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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뭐야, 웬 한숨? 형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아냐.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기는. 아까 센터장실 다녀온 뒤로 형 표정 완전 굳었는데." 승철은 센터장을 만난 후 센티넬 휴게실에 들어와서 장장 30분을 죽치고 앉아있었다. 보다 못한 민규가 커피를 타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라도 마셔. 마시고 빨리 말해봐요." "..민규야. 넌 지금 ...
그러한 순수한 악마만이 신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신은 마음속으로 괴로운 거야. 모두가 착하고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누가 신을 믿고 따르겠어? 그렇기 때문에 신은 결코 악마를 영원히 추방하지 않아. 항상 곁에 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그것을 이용할 뿐이야. 언젠가 원우가 내게 그랬다. 신은 어쩌면 악마를 미워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원우...
"괜찮아?" 여기가 어디지. 쏟아지는 불빛에 초점을 잡기가 어렵다. 이윽고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답답하게 몸을 구속하던 구속구도 없었다. 아, 돌아왔구나. 어떻게? 설마 정신이 오락가락 하던 순간에 다 말해버린 건가? 다 같이 잡힌 거야? 몸을 벌떡 일으켰다. 꽤 오래 누워 있었는지 머리가 띵했다. "괜찮아, 찬아. 우리 아지트야." "....원우 형."...
얼마나 맞았을까. 묻는 말에 답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매가 날아왔다. 아프긴 더럽게 아픈데 크게 피가 나거나 기절하지도 않았다. 신종 고문인가, 큭. 정신이 희미한 상태에서 뭐라도 들을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일까. "끈질기네요, 이찬 씨." "...그쪽이, 쿨럭, 더.." "내가 아끼는 동생 중에, 불을 무서워 하는 애가 있는데. 그 애가 뭐라고 그랬는 ...
원우는 놀라움을 감출 기색이 없었다. 방에서 큰 소리가 들리기에 황급히 달려왔는데,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눈앞에 있는 윤정한이, 홍지수가 평생을 찾아온 그 아이라니.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 아이는 평생 홍지수의 기억 속에 5살 꼬맹이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훌쩍 커버린 28살의 윤정한과 홍지수는 그의 눈앞에서, 서로의 손을 붙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의 장난일까. 그렇게 애타게 찾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으면서, 정작 예상하지 못할 때 그 아이를 돌려보내는 건가.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이 꿈속은 아닐까? 내가 그 아이를 찾을지언정 그 아이가 날 먼저 찾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돌이켜 보면 나만큼 그 아이도 날 찾고 있었을 텐데. 지수는 멍한 표정으로 손을 치켜들어 자신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지수 ...
-국민 여러분. 오늘부로 센터가 세워진 지 23주기를 맞았습니다. 이 영광스러운 날을 맞아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립니다. 저는 지난 23년간 센터장의 위치에서 센터를 지켜오며 매일같이 느낀 바가 있습니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든 이 센터의 존재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센터가 세워지고 더 이상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비로소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온 것입니다...
오전 훈련이 끝나고 지수는 반군 소속 모두를 본관 앞에 모았다. 그가 예고한 대로 정한을 공식적인 반군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자리였다. 건물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정한은 그래봤자 몇 안 되는 새로운 인물과 인사하는 자리에 불과했지만 긴장했는지 굳은 채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를 보고 피식 웃은 지수는 정한에게 다가갔다. "정한 씨. 긴장했어요?" "네, ...
권 시장은 단순한 사람이다. 30년간 지켜본 나뿐만 아니라 그를 보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직원도 모두 동의하는 생각이다. 복잡하고 교묘한 판 같은 건 짤 줄도 모르는 그저 평범하고 단순한 사람. 원래 야망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국선변호사로 재직하며 불쌍한 사람들을 돕던, 제 이득 챙길 줄은 눈곱만큼도 모르던 정의로운 변호사. 오죽하면 별명이 용맹한 호랑...
정한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밖을 살짝 내다보니 훈련 중이었다. 아직 아침 일곱 시인데. 센터에서도 오전 10시부터 모든 활동이 시작됐는데, 저 정도는 해야 반군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가볍게 기지개를 켠 정한은 방 앞을 지키고 있을 군인에게 여느 때처럼 아침 인사를 하려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친절함이 무색하게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자는 사이...
수신자 중앙제어센터 1팀장 최영준 제목 : 윤정한 요원 인질 사건 전환 보고 충성! 친애하는 센터장님. 중간 상황 보고드립니다. 현재 윤정한 가이드의 신변이 불명확해짐에 따라, 대응 단계를 준 전시 체계로 전환하겠습니다. 아래는 해당 반군에 소속된 주요 센티넬 및 가이드 명단입니다. 읽어보시고 결재 부탁드립니다. 《센티넬》 1. 전원우-치유계 2. 이 찬-...
한편, 센터로 돌아온 민규는 짜증이 치밀었다. 감히 정한이 형을. 정한이 형이 반군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을 리는 없다. 뭔가 약점이 잡혀 협박을 받았다면 모를까. 당장에라도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형이 다칠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퇴각했다. 무엇보다 나대다가 폭주라도 하면 정말 큰 일이니까. 센터에서 현장에 투입될 때마다 실패를 하든 성...
그로부터 일주일 뒤, 예상대로 센터는 수십명의 센티넬을 이끌고 공격해왔다. 예전부터 훈련해 온 대로 방어했지만, 저들의 말처럼 몇 안 되는 센티넬로 더 이상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센터는 윤정한을 내보내면 공격을 멈추고 돌아가겠다고 다시 한번 회유했다. 냉철하게 판단하려고 애썼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센터가 이렇게 생각하겠지....
-권대호 군양시장이 오늘 대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권 시장은 지난 2020년부터 추진해 온 대서동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군양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권 시장은 대서동 3구역에 대규모 쇼핑센터 건설을 추진해 군양 시민을 넘어서 도민 전체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겠다 밝혔습니다. "시장님, 서울중앙지검 부 검사가 대선 출마 축하...
신은 공평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아무리 내가 신을 믿고 따른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말이다. 신은 공평하지 않다. 최악과 차악의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한 가지를 택하라는 게 신의 방식이다. 공평한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면서. 신이 정말로 공평했다면, 23년 전 날 그렇게 절망의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됐다. 지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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