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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의 영기를 삼킨 어린 요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광문의 흔적도 산 중턱에서부터 끊겼다.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하늘도 땅도 모를 일이었다. 은호는 동편 하늘이 어슴프레 밝아오자 수색을 포기했다. 그 사이 그의 제자는 엉망이 된 상록의 묘를 – 묘 역할을 했던 바위 조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애초에 인간의 묘 같은 게 아니라고, 이제 상록의 영기마저 ...
까맣게 스러졌던 의식이 돌아오고 처음 느낀 건 매서운 바람, 바람결에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였다. 듣는 사람의 귀를 파는 쇳소리에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흐릿한 의식에도 분명 느낄 수 있는 광기가 있었다. 원은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광문의 비웃음을 들었다. 영약 주머니, 양기, 10년 전의 부상, 평난후……. - 아, 그래서 스승님이……. 그래서 나를...
결국 싸움을 시작했지만 은호는 무작정 덤빌 마음은 없었다. 그는 어쨌든 원이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랐다. 아이가 돌아가려면 적어도 이 산은 무사히 벗어날 수 있어야 할 터였다. 아이가 산을 벗어날 때까지 광문을 묶어둘 수 있다면. 그는 바람으로 광문이 두른 연기를 흩어버리는 한편, 원을 반석 아래로 끌어내렸다. 원은 아직도 의식이 없었다. 은호는 잠시 원과...
은호가 광양산 제일봉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먹구름은 물러나지 않았다. 바람도 불지 않는 산 정상에 요기만 자욱했다. 들짐승이든 날짐승이든 살아 있는 것은 절로 피할 음산한 기운이었다. 이런 곳에서 인간 도사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은호는 다급히 제일봉 중앙으로 향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들른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제일봉은 달라진 게 없었다. 상록이 살...
영물로 타고난다 해서 모두 요괴가 되는 건 아니다. 요선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요선은 제자를 많이 두지 않았다. 요선 자신의 수련만 하기도 힘들거니와, 제 수련법이 제자와 맞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요선이 제자 하나를 양성하려면 인간 도사의 수십 배 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현랑과 은호, 두 제자를 함께 길러낸 상록은 요선치고 참 드...
노을과 안개가 겹쳐 사방이 부옇게 물들었다. 앙상한 나무만 드문드문 선 바위산은 붉은 하늘아래 더욱 쓸쓸해 보였다. 원은 그 황량한 경치를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은 선생이 툭 던져준 산의 내력은 주변을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은 선생이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많이 이야기해준 것은 처음이었다. 원은 은 선생이 대략 얼마나 살았는지 처음 들었고, 20...
이백년 전, 그때의 광양산은 지금보다 훨씬 소란스러웠다. 대륙 곳곳에서 도사들이 요괴 토벌에 나섰고 요괴들은 마을을 벗어나 외진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은호의 수양지였던 광양산에도 겁에 질린 요괴들과 겁 없는 도사들이 성큼성큼 발을 들여왔다. 도사들은 요선과 요괴를 구분하지 않았다. 영기가 깃든 인간 아닌 존재는 모두 토벌 대상이었다. 도사들의 편견과 ...
제자가 자신을 놓치지는 않도록, 그러나 절대 따라잡지는 못할 속도로 은호는 산자락을 넘었다. 그는 뇌리를 떠도는 상념을 지울 수 없었고 그런 모습을 제자에게 보여줄 자신도 없었다. 왜 하필 원이 그 동굴로 다가갔는지, 왜 하필 그 순간 도사가 어린 요괴들을 겁박하고 있었는지, 왜 원은 목숨까지 걸며 요괴들 앞을 막아섰는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그는 원...
비명소리의 주인은 덤불 너머에 있었다. 자그마한, 원의 허리깨에나 올 아이는 몸을 잔뜩 옹송그린 채 벌벌 떨었다. 아이 뒤에는 그보다도 작은, 이제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둘이 역시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 둘은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아예 끽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는 붉은 말이 서 있었다. 아니, 적어도 원이 본 동물 중에는 ...
양양성을 지나 다시 나흘이 지났다. 길은 점차 거칠고 좁아졌다. 서서히 언덕도 늘었다. 주술의 효력이 다해 마차를 멈출 때마다 원은 주변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고작 일주일 (보통 사람이라면 이십여 일 걸렸을 테지만) 달렸을 뿐인데 그가 봐왔던 어떤 풍경과도 달랐다. 어린 시절 명절마다 들렀던 익주는 언제나 사람으로 복작복작했다. 일곱 살 무렵 스승을 ...
원이 쓰러지자 은호는 퍽 난감했다. 아니, 기실 원이 손을 뻗어오기 전부터 난감했다. 원이 그에게 제 아비와 얼마나 함께했느냐 물어올 줄은 몰랐다. 물어오더라도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적절한 대답도 준비하지 않았다. 설령 대답하게 되더라도 사실을 말하면 그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물어오니 말문이 막혔다. 왜? 무엇이 저어되어서? 요선...
복만루는 양양성 안에서 삼대째 운영하는 객잔이었다. 양양성은 주변에 큰 강도, 시장도 없는 자그마한 성이었고 복만루도 딱 양양성의 번영만큼 객잔을 운영해 왔다. 내내 지지부진하지만 그럭저럭 유지는 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복만루의 간판은 3대째 변함없었고, 찾아오는 객의 부류도 3대째 비슷비슷했다. 10월 여드레째 밤, 그 손님들이 오기 전까지는. 그들은 ...
광양산은 수도로부터 수만 리 동쪽에 있었다. 두 산맥이 맞닿아 험산이 겹겹이 솟아 있는 중, 그중에서도 광양산은 사람 발길이 끊긴 곳이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를 맴도는 것은 흑수리들 뿐이었고, 그들조차 산봉우리 근처로는 날지 않았다. 어느 지도에도 산의 위치가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았다. “광양산이요? 가만 있어……. 아직 거길 그렇게 부르던가? 약초꾼들은...
“스승님! 스승님!” 정원에 사기가 가득했다. 풀 한 포기 나뭇가지 하나 그대로이건만, 방금 전 저와 스승이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던 금빛 정원은 사라져 버렸다. 도문이 트이지 않은 인간이라도 불길함을 느끼고 물러날 사기가 정자의 난간에, 잔잔한 호수 위에 가득 깔려 있었다. “스승님!” 원은 불길한 바람을 헤치고 다짜고짜 스승에게 달려갔다. 비스듬히 ...
북서 해안을 정벌하고 돌아온 후, 한성은 줄곧 도성 근교에 머물렀다. 전국을 제 땅처럼 주무르고 바다 밖까지 오가던 이가 가만히 들어앉자 뒷말이 무성했다. 그의 정적들은 분명 한성이 황궁에 노리는 바가 있을 거라고 수군댔다. 과연, 한성이 도성으로 돌아온 얼마 후 그의 누이인 한 미인이 공주를 낳았다. 와중 내궁의 주인인 곽 황후는 네 번째로 유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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