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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쫓아다니냐 물으면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나는 걔를 쫓아다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두 번째, 걔도 내가 쫓아다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왜 그렇게 걔를 쫓아다니냐는 질문은 어쩌면 쫓아다니는 나와 쫓기고 있는 걔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만 들었다. 쫓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쫓아오라...
으, 춥다. 인성이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포차 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은 영균은 어느덧 뿌리가 거뭇하게 올라온 인성의 정수리, 그 뒤에 있는 메뉴판을 바라보며 왔어, 하고 중얼거렸다. 인성은 영균에게 뭐 시켰어, 하고 물었고 영균은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기난로 불빛에 비친 영균의 얼굴이 붉었다. 인성이 제가 들어온 문, 그...
수몰지구 짠물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곧이어 눈도, 코도, 전부 새빨개졌으나 서러움보다 막막함이 더 컸다. 진짜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집에 가야 하나. 찬희가 바다 건너를 바라보았다. 섬이라 믿고 싶은 사람 같은 게 하나 있었다. 그 섬 같은 것은 점점 가까워졌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때쯤 사람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
원래 알던 사이. 이 말은 두 가지 상황에서 쓸 수 있었다. 제 3자에게 우리가 관련이 있다고 소개할 때나, 혹은 옛날엔 연락했지만 지금은 안 한다고 말할 때. 나와 강찬희는 후자에 속했다. 우리가 ‘원래 알던 사이’ 가 된 건 큰 이유가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가 내가 전학을 가면서 한겨울에 코 훌쩍이다 헤어졌을 뿐이었다. 마지막이 어땠더...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남자가 나의 오금을 걷어찼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무릎이 꿇린 채 엎어진 사이, 남자는 익숙하게 내 양손을 등 뒤로 결박했다. 겨우 몸의 중심을 잡고 일어났을 땐 복부에 주먹을 꽂은 뒤, 양다리까지도 칭칭 동여맸다. 한겨울 칼바람을 맞은 듯 눈물이 고였고, 남자는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만 반복했다. 누...
영균은 매일 아침, 찬희보다 삼십 분 일찍 일어나 달달 슬리퍼를 끌고 집 앞으로 나갔다. 대문 기름칠 언제 하지.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었다. 그게 벌써 3년째였다. 찬희가 퇴근을 할 때마다 문 좀 어떻게 하자고 해도, 영균은 실실 웃으며 그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우선 귀찮았고, 대문이 저렇게 소란스러우면 도둑이 들지 않...
영균은 아침에 눈을 뜨고 잠에 들 때까지 오직 찬희만을 생각했다. 찬희의 속눈썹 개수를 알고 있어서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과의 절반 이상을 찬희와 함께 보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둘은 학교를 마치면 쌀국수나, 설렁탕처럼 그나마 영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었다. 한 시간 이상은 앉아 있지 못하지만 PC방에서 같이 게임도 했다. 찬희가 즐겨 하는 오버워치나 ...
아, 진짜 덥네. 찬희가 앞머리를 털어낸 뒤 주머니를 뒤적였다. 입에는 마지막 담배가 이미 물려 있었으므로 라이터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평소였다면 바로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을 테지만 찬희가 일하는 공장은 산골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7분이 걸렸다. 필터 끝이 축축해질수록 찬희의 손이 빨라졌다. 하지만 온몸을 다 더듬어도 라이터...
니 서방님 왔다. 그 말이면 영균은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먹고도 고개를 들었다. 그럼 그 앞에는 찬희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영균은 곧 귀에 걸릴 것처럼 찢어진 입술로 서방님은 무슨, 하고 말했다. 찬희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영균의 팔을 어깨 위에 얹은 뒤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떴다. 남은 사람들은 찬희의 인사를 받으며 둘이 정말 친구일까를 생각했다. 그...
“살살 잡아. 끊어져.” “알겠어.”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여길 잡고 한번에, 딱.” “알았다고.” “이거 봐. 결국 끊어졌네. 이렇게 어중간하게 끊으면 마늘 알이 별로 안 큰다고.” 산골 촌놈 영균이 찬희의 팔을 잡았다. 나오라는 뜻이었다. 서울 촌놈 찬희도 지지 않고 아예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오늘 마늘밭에서만 다섯 번째 실랑이였다. 영균이 ...
찬희는 영균을 기다리며 평상 밑을 지나가는 개미를 바라봤다. 찬희가 평상에 앉아 있으면 영균은 빠삐코와 스크류바를 들고 슈퍼 밖을 나왔다. 둘 중 빠삐코 먼저 뜯어서 찬희 손에 쥐여 줬다. 스크류바는 늘 두 번째였다. 찬희는 빠삐코 꼭지를 개미들 옆에 내려놨다. 영균은 개미들의 밥 시간을 지켜보는 찬희의 옆에 앉아 매미 우는 소리를 들었다. 왜 매미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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