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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고 편지가 하나 도착한다. 편지를 연다면, 그동안 글씨 연습을 조금 한 모양인지 이전보다는 더 읽기 좋은 글씨체가 보였다. 이번에는 압화가 하나 떨어졌다. 이번에는 답이 조금 느렸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 편지지 안에 압화가 하나 있지 않았어? 복수초라는 꽃인데,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대. 1월에도 피는 꽃이야....
당신이 편지를 보낸 지 일주일 정도 지나 편지가 도착한다. 아마 편지를 받고 바로 적어 보낸 게 아닐까. 이번에는 주소를 제대로 기입한 건지 우체부도 크게 헤매지 않았는지 고생한 눈치도 아니다. 편지지는 저번과 같다. ...살짝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향이 너무 흐릿해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꽃향기일까. 풀냄새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에는 편지를...
우체부가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린다. 우체부는 조금 헤맨 모양인지, 그런 내용으로 조금 투덜거리다가 편지를 전달해주고는 급하게 다음 편지를 전달해주기 위해 자리를 떴다. 편지지는 질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진 않다. 나이프로 편지를 뜯어 확인한다면 정갈하지 못한 글씨가 줄지어 행렬한다. 뭘 그렇게 많은 얘기를 적었는지 편지지는 3장이 넘었다. 안녕! 자스민! 나...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오래도록 걷는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걷는다. 그러다가 막연히 무언가를 느낀다. 아, 저 쯤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저게 뭐지. 그것을 따라가다가 벽에 몸을 부딪힌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부딪힌 곳을 문지르다가 아픔이 채가시기도 전에 손을 떼어낸다. 또 멍해진 채로 한참 걸었구나. 그런 생각을 잠깐 하다가 주변을 둘러...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이 피어났다. 하지만 굳이 알 필요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그 의문이 피어오른 순간 반절 이상은 이해했으니까. '안단테 그린우드'가 인간일 때 봤던 당신은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수많은 사람들은 울기보다는 웃기를 좋아하고, 그걸 남들에게 보여주길 희망한다. 자기 마음...
...그럼, 나는 그 짐을 놓지 못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되려나요?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그걸 놓지 못해서 살고 있으니까. 네 말대로 진작에 놓아도 좋았을 것인데,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단테 그린우드'라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그건 꼭 '삶의 이유'를 놓으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내 생의 이유가 짐이라... 아, 이건 어째 조금...
정말로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나는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기억을 내려놓든 붙잡고 있든 살아있는 것은 같잖아요. 팀장님의 말대로라면 그냥 이건... 잡으면 끔찍하고 놓으면 괜찮을 거라는 거죠? 나쁜 기억이 언제나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 같던가요? 때로는 그게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나보고 이걸 놓으라고요...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
시야가 점멸함. 목소리에 노이즈가 심해져 끊김. 다른 존재의 언어 인식 오류가 발생함. 움직이지 않는 부분 다수 발생. 누전 의심. CPU 가동 중지 가능성 있음. 바이러스 치료를 권장함. 기능 정지까지 4시간. 오류 보고 끝. 이후 발생하는 오류는 추후 업데이트. 귓가에 맴도는 오류 보고. CPU가 열심히 돌아가서 도출해낸 오류 사항. 앨리스는 그 모든 ...
깜빡. 깜빡. 깜빡... ■■는 잠에서 깨어나서 느릿하게 눈을 비비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다가 놀라서 주변을 둘러본다. 조금 허망한 얼굴이다. 그 얼굴은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이런 시간까지 나를 아무도 깨워주지 않은 거지? 다들 늦잠인가?' 몸을 일으켜 세워, 발을 내디디고는 잠시 멈칫한다. 아, 오늘은 임무가 없었던가? 맞아, 그랬...
시야가 일렁이다가 이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정이 나를 아프게 한다. 이는 내가 원치 않은 것이기에 그치려고 해본다. 늘 그렇듯. 아무도 없는 곳에서 희어진 눈물을 떨군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혼잣말, 느껴지는 것은 발치에 튀는 물방울들. 괜찮아. 하나도 아프지 않아... 그러니 울지 마. 그렇게 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었을까. 내 작은 중얼거림 끝에 따라...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생각했었다. 내일이,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에 운석같은 것이 떨어져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이 빌어먹을 생에 가치가 생겨나길, 그러나 그런 날이 오지 않으리라 지레 짐작하고는 망가진 정신으로 하루 빨리 죽을 생각이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럼 이제 살아도 괜찮은 인생이겠네요. (그보다 7살이나 어린 네가 로건 메...
(네 말대로라면 로건 메이어가 사랑을 모르는 것도 설명이 되었다. 사랑의 결실로 태어났으나, 축복받지는 못한 존재가 로건 메이어였으니. 태어나면 안 되는 아이, 그래서 버려진 아이.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에 무너져 울고 있다. 이런 걸 받아도 괜찮을까, 자꾸만 가슴께가 욱신거렸다. 처음 받아 본 사랑은 너무나도 아팠고, 달았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
(상처받지 않고, 세상의 불결과 멀리 산 너와는 달리 로건 메이어는 그와 가깝게 살았다. 계속 말하듯, 세상이 미워서 모두와 멀어지려고 했으며,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을 죽인 범죄자였다. 사람이 죽어도 애도할 줄도 모르는 로건 메이어의 윤리의식이 떨어지는 것도, 아무도 그것이 잘못되었다 알려주질 않았으니까. 가족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그에게 아무도 맞는 ...
...정말 괜한 말을 했네요. 그 쪽 앞에서 죽고싶다던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히어로니까, 빌런이 죽는다고 하면 기뻐할 거라 생각했는데. (고개를 아래로 향하니 검은 머리카락들이 따라 흘러 내렸다. 스쳐지나갈 사람이라 생각한 게 오산이었던걸까. 그래서 하지 않을 말을 하고는, 그에 대한 벌을 받는걸까. 아니라면 이런 망할 인생을, 자신을 아끼지...
제가 그 쪽한테 말해야 할 이유가 있어요? 뭐 이리 궁금한게 많아요. 내가... 궁금한가요? (이번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제게 보이는 마음에게서 눈을 돌린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채, 평소처럼 웃으려고 애써본다. 사람이 싫다. 정말 싫다.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냥 제게서 관심을 꺼줬으면 좋겠다. 여타 다른 이들이 그랬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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