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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나무 바닥이 눌리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음악이 섬뜩하게 깔렸다. 어둠에 먹혀, 온통 고요한 집. 미지의 존재가 그곳에 숨어 주인공을 맞이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저주에 걸린 집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혼자 남겨진 어느 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어떤 시선을 느끼고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똑 똑 ...
에엣취. 강백호는 간질간질한 코끝을 살짝 찡긋거렸다. 엊그제까지 불던 찬바람이 다 거짓말 같았다. 길어진 해와 희게 물든 거리를 보고 문득 깨달았다. 봄이었다. “아줌마, 저 만두 네 개, 아니 다섯 개 주세요!” 집으로 향하던 강백호는 여느 때처럼 만두집에 들러 왕만두를 다섯 개나 샀다. 평소엔 네 개 지만 오늘은 생일이니까 다섯 개. 만두봉지를 품에...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스하고, 온몸은 곳곳이 쑤셔서 죽을 것 같았다. 박진석, 북산고등학교 1학년, 신입 농구부원이었다. 농구가 좋아서 농구부에 들어간 건 맞는데, 농구를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제 오후, 패스 연습, 슛 연습을 죽어라고 했더니 온몸이 다 쑤셨다. 특히 팔이. 공을 몇 번을 던졌는지 한 백번은 던졌겠다. 아니다, 100번이 ...
선배, 상담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후 연습이 끝난 후 제게 다가온 서태웅이 그렇게 운을 띄웠을 때 송태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올 것이 왔나. 서태웅이 미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다. 서태웅의 미래를 위해 미국행은 축하할 일이었으나 태섭은 주장으로서 북산 농구부의 앞으로의 운명을 생각해...
아, 뒈질 것 같다. 목구멍이 바싹 말라서 아프기까지 했다. 한유진은 잠결에 몸을 돌려 누우려다 어깨와 팔과 허리, 다리, 온 몸 구석구석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꽂히는 강렬한 통증에 낮은 소리로 끙끙거렸다.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제 뭘 했는데 이렇게 아프지, 진짜 죽을 것 같아. 겨우 눈을 떴더니 ...
게임 베리드스타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레이를 아직 해보지 않으셨다면... 함 해보시는게 어떨까여??? 재밌답니다...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1. 도윤아, 네가 날 살린 거야. 또 같은 꿈을 꾼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어둡다. 점점 숨이 가빠오는 가운데 언제나처럼 같은 목소리가 들려...
Epilogue. “와아.” 차가 숲길을 달리는 내내 차창에 찰싹 붙어있던 유진은 한참을 달려 겨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커다란 저택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성현제의 말대로 정말 예쁜 곳이었다.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한참 헤매다가 발견할 것 같은, 마치 동화에 나올 것 같은 고택이었다. “꽤 옛날에 지어진 곳이라 겉으로 보기엔 좀 낡아 보이지만 관리를 꾸준...
“어… 안녕하세요.” 한유진은 송태원을 보자마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송태원은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받아주었지만 유진은 송태원과 눈을 마주치는 게 거북해 죽을 지경이었다. 저번에 송태원과 만났을 때 제가 보인 추태 때문이었다. 송태원에게 친족들이 제게 한 잔인한 짓들에 대해 듣고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화장실로 도망쳤었다. 그 때를 떠올리자 ...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성현제의 차 조수석에 앉은 한유진은 차가 도로를 달리는 내내 말이 없었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자리한 한유진의 손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긴장했나?” 창 밖 먼 곳을 멍하게 바라보던 한유진이 성현제의 목소리에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성현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귀신같긴. “긴장까지는 아니고……. 좀 민망해서요.” 다...
심장이 너무나 요란하게 뛰고 있었다. 유진은 제가 맨몸이라는 걸 1초정도 늦게 깨닫고는 몸을 확 웅크렸다. 으아악, 보지 마!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덤이었다. 성현제는 우리 사이에 뭘 그러느냐고 능글맞게 웃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돌려주었다. “옷… 옷이… 없지.” 유진은 그제야 제가 있는 곳이 어딘지 둘러보았다. 낯선 방이었다. 집으로 데려가 밖으로 못...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카페 안에서 가습기를 돌리는 데도 공기가 미묘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문현아는 커다란 머그잔에 기계적으로 커피를 내리는 중이었다. 뜨끈하고 강한 커피향이 코 속을 파고 들었다. “언니.” 소영의 나지막한 부름에 문현아는 한 박자 늦게 소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영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소영은 ...
“아저씨!” 예림은 카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시선이 모두 그 쪽으로 쏠렸지만 예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100미터 달리기라도 한 것 마냥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예림은 계산대 앞에 선 유진을 향해 곧장 다가갔다. “진짜예요? 그만 둔다는 거?” “그렇게 됐어.” 유진은 곤란하다는 듯 눈썹 사이를 살짝 좁히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좋습니까?” 그르릉. 유진의 물음에 사자가 목을 울려 대답했다. 그래, 좋아 보이네. 유진은 침대 위에 널브러져 누운 사자의 배와 옆구리를 겁도 없이 마구 문질러댔다. 사자는 동물의 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커다란 고양이마냥 그르렁거리다 유진에게 이마를 꿍 부딪치곤 부비적댔다. 같은 고양잇과이기에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가 기분이 좋다는 걸. 인...
어릴 적부터 유진은 감이 좋은 편이었다. 특히 갑작스레 찾아오곤 하는 불운에 관해서 유독 그랬다. 유진은 그것을 약자에게 드물게 주어지는 어떤 본능 같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자신을 지킬 힘이 있는 대형종 수인들과 달리 고양이인 유진은 몸을 피하는 게 최선이었기에 제게 주어진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작은 선물은 언제나 유진에게 도움이 ...
유진은 성현제가 이것저것 준비하는 동안 텐트 안에 엎드린 채 성현제가 움직이는 걸 구경하기만 했다. 뭔가 도울 게 없을까 해서 기웃거렸더니만 성현제는 알아서 척척 다 잘 했고 오히려 옆에 있으면 움직임에 방해만 될 것 같았다. 커다란 천 텐트 안에는 러그까지 깔려 있어서 쿠션을 껴안고 뒹굴기도 좋았다. 이런 건 언제 다 준비했대. 캠핑 얘기가 나온 지 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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