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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사랑을 한 여우가 있었는데,여우에게 반한 호랑이가구름과 여우의 사이를 갈라놓고날 좋은 날 결혼을 하게 되어여우도 울고 구름도 울어여우비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되게 신기하지 않아요?” “응, 재미있네.” “엄청 재미없다는 표정인데!” “누구한테 들었어?” “엄마가 해줬어.” 하진은 제 꼬리를 마구 문지르고 끌어안는 둥 갖고 논다는 말에 어울리는 행...
공허. 낮게 침잠하는 얼굴. 자신은 그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애쓴다. 그럼에도 찾아지지가 않는다. 아니. 그 반대다. 네가 대충 어떤 말을 할지 상상이 간다. 아마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며 멋대로 추측해본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오만에 그대로 배신당한다. 두들겨 맞은 듯 얼얼하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글쎄-, 적어도 ...
#2 아멜리아 클렘, 레온 블레이크, 루시 에반, 에드워트 칼튼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친했다. 물론 프롬파티가 끝나고 졸업시즌에 루시와 아멜리아가 둘이서만 지내고, 그 바람에 레온과 에드워드가 따로 떨어져서 다니게 된 기간이 있었으나, 네 명 모두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동창을 이유로 다시 뭉치게 되었다. 그 계기에는 아멜리아와 레...
#1 아멜리아 클렘은, 그러니까 케임브리지 대학의 화학공학과 신입생은 개강 전날부터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분명 자신은 기숙사 신청을 했으나, 직원은 아멜리아 P. 클렘이라는 학생이 기숙사 신청 목록에 올라있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멜리아는 분명히 자신은 신청을 했으니 남은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으나, 직원은 학생...
“난 확신이 없는데. 평민들이 말 나온 김에 황가를 몰살하고 공화정을 세우겠다 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요?” “그러기엔 지금껏 공화정을 세운 선례들의 결과가 너무 좋지 않고, 또 레온 블레이크 황자에 대한 지지도가 굉장히 높아서요.” “만약 평민 대표가 공화정 세우겠다고 알려오면 우리 해외로 망명할까요?” “지금 그냥 다 집어치우고 나랑 여행가고 싶다고 ...
대관식이 끝나고 열린 연회에서 레온은 잠시 귀족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혼자 남은 아멜리아는 제게 자꾸만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을 피해 벽 쪽으로 걸어갔다. “영애?” 깜짝이야. 아멜리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옅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영애에게 인사했다. 말을 섞어본 적은 없었으나 탐스러운 갈색 곱슬머리와 벌꿀처럼 달콤해보이는 금...
뒤에서 들려오는 푸드덕거리는 날개짓 소리에 레온은 방금까지도 손에 들고 바라보고 있던 A자를 서둘러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제 어깨에 앉아 자랑스럽게 편지가 묶인 쪽 발을 내미는 까마귀는 물욕이 심했기 때문이다. 까마귀들이야 원래 그렇다지만, 아멜리아는 제 까마귀가 유독 심한 것 같다며 편지로 투덜거리곤 했다. “솔직히 편지에 황제가 급사했다는 소식이 있었...
황제가 서거한 이후 레온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쪽으로 떠나겠다 선언했다. 고위 귀족과 황태자, 이제는 황제가 된 그가 만류했으나 듣지 않았다. 곧 있으면 겨울의 시작이며, 북쪽은 수도보다 훨씬 추우니 갔다가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아멜리아는 그 말을 레온에게 전해들으며 황제 폐하가 꽤나 레온의 죽음을 바라고 있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
자신을 이 자리에 부른 황비의 의도를 정확히 알 것 같았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지금도 저렇게 묘한 미소를 띠며 찻잔으로 입을 가린 채 눈웃음을 짓는 것을 보면. 황비는 일부러 시작 시간도 30분 늦게 알려주었다. ‘에반젤리움이 닿기를. 제가 늦었습니까?’ ‘15분 정도 늦었네요, 영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어머, 이 시간이면 영애께서...
사람들은 모두 홀 안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는 모양새였다. 하긴, 매년 치뤄지는 건국제는 데뷔탕트 무도회로 시작했으니. 사교계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 귀족들이 많은 만큼 정원으로 빠지는 이들의 수는 다른 연회보다 드물었고, 그만큼 정원을 꾸미는 데에 들어가는 예산도 줄어들었다. 아멜리아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산이 적다고는 하나 황궁이다. 제아무리 꾸...
황궁의 연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성대하게 꾸며졌다. 생화와 보석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댄스 플로어와 창문마다 걸쳐진 붉은 벨벳 커튼은 황실의 위엄을 대변했다. 막 성문이 열리고 남작 가문부터 차례차례 입장할 때쯤, 황궁 마차가 클렘 가문의 검은 저택 대문을 통과했다. “준비되셨나요?” “준비 안 된 것 같다고 해도 내보낼 거잖아.” “당연하죠. 황자님께서 ...
“그 여자가 레온 그 자식이랑 붙어 있었다고?” “예. 사이가 좋아보이셨…….” 쾅, 벽에 맡고 부서진 재떨이를 집사가 돌아보았다. 육중한 나무에 부딧혀 패인 자국과 그 아래로 서너조각으로 갈라진 유리 세공품. 집사의 흔들리는 동공을 응시한 황태자가 사납게 웃었다. 드르륵 . 의자가 끌렸다. 황태자는 집사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어깨를 툭 두드려 주었다. “건...
짙은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제 칼에 베어나간 적들이 수십 수백이었다.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다. 살기 위해선 먼저 칼을 휘둘러야 하는 법이다. 레온은 그걸 황궁에서부터 배웠다. 태어났을 때, 그는 적통이었으나 첫째가 아니었다. 이미 5살 위인 형이 존재했고 그건 결코 이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24시간 내내 암살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그의 주변엔 늘 은...
타박타박. 한 여자가 급하게 정원에서 뛰쳐나왔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드레스 자락을 길게 끌며 모습은 초식동물이 포식자 앞에서 도망치는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었다. “아멜리아?” 아멜리아가 문득 멈추어섰다. 뒤에서 누군가 그녀에게 걸어와 익숙하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왜 그래, 응? 왔으면 말을 하지.” 아멜리아가 뒤로 돌아섰다.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의 ...
“그,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아멜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청명한 녹안에 숨이 멈추었다.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보기를 원했던 얼굴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번에도 망설인다. 한 발짝만 더 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한 발짝을 못 내디뎌 어둠 속에서 괴로워한다. “제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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