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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小女)¹: (명사) 키나 몸집이 작은 여자아이.소녀(少女)²: (명사)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여자아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소녀’를 검색해 보면, 한자만 약간 다른 두 ‘소녀’가 뜻풀이되어 있다. 말 그대로 ‘신체적으로 작은 여자’라는 의미의 ‘소녀’가 가장 먼저 풀이되어 있긴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소녀’는 아래쪽 단어다. 어린...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결말과 관련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기 전부터, 나는 이 제목을 알고 있었다. 오래된 고전들이 그렇듯 내용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제목을 패러디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소설. 이 유명한 제목을 비틀거나 응용하는 여러 문장들을 매체에서 접할 때마다 나의 궁금증은 이러했다. 저 소설은 무슨...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설을 포함해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서 이루어지는 부친 살해 서사는 일상적이고 당연한 요소에 가까웠다. 가부장제하에서 권력은 남성, 그중 가장인 아버지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그 상속은 적장자(嫡長子)에게로 이루어졌다. 아들은 아버지의 것을 빠르게 물려받고 싶다면, 아버지를 기대 수명 이전에 쳐내야만 했다. 물론 아버지를 꼭 살...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페페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과 '본책만책'을 휴방합니다. 이에 따라 '북로그 : 소수'도 휴재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원한 여름 보내시고, 저희는 2주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창 시절, 학교 동아리 활동을 겸해 교내 신문부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교내의 크고 작은 행사를 취재하여 학기말에 한 번씩 일 년에 총 두 번 교내 신문을 제작하는 일이 가장 큰 할일이었다고 기억한다. 교내 신문이라는 매체가 으레 그러하듯, 신문부는 대단하게 존재감이 있거나 동아리 활동 자체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부서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어떨지 ...
정소연 작가는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 ‘SF소설을 SF소설답게 만드는 것들’에서 ‘2020년대 작가로서 느끼기에 한국이 멸망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정소연 작가는 멸망의 시발점이 되는 요소를 몇 가지 언급한 후, ‘내가 있는 환경에서, 특히나 요새 같은 기후위기라든가 이런 게 문제 되는 상황에서, 지금의 환경에서는 유토피아적인 세...
‘환대의 공간’이라는 말에 꽂혔던 때가 있었다. 실은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누군가에게(실은 나에게) 유해하지 않은 공간, 여기서만큼은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은 크든 작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대놓고 호모포빅한 사회를 견뎌나가기 위해 쉴 새 없이 거짓말로 일상을 다져나가야만 하는 성소수자...
최근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사이렌’을 보았다. 신체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각종 직업군의 여성들이 모여 어느 직업군의 여성이 가장 강한지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경찰, 소방, 군인, 경호, 스턴트, 운동선수까지 다양한 직군의 여성들이 참여했고, 장작패기부터 몸싸움까지 온갖 방식의 싸움을 거쳐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줬다. 그 안에는 정직한 여...
나는 가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 돌아다니는 몇몇 주장에 진력이 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여성 입학 반대 사건’이라든가,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실천하자’나, ‘정상에서 만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봐야만 했던 시기가 그랬다. 이 문구 속에 있는, 이 사건에 면면히 흐르는, 이 상황을 대하는 태도에서 흐르는 무해함과 유해함의 치열한 ...
조선에서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황실의 말년은 대체로 비참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종은 13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그 중 성인으로 자란 자식은 순종과 의친왕 이강, 영친왕 이은과 덕혜 옹주 넷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죽은 황손도, 해를 채워가며 살았던 황손도 불행하긴 마찬가지였다고 전해진다. 권비영의 ‘덕혜 옹주’는 그 중 성...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 최초의 소설은 판타지 장르였다.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전, 한국 판타지 장르가 좁디 좁아 작가들을 한 손에 셀 정도로 작고 외딴 장르였던 시절이었다. 물론 나는 매우 어렸으므로 그때의 장르 분위기를 정확하게 알거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해 듣기로는 그랬다는 거다. 내가 아장거리는 아기이던 시절부...
방송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 자신의 무성애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번 어려운 일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유성애 사회이기도 하고(깻잎 논쟁 같은 게 주기적으로 이야기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로맨틱 끌림과 성적 끌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다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누군가를 잠재적 연애 / 결혼 / 성관계 대상자로 보는 경...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내성적이라는 말의 완성형 같은 아이였다. 소심하고, 조용하고, 정적이었다. 말수가 적고 심약해서 누군가의 부당한 말을 똑부러지게 받아칠 줄도 몰랐다. 아홉 살 즈음에는 학교에 가면 아예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기 시작했고, 예정된 수순처럼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그때 겪은 일 중 하나는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구석에 몰아세워져서 다수의...
'Englishman in New york'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오래되고 유명한 노래. 1987년에 처음 발매된, 가수의 실제 지인을 모델로 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의 노래이자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다. 낯선 땅에 사는 적법한 이방인들에 대한 노래. 나는 이 노래를 몇 년 전 한 유명한 가수가 버스킹하는 영상으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한동...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백수가 되어서 갑자기 한 생각은 아니고, 요 몇 년 사이 문득문득 했던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면, 그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나를 알거나 내가 아는 사람일 수밖에 없고, 그런 사람들은 황공하게도 극진히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라 그렇지 않다고, 네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보라고, 꼭 뭘 이뤄야만 하냐고, 아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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