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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에 있는 흉터를 바라보면 피가 끓는 목소리가 저절로 들려왔다. 귀를 막아도 뇌로 직접 웅웅 거린다.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목을 꽉 쥐고 놓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결벽증 환자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검은 것들을 지우고 부숴도 또다시 생겼다. 나는 울부짖는다. 그런다고 없어지지 않았다. 받아들일 때까지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낮게 ...
시끄러운 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렸다. 쿵쿵 거리는 음악 소리, 병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말소리, 바닥에 신발이 긁히는 소리, 온갖 소리가 머릿속을 매웠다. 심장이 소음들에 맞춰 뛰며 죽어갔다. 폭풍처럼 쏟아져오는 소리들 속에 도리어 평온을 찾았다. 뇌를 쑤시는 악몽들이 주는 아픔이 줄었다.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 1월 1일, 새해였다. ...
그건 최근에 생긴 욕심이자 소망이었다. 쉽게 바란 것도 아니며, 잠깐의 변덕이 아니다. 누구나 가족을 찾고 싶어한다는 통상적인 관념이 온원을 빗겨나가지 못했을 뿐이다. 가장 처음 생각한 건, 위무선이 잠깐 떠났을 때였다. 그가 연약하게 흩어질 바람같이 휙 사라질 것처럼 굴었던 이유를 어린 날의 온원은 어렴풋이 알았다. 기억이 돌아온 뒤 웃으며 등을 도는 위...
그건 위무선이 사술 연구를 하던 중에 일어났다. 운심부지처로 돌아온 지 어연 몇 달이 지나고 위무선으로 인해 가규가 몇 개 추가되었고, 조용했던 산 속 고소의 운심부지처는 하루가 멀다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남망기의 배려로 머물기로 한 운심부지처는 오래 전 위무선의 기억과 달리 평화로운 곳이었다. 예전에는 그리도 따분했고 지루했으며 답답했었는데, 지...
아나킨 스카이워커 X 오비완 케노비 54,000자 가량, 유료발행글 8,000원 생각보다 상당히 불친절한 글입니다... 이게 다 글쓴이가.... 마감에 치여 살기 때문입니다. 고칠 의지가 없느냐 -> 네.......... 18년도 아나오비 앤솔로지에 냈던 원고 맞습니다. 수정본으로, 40p->80p 두배로 됐답니다. 만약, 앤솔로지를 갖고 계신 ...
가독성을 위해 편집함 / 교류전 원고였기에 100원 걸어둡니다. / 25,000자 가량 온 몸이 으슬거렸다. 감기인가. 입 안에 도는 말을 뱉으니 피부 끝이 서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불쾌한 감정이었다. 가슴이 서렸다. 텁텁한 담배 냄새가 혀를 간질였다.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고개를 돌리면 넓은 자리를 가득 채운 남자만 보일 뿐이다. 한태주는 강...
잿빛이 물들어 빗방울을 떨굴 것 같은 하늘을 뒤로 하고, 신스케는 얼굴에 튀었을 피를 닦았다. 손마저 붉어 소용이 없단 걸 깨닫고 손을 내렸지만, 앞은 여전히 붉은 색 천지였다. 눈을 비빈다고 달라질 광경은 아니었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앓는 곡소리가 들렸고, 그 사이를 지나가며 생존자를 찾는 흰색 머리도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전시 중 각개전투가 일...
가끔 앞이 안 보여 울었다. 신체적으로는 정상이니 심리적인 요인일 것이다. 난 목소리를 낼 수 없어 소리를 삼키던 때를 기억한다. 아주 간혹, 눈물을 입에 머금고 짐승의 소리라도 내며 무릎 꿇었을 땐 세상이 그 날 무너지지 않은 걸 자주 원망했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괜찮아졌다. 내가 입에 담고 뱉어내는 욕설은 추잡한 흙과 만나 여기저기 튀었고, 결국 내 ...
긴토키에게 어려운 존재가 있다면, 그건 의외로 다카스기의 옛 동료들이었다. 흉악범도 그들보다는 편할 것 같았다. 얽힌 과거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긴토키에겐 그들은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 같은 존재였다. 사건의 뒷배경에 그들이 있으면 한숨부터 나오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나서서 죽일 수는 없는 존재. 다카스기의 동료라는 이유였고, 그들에게도 긴...
띵동- 연휴의 시작은 경쾌한 초인종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곧이어 '피자 배달이에유!' 외치는 말이 들렸다. 시계는 9시를 가리켰다. 이른 시간부터 동거인이자 피양육자의 크리스마스나기를 위해 일어나있던 집주인 긴토키는 의아해했다. 카구라가 시킨 건가? 그러나 성인을 맞이한 아이는 이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날이라 친구들을 만나러 아침부터 뛰쳐나갔다...
다카스기가 에도로 돌아왔다. 그 말은 즉슨, 그의 얼굴이 찍힌 수배지가 길거리에 날아다니는 걸 태연히 지켜볼 수는 없다는 거였다. 아직 에도는 혼란한 상태였으니, 전처럼 양이지사 척살에 혈안이 되지는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까도 경찰들을 앞두고 실수로 그의 이름을 불러서 큰일 날 뻔했다. 그가 공식적으로는 죽은 상태라 다들 의아한 표정이었지...
건네받은 서류 앞에 적힌 이름은 야마모토 타이치, 그게 해결사가 호위할 총리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두꺼운 뭉치에 중요한 정보는 없었다. 초대총리의 파격적인 계획을 일부 수정하여 보수파까지도 수용하고자 했던, 신진인물이라는 평이다. 뒤로는 과거 막부 관료의 돈과 지지를 받는다는 말이 돌고 있었지만, 이러나저러나 당선될 게 확정된 상태였다. 그게 긴토키가 아...
사람의 기억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있어, 어떤 한 계기로 순식간에 찾아오곤 했다. 괴로운 기억은 더 그랬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모든 선택이 그와 관련이 있었기에 더 그럴 것이다. 그랬기에 잊은 척 살아도, 사실은 잊을 수 없는 거였다. 잊기 위한 발버둥이었기에, 더 지워지지 않는 거였다. 신파치는 피가 흥건한 이불을 쳐다봤다. 어렴풋이 알았다. 그의 상사는...
히지카타는 담뱃갑을 내려다봤다. 아직 귀가 먹먹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기억이 끊긴 느낌이다. 둔소에 급하게 들어왔고, 방으로 뛰어 들어와 이불 안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 곱씹었다. 긴토키의 손길과 신음, 뱉은 단어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는 정말 아무 의미 없이 한 행동일까. 긴토키는 휴지 덩어리들을 쓰레기통에 넣고 콘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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