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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에게 사랑받았다던 이는 죽어 꽃이 된다. 그것은 아름답지만, 참으로 연약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은 아이의 손길로도 무참히 꺾여나갔다. 신의 사랑이란 이토록 무심해서, 한 철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시들어 버렸다. 신들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너무 변덕이 심해서, 인간따위에게 영생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 아름다움이라도 보존하려고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콜록콜록 어딜가던 기침소리가 들렸다. 콜록콜록콜록 아이작은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래도 기침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콜록콜록콜록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던 어머니는 늘상 그렇듯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집안에서 기침 소리는 연례 행사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애가 줄줄이 딸...
어느날 폐허에서 소년은 작은 불꽃을 주웠다. 소작해야 소년의 손바닥에 전부 들어오는 작은 불꽃은 아스라이 흩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소년은 작은 불꽃을 품에 안고 몸을 웅크렸다. 폐허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소년은 간신히 찾은 지붕 아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피해 더 구석진 곳으로 들어갔다. 물에 젖은 옷가지가 피부에 차갑게 들러붙었다. 소년이 내쉬...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천장이었다. 나이오비는 한숨을 쉬었다. “하, 일이 많은데.” 나이오비는 양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굴에 닿는 감각이 없었다. 다시금 눈을 떠보니, 물감이 칠해진 유리처럼 손의 건너편이 보였다. “뭐, 뭐야! 뭐야, 이거 왜 이래?” 나이오비는 동상이라도 떨쳐내려는 것처럼 양 손을 주무르고 문질렀다. 그래도 양 ...
나이오비는 테라스 난간에 몸을 기댔다. 철제 난간은 못이 닳았는지 비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위험하게 기울어지는 난간에 온 몸을 맡기고 나이오비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손끝에 닿은 작은 불꽃에 담뱃불을 붙이고, 팔을 난간에 걸쳤다. “후우….” 어둑어둑한 하늘에 칙칙한 연기가 흩어졌다. 나이오비는 피곤한 눈을 가뭇가뭇 떴다. 축 쳐지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
리버포드, 당신을 기다리는 리버포드 그녀를 아시나요? 그녀는 언제나 혼자 도로를 활보하죠 아, 최근에는 작은 아이를 데리고요 푸른 색의 짝과 함께 아름다운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그녀를 말하나요? 아닐 거에요 그녀가 짝과 함께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거든요 큰 모집을 가지고 여기저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제일 먼저 머리를 들이미는 그녀를 말하나요...
직장인은 돈으로 덕질을 합니다...!;ㅂ; 와아 꿈에서도 상상도 못 해본 컾링 연성하시느라ㅋ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1도 접점없이 관계의 원점부터 시작하는 이작나비는 간만이라 좋네요~~
[야광꽃의 이번 임무는 알스토리아에서 등장했다는 트로이메아의 왕족을 조사하는 것.] 트로이메아의 왕족이 등장했다는 소식은 온 나라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이 8년만에 나타난 공주를 무조건 믿을 수도 없었다. 드림이터로 세계는 혼란스러웠고, 하루에도 나라 하나쯤 없어지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이런 때에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도 쉬워서 믿...
신은 눈을 떴다. 따사로운 볕 아래 반듯한 자세로 식사를 하는 공주가 보였다. 그의 앞에도 정갈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지만, 아침엔 좀처럼 음식이 입에 들어가질 않았다. 김이 식은 차로 목을 축이고, 오늘 일정을 되돌아봤다. 똑딱똑딱 머릿속에 작은 시계가 돌아가며 시간 단위로 짜여진 일정을 정갈하게 다듬었다. "저기, 신?" "왜 그러지?" 부르는 쪽을 바라...
까미유는 밤 10시 나이오비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수면제를 처방한 날이 어언 두어달을 넘었고, 단골 술집에서도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크게 별다른 것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잘 자.' '잘자요.' 딱 그 정도 인사면 족했다. 더 욕심낸 적? 없을리가. 그에게 그녀는 이를테면 계륵같은 존재였다. 그는 흔히 말하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였고, 그녀...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까미유는 달을 쥔 손을, 아이작은 달이 비친 눈을 바라봤다. 한 여름의 산토리니에 눈이 내렸다.나이오비는 아이스티를, 까미유는 와인을, 아이작은 독한 커피를 마셨다. 뭐 하나 접점도 없는 세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근처에 있다, 일이.” “우연히 동선이 겹치긴 했지만, 좋은 운명일지도 모르잖아.”'여기까지 와서 우연이라고.'...
그 누구도 잠들지 못한다 - 투란도트의 수수께끼 유령은 부활한다매일 밤에 태어나고 매일 아침에 죽는다그것은 죽음에 취한 사냥꾼그 누구도 잠들지 못한다검은 것은 희망없는 우울한 심야에 찾아든다 그 목소리를 들으라속삭이는 소리에 가려진 흩뿌려진 피를 보라그것은 항상 사람을 속이는 것그 누구도 잠들지 못한다하얀 것은 절망한 사람들 위로 위선의 망토를 펼친다그것은...
나이오비는 포크로 조각 케이크의 한 귀퉁이를 잘라 입에 넣었다. 달달한 맛이 입에 감돌았다. 그리고 레몬청이 들어간 홍차를 마시면 괜찮은 주말의 티타임을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도 붐비지 않는 주말의 카페 테라스라니, 날씨마저 완벽했다. 새로 산 옷과 구두, 트리비아가 손수 만져준 머리스타일까지. 봄 맞이 기분전환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할 나위 없었다....
클리브는 때때로 기시감을 느꼈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고, 그 다음엔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로 살인 사건을 앞에 두고 기시감을 느끼는 건 마냥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꺼림직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도 상황이 연쇄살인 사건이라면 또 말이 달랐다. 하필 클리브가 사는 지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자된 도리로 집에서 두 블록만 ...
오빠를 찾아 나섰던 가여운 여동생은 절박했다. 그래서 너무 쉬웠다. 오빠가 떨어트린 빵조각은 어느새 어른이 조작한 증거로 바뀌었고, 홀로 숲을 헤매던 그레텔은 과자집 문을 두드리고 말았다. 과자집의 마녀는 잔혹했고, 그래서 친절했다. 아마 끝까지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를 것이다, 마녀에게 잡아먹힐 때까지. "사신." 두터운 신도복에 가면을 쓴 아이작은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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