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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팔
해팔
영생하는 바다의 부유물

3. 레테의 비수 - 02

그이가 이룬 것들, 일군 것들, 그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내 사랑스런 아가들, 어미가 되찾은 것을 잘 지키거라. 그리고 어미를 잊지 말아다오....

그날 저녁은 다같이 사슴 고기로 포식을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아이는 크레온의 지시로 여인의 방에 빈 그릇을 가지러 갔다. 낮에만 해도 마치 광인같았던 여인은 마치 온 몸에 아무런 힘도 남지 않은 사람처럼 지친 기색을 한 채 침대에 앉아있었다. 아직 그녀의 그릇에는 음식이 반절 정도 남아있었다. 아이는 이것을 치울지 어쩔지 몰라 여인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

3. 레테의 비수 - 01

아코우 여신이 법과 질서를 만들며 피로 피를 갚는 식의 복수는 서서히 사회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는 온당한 절차와 처벌로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그 숲은 언제나 그늘져 있었다. 풍요의 신이 지나치게 많은 자비를 베푼 듯, 그 숲의 나무는 하나같이 키가 크고 잎이 무성했다. 한낮에도 하늘이 나뭇잎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 숲은 끝도 없이 넓었다. 아무리 능숙한 길잡이라도 숲의 가장자리에서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살아 돌아오질 못했다. 그 숲의 중심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건 오직...

2. 키벨레의 축제 - 03

아아, 신께 바쳐진 뱀을 죽이는 것이 대대손손 해를 미칠 만큼 큰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결코 그 일을 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내가, 내가...

약간의 먼지와 함께 문간을 넘어 온 것은 에피오네였다. 아르크가 박살이 난 문짝을 보며 얼떨떨해하는 사이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네, 네…?” “가자고. 여기 계속 갇혀있을 셈이야?” 아르크는 불안한 듯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문밖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어느새 깨끗이 사라진 상태였다. 에피오네가 금화를...

1. 아코우의 재판 - 03

저를 비롯한 고발자들이 종을 울리는 까닭은 눈 멀고 귀 먹은 여신께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아니하시고 오로지 율법에 의해 죄의 경중을 가리리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일부러 정비된 길을 살짝 비켜나간 채 걸었다. 관문을 정면으로 마주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관문 대신 도시의 경계를 표시하는 담벼락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디나메네의 걸음이 저도 모르게 점점 빨라졌지만 아르크는 그녀를 몸으로 막으며 자신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관문 경비가 그들을 발견하기 직전, 그는 디나메네를 담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