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한 컷씩 넘겨보는 카툰 포스트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주의 : 우울증, 자살 사고(suicidal ideation)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반려물건> 책이 나왔을 때의 일이다. 출판사에서 보낸 실물 책이 도착하자, 동거인이 신난 발걸음으로 택배 박스를 들여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쑥스러워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편집자가 보낸 문자메시지 속의 책 사진을 보면서 '귀...
*주의 : 체벌과 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나는 맷집이 좋은 편이지' 어린 모호연은 생각했다. 지금 시대에는 청소년이 스스로 '맷집이 좋다'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뜨악한 일이지만, 1990년대 교정에서는 '훈육 목적의 체벌'이 얼마든지 용인되는 일이었다. 다만 그 훈육의 기준이 모호했고 당하는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체벌에 저항하는 학...
오늘 아침은 생협에서 산 팥죽을 먹었다. 냉장실에서 죽 한 팩을 꺼내 그릇에 담아서 데우면 준비 끝. 며칠 전부터 읽어온 책을 끝까지 읽는 동안 죽 한 그릇을 천천히 비웠다. 책에 정신이 팔려 먹는 둥 마는 둥 해도 괜찮다. 어차피 음식을 만든 사람은 내 눈앞에 없다. 팥죽 한 그릇에는 여러 사람의 노동이 담겨 있지만 나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른다...
*주의 : 폭력과 자해, 스토킹 등의 범죄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나는 엄마를 잘 모른다. 엄마가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너무나 크지만, 그렇다 해도 ‘과연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생각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가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습관이나 취향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그가 살아오면서 어떤 고락을 겪었는지 들은 ...
부모님과 살던 집을 나온지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두 번의 이사를 했고, 친구이자 동료인 동거인과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 가족들은 만날 때마다 ‘친구와 잘 지내느냐’ 묻고는, ‘친자매라도 그렇게 지내기 어렵지 않느냐’ 감탄하며 우리의 관계를 매우 신비롭고 드문 미담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타인과 같은 집을 공유하면서 일과 생활을 함께...
‘호연’이라는 내 이름을 한자로 쓰면 ‘皓硯’, ‘호(皓)’는 ‘빛나다, 희다’라는 뜻이고 ‘연(硯)’은 ‘벼루, 매끄러운 돌’ 을 의미한다. 뜻을 합하면 ‘하얀 벼루, 빛나는 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멋진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이름을 지은 이가 궁금해지곤 했다. 그렇다고 정말로 찾아본 적은 없다. 좋은 건 좋...
닭과 돼지와 생선이 들어간 한 상의 요리 3시간 안에 내 몸이 되거나누구의 몸도 아니게 될 넉넉한 건더기 닭은 닭으로 태어났고돼지는 돼지로 태어났는데 대체 이것은 생선인지 물고기인지 인간이 붙인 사적인 이름은 또 무엇인지 아마 나는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식탁 앞에서 우리는 무엇에 몰두하는가 내가 생선국을 마시는 걸수조 안의 금붕어들이 보았지 투명한 벽...
집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솟은 언덕을 향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오래된 벽돌 건물들과 석판으로 마감한 신축 빌딩, 큰길가의 어느 유리창에 걸려 있는 태극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빌라 바깥에 붙은 현수막의 글자, ‘전세 문의’와 핸드폰 번호 11자리가 또렷하게 보인다. 카메라 줌을 당기지 않고도 나에게 필요한 것보다 많은 정보...
나와 당신은 남이다. 당신은 나를 모르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가까이 있어도 마음대로 친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얼굴을 볼 수 있는 울타리 너머의 존재들인데, 그 사실을 몰랐다. 오해받기 싫은 만큼 타인을 오해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게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고는 했다.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지고 싶은 이 욕구는 자기 능력을 증명하려는 인정욕구와는 다르...
티 없이 진한 의문의 백색 문이 잠기는 날이면 어린 너는 골프채와 방망이를 침대 밑에 숨기고 날카로운 무기를 입에 물었지 언제든 죽음을 향해 뱉을 준비를 하고서 엄마는 아침마다 그것으로 도마를 두드리며 살아 있으려고 계속 살아 있으려고 산 것들을 닥닥닥 썰고 으깨었지만 그것은 죽음에게 가장 이로운 의식이었던 것 엄마는 왜 죽음마저 먹이고 입히고 다듬어 티없...
2010년까지 살았던 광주의 한 아파트. 한때 '우리집'이었던 그곳에서 나는 자그마치 19년을 살았다. 엄마와 오빠는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고, 명절이면 엄마를 보러 다시 그 집에 간다. 그리울 법도 한데 그 집을 생각하면 아직도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너무나 익숙해서 집안의 구석구석을 영상처럼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내 집’이었다 말하기는 어렵다....
여섯 살까지 외가에서 자랐다. 그곳은 평범한 집이 아니라 교회였다. 엄마의 형제는 외삼촌 한 분이었지만 나는 주변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툭하면 넘어졌는지 그무렵 사진 속의 나는 무릎에 바른 빨간약이 지워질 날 없는 어린애였다. 엄마는 그 시절 내 사진을 볼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얘기한다. 엄마가 보러 오면 나는 그리웠던 티도 내지 않고 반기며 인사하...
몇 년 전, 엄마의 생일 무렵 짧은 휴가를 내서 집에 내려갔을 때였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오빠는 드디어 가족 중에 말할 상대가 생겼다는 듯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너 메갈*이 얼마나 험악한 집단인 줄 알아?”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어쩐지 한산했던 동태탕 집에서 오빠는 내 앞에 수저를 놓아주며 ‘메갈’ 이야기를 시작 했다. 엄마는 오빠가 하는...
오전 11시 반의 전철 손발을 파는 사람이 하나의 손을 들어 말한다 여기 한무더기의 손발이 있습니다가져가실 분은 남는 손가락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손발로 말할 것 같으면뜨거운 냄비를 잡을 때나더러운 것을 집을 때갑자기 세발로 뛰고 싶을 때내 손도 네 손도 아닌 손으로 넘치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대신 부끄러울 준비가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이미 다 준비가...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네모도 동그라미도 아니라고 했다 모난 곳마다 손끝을 대 보고 왜 아프냐고 물어 외롭지는 않다고 호스를 통과하는 질문은 구부러지는 성질이 있어 만나지 않아도 가까이 있다 통과하는 소리를 듣는다 연필을 깎아 눈동자를 그리며 거긴 안아프냐 물어 나는 이미 검어서라고 모서리는 가까운 것들이 서로 만나는 곳인데 우리는 왜 모나지 않게 멀어지지 ...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