳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길바닥의 양분과 뒷골목의 어둠을 빨아먹으며 살아왔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와인은 햇수가 갈수록 무르익는다지만 사람에게는 햇수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안 해본 일이 없는 만큼, 이 거리에서 모르는 것 또한 없었다. 더는 ...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필요와 욕구는 다르다는 사실을. 일단, 각각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필요: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욕구: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 필요는 ‘반드시’ 요구되는 것, 생존 본능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고픔을 느끼는 것, 피로를 느끼면 쉬고 싶어 하는 것, 잠을 자는 것 등. 반면...
현관 바로 옆에 거울이 있었다. 나는 집을 나서기 전 꼭 거울을 보는 버릇이 생겨 있었다. 더는 타인과 세상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그들의 관점에 맞추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해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특히 삼 미리로 숱을 짧게 친 목덜미와 눈썹을 훨씬 넘는 앞머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슬렸다...
프로젝트 《여생 Ⅱ》 전시회를 다녀왔다. 오랜만의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렸더니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감귤 주스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요즘 읽고 있는 것은 잡지 「한편」 몇 권과 시노다 세츠코의 「장녀들」. 다담주 독서모임에서 얘기할 「욕구들」도 읽어야 하는데.. 너무 자주 모임을 빠져서 미안한 마음이다. 열심히 읽고, 깊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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