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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멘답 주세요...!
도망쳐야 한다. 모코쉬 이바노브나 그리고리예바 앞에서, 비비드는 불현듯 그리 생각했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약점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아녔다. 모코쉬가 지닌 그 이타심이, 너무 밝아서, 눈부셔서, 비비드는 초조해졌다. 습관처럼 입술 짓씹는다. 당연하게도 통증은 없었다. 다만, 지독한 질투가 끓어올라, 눈앞을 아득하게 한다. 뒷걸음질 소용없단 ...
*멘답 주세요...!
"넌 선한 마음의 영향력을 몰라. 아니, 아는데 부정하는 걸지도 모르지." 균열 진 세상 그 틈을 바람이 헤집는다. 윤리. 도덕. 선. 모를 리 없었다. 타인을 해쳐선 안 된다. 그들에게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된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공감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들을, ……. 비비드는 문득 뒷걸음질 쳤다. 눈앞에 있는 ...
이따금씩 세상이 창백하게 보였다. 한낮의 하늘은 새파랗다. 별이 언뜻 비치는 밤하늘도 그랬다. 책에서나 보는 심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가 그토록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는 것이 어쩐지 믿기지 않아 시선을 들면, 우뚝 솟은 건물의 벽과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그것을 증명했다. 그제서야 알았다. 세상이 창백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창백했다. 그러나 ...
저무는 해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바닷속에 내리쬐는 빛이라니. 그 경이로운 기술력에 감탄할 법도 한데, 그 볕을 열셋 먹도록 매일 봐온 비비드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림자가 손을 뻗친다. 지하에서 나와 지하로 되돌아가려는 발악처럼. 발밑은 파란 음지였다. 사실은, 저 노랗고 붉은 빛 너머도 새파랄 뿐인데. 그런 게 와닿을 리 없었다. 다만 눈앞에 선연한 것...
Dear Venus 저 친구한테 편지 처음 써 봐요! 보통은 편지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거든요! 편지 쓸 때 제일 앞에 쓰는 게 아마 안부 인사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우린 졸업할 때까지 매일 얼굴 볼 사이니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요? 편지는 마음만 잘 전해지면 되는 거지 복잡하게 형식 지켜가며 어렵게 쓸 필요는 없잖아요! 베누스가 써준 편지 잘 받았어요! ...
봄의 숨결이 닿아올 때, 빛은 햇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겨울이 끝나고 백야가 드디어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던 순간, 그 찬란한 빛과 흩어지던 무지개와 여린 새싹과 드넓은 자유 앞에 섰을 때. 비로소 불꽃이 흩어진 것이다. 심지가 모두 까맣게 타들어간 초는 본래의 모양을 잃고 물처럼 흘러내린다. 그러나,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촛농은 ...
*trigger warning: 환각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너는 해당 질병에 대하여 희화화 혹은 미화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파아란 하늘 위로 작은 새가 바람을 타고 노닌다. 외곽 지역의 수상한 연구소나 빈곤 따위는 없는 일이라는 듯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제 역할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빈번한 절도, 폭행, 사기 그 어느 것도 겪어보지 ...
*trigger warning: PTSD, 환각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너는 해당 질병에 대하여 희화화 혹은 미화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 그것은 곧 우리의 가치였다. 우리가 연구원의 손에 계획되기도 전에 연구원의 목적은 ■■에 있었다. 우리는 사실상 ■■을 위해 만들어진 피조물이 아니던가. 그런 우리에게서 ■■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
이사영의 기억은 아름다운 낙원에서 처음으로 흰옷을 입던 날과 함께 시작된다. 가로막혀 있으면서도 탁 트인 공간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하얀 벽, 절 향해 웃어주는 연구원, 그리고 빛. 그에게 있어서 빛은 삶과 떼어낼 수 없는 존재였다. 따뜻하고 다정한, 빛의 편린들. 별이 부서지고 난 잔해. 아이는 복도를 뛰어다니며 사방에 빛을 흩뜨렸고, 웃음과 함께 흐르...
따뜻한 햇살이 창틈으로 쏟아진다. 청색을 죽여 만든 인공적인 백색광이 아니라, 모든 색이 고르게 섞인 희고 말간 빛. 누군가 에덴에서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그들의 근원과도 같은 빛. 여태 죽은 듯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던 이사영은 알람도, 연구원의 목소리도 아닌 어두운 시야를 파고드는 온기에 깨어났다. 에덴 밖으로 나온 이후의 기억은 드문드문했다. 그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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