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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약 사형,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곽가는 판 위의 장기말을 옮기면서 순욱을 향해 대뜸 질문을 던졌다. 농포를 이용한 행마가 수틀린 상황이었다. 상당수의 말을 빼앗겨,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순욱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렸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봉효?- 곽가 다음으로는 순욱의 차례였다. 곽가는 그가 말을 옮기는 길을 떠올리기 위해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세상 떠날 때 그 역시 속삭였다네 내가 갈게요 기다려 줘요 자작나무 숲에서 2년 전, 제 48회 헝거게임의 우승자가 주어진 포상금과 안락한 주택을 뒤로 하고 홀연히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이름은 순욱 문약이었다. 보기 드문 지식인의 아들이었던 그는, 여의치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대기근과 전염병이 창궐했던 해에 급증한 고아들을 위해 자산을 나누어 주...
"공달이 병가를 내서 업무가 조금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문약." 사냥을 다녀온지 이틀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쌓여있는 목간을 정리하던 조조가 옆에서 지명을 기다리는 기색을 보인 순욱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순욱은 소식을 처음 접하는 표정이었다. 연상의 조카가 주공을 따라 사냥에 나섰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앓아 누운 일은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분주히 ...
가후는 사람 뿐만 아니라 짐승을 보는 눈도 남다른 편이었다. 물론, 이때 남다르다 하는 것은 상대가 지모를 가진 기재인지의 여부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입김을 통해 영화로운 안위를 가져다줄 것인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짐승에게 채찍과 먹이를 혼용하며 길들이라 하지만, 애당초 가후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똑같이 한 짐승이었다. ...
주군이 사냥할 채비를 하라 일렀으나 그것은 대개 무관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문관, 혹 책사들은 구태여 준비 할 필요가 없었다. 예를 들자면 곽봉효는 갖은 핑계를 대며 전략을 짜는 것에 심취해 있었고, 순문약은 성실히 업무에 열중하는 일에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유와 가후 또한 이 처럼 약간의 사정을 꺼내면 그들의 주공은 답지 않게 넘어갈 일이었다. -맙소...
-오래 기다리셨죠. 백규 선생님. 이 쪽입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있던 공손찬을 맞이한 건 검푸른 머리에, 다부진 체격을 한 여성이었다. 그가 대기하고 있던 서재는 서양식 주점과 맞닿은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공손찬은 술 한잔에 위안을 갖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번잡한 곳에서 평론 초고를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이 주점은 늘 찾...
붉고, 밝고, 기묘한. 1. 장료가 그 말을 내뱉은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콧노래에 가까웠고, 자세한 이유나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마음에 드는 곡조였기에 습관처럼 입에 담는 것이었다. 군의 대오를 정비하고, 조정에 보고를 올리는 고난한 일상을 잊게 만드는 가벼운 무료를 좋아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든 것은 곽가였다. 정확히 말하...
매캐한 향내가 감돌고 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가벼운 표현이었다. 병마를 쫓기 위해 피운 향은 방 안의 숨쉬는 모든 것을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짓누르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마저 죽은 것의 냄새를 풍기게 만드는 짙은 공기, 타들어가는 심지를 연상케하는 초라한 숨소리..... 삶의 의지와 생생한 광기를 내뿜는 것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
한담객설 누구나 그 광경을 눈에 담았다면, 근래 진영을 은밀하게 동요시킨 소문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을 것이다. 승상의 별당 가장 깊은 곳에는 밤낮으로 안개가 걷히지 않는 못이 있으며, 그 못에는 사람을 먹는 요괴가 산다고. 언제부터 요괴가 들어앉았는지 모르지만, 천하를 거머쥔 듯 행세하는 승상도 자못 두려운지 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한 승상의...
나는 본래 두통을 시도때도 없이 앓는 편이다. 미약한 통증에 그치며, 지속성 또한 단발적이지만 30년이 지나도 치료가 요원하니 진력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머리가 울리는 통증이 유년기에는 두려울 법만도 했다. 머리를 움켜쥐고 우는 나를 부모님이 안아서 다급히 달려가던 기억이 여전하니. 몇 번의 왕래가 이어진 끝에 약을 주기적으로 먹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다...
우리에게 있어 사철은 가혹한 것이다. 목숨은 날붙이 앞의 짐승처럼 흔적도 없이 스러져가는 것이지. 불씨를 머금은 피는 눈이 내리면 시들고, 하늘을 타는 바람은 우리를 구렁으로 처박는다. 북방에서 사는 아이들은 늘 입을 모아 부르는 노래에는 허상이 담기지 않았다. 오고가는 계절은 그들을 미혹하는 모양새가 아니었으니. 언제나 허물을 벗은 모습으로 다가오며 그것...
사랑하는 에드워드에게, 어느덧 당신과 두번의 가을을 맞이할 시간이 왔어요. 몇주 전, 밤에 편지를 썼지만 동이 틀 무렵 다시 읽어보았을 때는, 형편이 없다고 생각해서 미처 보내지를 못했답니다. 이런 얘기를 당신에게 한다면 눈썹을 올리면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어쩌겠나요? 문장이란 것은 무릇 깊이 숨 쉬는 마음을 꾸밈없이 내보이는 ...
숙종 10년 8월 21일 숙종실록 15권, 숙종 10년 8월 21일 갑인 1번째기사 1684년 청 강희(康熙) 23년 관학(館學)457) 의 유생(儒生) 조정만(趙正萬) 등이 상소하기를, "송(宋)나라 말기에 형서(邢恕)458) 란 자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정자(程子)의 문하(門下)에서 나왔으나, 시사(時事)가 크게 변하자, 그 스승을 배반하여 공격하니, ...
그를 한 마디로 칭하자면, 일종의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 혹은 잊혀진 유산이었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그를 품고 있었으나, 그것의 기척을 알아채는 경우는 극히 소수 뿐이었고, 그 소수 조차 그를 부인하기 마련이었다. 이때 까지만 하여도 그는 무수히 다채로운 인간성들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드리워진 어둠 속을 말없이 전전하곤 했다. 그를 맞이하는 것은...
정열 샬럿 브론테 광폭한 슬픔에 감히 맞서 누군가는 거칠게 기쁨을 차지했어요. 오늘 밤 당신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내일 죽음을 무릅쓰겠어요. 당신의 다정한 눈길 한 번을 격전으로 차지할 수 있을까요. 흥분되는 싸움을 하려 하니 시들어 버린 가슴이 불타오르네요! 잠들지 못하는 밤이여, 냉혈한 학살의 낮이여, 내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거든 당신은 눈물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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