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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백호 전력 60분 13회 주제 <여름>, <어느날 네가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어느 날 네가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너무 놀라서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내 움직임을 따라오는 동공을 보면서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다. 보이잖아? 묻는 말에 허탈하게 웃던 얼굴. 그러니까 걔 말은 물리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커다란 캔버스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그 속으로 들어갈 듯 코를 박고 작은 붓으로 섬세한 칠을 했다. 앞치마를 하고 토시를 껴도 꼭 손이며 옷에 물감이 묻었다. 하, 이거 잘 지워지지도 않는데. 기름 냄새에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 되고 나서야 호열은 붓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쭈욱 기지개를 켰다. 열어둔 창문 앞으로 가 얼굴을 내밀고 개...
미루던 짐을 싸느라 밤을 새워서 그런 건지, 들기도 힘든 가방을 공항까지 끌고 오느라 그랬는지 오늘따라 유독 팔다리가 무겁다. 엉덩이가 배기는 불편하고 좁은 좌석에 구겨지듯 앉아 호열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팔짱을 낀다. 가누지 못하는 목이 툭 창문 옆에 부딪히고 고개를 숙여 점점 멀어지는 지상의 빛을 바라보았다.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무심하게 인사를 ...
사망 소재 주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잘 보내주고 잘 살아야지. 당신은 필요할 때면 늘 그렇게 말했다. 백호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이를 먹으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부고 소식에도 늘 습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자기한테 암시라도 거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백호는 장례식장에 가면 늘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슬퍼하지 말라거나...
바다를 보고 섰다. 오늘은 날씨가 맑으려나 봐. 아침 안개가 옅게 끼어 뿌연 수평선과 잔잔한 물결만 일렁이는 곳에서 강백호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언제부터였더라. 너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께가 뻐근하게 아파져 왔던 게. 고등학생 때부터 운동만 하고 살았는데도, 햄버거나 피자 따위를 너무 많이 먹어서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 줄 알고 호들갑을 떨며 건강 검진을 받...
호열백호 전력 60분 11회 주제 <도망>,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면 호열은 자신의 작은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가끔 잠들기 전 상상을 했다. 방송에 나와 얼굴이 알려지고, 길거리를 지날 때면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저희의 음악이 들리면서 그런 상상을 하는 밤이 늘었다. 대체로 이런 류였다. 밴...
"모델하고 인사하고 올 테니까 노출 테스트 잘 봐두고." "네, 실장님." 느슨하게 풀어져 흘러내리는 머리를 능숙하게 쓸어올려 다시 묶으며 호열은 현장을 쭉 둘러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옷과 소품을 잔뜩 짊어진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닌다. 세트로 다가가 모델이 올라설 곳을 직접 확인한 호열이 대기실 쪽에서 걸어오는 관계자를 알아보고 가벼운 묵례로 인사를...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에 우뚝 선 그림자의 두 눈만 선명하게 보였다. 탁하게 흐려져 불이 꺼진 눈동자는 어딘지 모르게 음울한 기운을 풍긴다. 집으로 가려면 길을 가로막은 그림자를 지나쳐야만 했다. 호열은 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은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후우. 한숨처럼 가쁜 숨을 몰아쉰다. 달리기를 멈추자 몸 안에 갇혀있던 열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가슴팍에...
나는 프로농구선수 강백호의 연봉이 얼마인지, 그 녀석의 통장에 찍힌 잔고가 얼마인지 전부 아는 두 명의 사람 중 하나였지만 지금껏 걔가 내게 준 카드를 쓰는 일은 결코 없었다. 많지 않은 월급을 받아 전셋집 대출 이자를 갚고, 적금을 들고, 보험비나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별로 없어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끼고 아껴 미국 갈 비행기 표를 사는 건 내게...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빨래를 했다. 이전엔 일요일에만 했었는데, 농구를 시작하니 일주일에 한 번으로는 연습 때 입을 티셔츠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두 번으로 늘렸다. 세탁이 끝난 옷가지는 창문 앞에 건조대를 펼치고 널었다. 바짝 마른 옷을 개키는 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집중해야 하는 탓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젖은 옷을 너는 건 좋았다. 옷을 다 널고 ...
외길의 저편에 그리움이 있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름. 조바심이 일어 걸음이 빨라지다가 곧 달리기 시작했다. 호열아!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입가에 웃음이 떠오른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지난 십 년간 내 꿈에 몇 번이나 나오던 널 끌어안고 너의 냄새를 맡고 싶었어. 인영이 백호를 돌아보았다. 다리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거리가 좁혀지...
"응, 도착하면 오후 두 시 반. 그래, 알겠어. 고맙긴, 뭘... 친구 좋다는 게 뭐겠냐." 통화는 곧 만나자, 얼른 보고 싶다 같은 상투적인 말을 남기고 끊겼다. 집 안에 감기는 고요한 정적도 잠시, 때맞춰 세탁기가 삑삑 울어댄다. 호열은 휘갈겨 쓴 메모를 잠시 내려다보고 벽에 걸어놓은 달력 앞으로 갔다. 다다음주 목요일. 음, 두시 반. 날짜 밑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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