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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인간으로 태어난 건 한 번뿐일 텐데,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쩌면 세상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걸까? 그래서 더 알고 싶었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사람들이 말했던 네가 모르는 사랑 말고 정말로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딸기를 든 손을 계속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눈이 흐렸지만 닦을 새 없었다. 그...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촬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 끽해야 카페에서 저번처럼 사진을 찍거나 옷을 몇 번 입다 말 거라 생각했는데, 그 둘을 동시에 하게 될 줄이야. 아직 옷을 다 고르지도 않았을 텐데, 여름옷을 사려고 온 거 치곤 갑작스레 한 일이 많았다. 가발도 쓸 줄 몰랐고, 메이크업도 하게 될 줄 몰랐고, 무엇보다 이렇게 하늘하늘한 옷을 찾을 생각은...
최근... 바빴는데, 여러 가지 일이 많아서 조금 정리를 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 짧게 공지를 올립니다. 1. 최근 준비했던 공모전들에는 떨어졌고, 다른 걸 준비하느라 여전히 바쁜 상태입니다. 기존에 쓰던 글을 올리다가 최근에는 시도 못 올리고 있고... 그래서 습작은 그 후에 이외에는 전부 비정기 연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연중이거나 갑자기 삭...
학교가 의외로 패션거리며, 상가들과 멀지 않아 그 근처로 갈 줄 알았다. 혜화가 어제 늦게 잊었다며 만날 장소를 캡처해서 보내줬는데, 우리 학교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타 학교 쪽이었다. 아마, 옆 학교 쪽으로도 옛날에 아는 친구들이 진학해서 더러 놀러갈게, 말만 했던 곳이었을 텐데. 우리 학교가 유독 학교 근처에 놀 곳이며, 먹을 곳이며, 즐길 곳이 없었으...
우산! 사월인데 비가 자주 내렸다. 더러는 소나기도 내리고, 학교를 오가는 사이 안 오다가 갑작스레 쏟아지는 둥 하늘은 제멋대로 객기를 부렸다. 꽃구경을 가려는 사람들은 비 내리듯 제 마음에 눈물이 쏟아진다며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아, 지금은 루나 씨 가게다. 우산을 돌려드린다고 해 놓고서는 동아리 방에서 선우와 그렇게 다툴 때, 아니 일방적...
극적이란 단어와는 어울리는 삶을 산 기억이 없었다. 가난을 실감하기엔 부모님이 짓누르는 빚에서도 내 공간을 마련해주셨고, 그다지 유쾌하진 않더라도 학창시절을 어떻게든 넘겨왔으니. 가능하면 다른 삶과 비교당하기 싫어 도망치듯 살았다. 그게 죄라고 한다면 기꺼이 그 항목을 지우고 지옥으로 갈 생각도 있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고 내가 특별해지는 건 아니었으...
*이번 화는 디스포리아 묘사가 조금 있습니다. 제가 잘 쓰는 편은 아니라 별로 몰입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으실 수 있지만 혹시나 싶어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우주에서 어느 하루를 똑 떼어다 다른 데에서 보낸 모양이다. 어젯밤은 그랬다.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내가 모르는 곳에 펼쳐진 별 커튼이며, 행성들이 노래하는, 조금 과하게 표현했다만 그런 하루였다. 여운...
인생이 소설처럼 문단 하나를 놓고 며칠이고 흘러버린다면 정말 좋을 텐데. 오늘 작은 기억을 그대로 꼭 안고는 여운이 가시는 걸 굳이 몸으로 느끼고 싶지 않은데. 야속하게도 복받치는 가슴은 들어오는 곧장 들어오는 손님들 덕에 팍 주저앉았다. 급하게 맞추던 입을 떼느라 얼굴이 달아오른 줄도 모르고, 나는 포크로 밥을 떠먹고 있었으니... 그 상황을 주욱 지켜보...
여름까지는 한참 멀었지만 오후 다섯 시여도 슬슬 더워지는, 게다가 캔에 담긴 거 치곤 도수가 높아 내 주량을 한참 초과한 술과 함께 온통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도 못했던 사람한테 기껏 고백했더니 사귀어 주겠다고 하는 이 상황이 ‘아득히 먼 봄이 지나갔다.’만 같았다. 자질구레하고 재미도 없는 일본식 말장난처럼 허투루 지나가기 딱 좋았다....
고민. 도희 얼굴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표정이 확확 바뀌는 건 아니었지만, 혜화랑 같이 나를 놀릴 때에 어투나 말이 조금 달랐다. 눈빛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그래서 고민이란 게 뭘까. 아무래도 혜화를 계속 의식하고 있었으니까. 혜화와 관한 내용이겠지? 선배, 혜화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혜화 제 거라구요. 같은 말이라도 할까. 도희 성격이라면 조금...
집에 오고도 침대에 종일 누워있었다. 잠이 제대로 안 와 뒤척이는데 누워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혜화가 생각났고, 천장을 보면 혜화가 생각났고, 눈을 감으면 혜화가 생각났다. 가슴이 간지러웠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계속 나를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젠장. 뇌가 고장 났다. 이미 그 일을 겪은 뒤로 멀쩡한 생각이 안 됐지만. 그렇게 저녁부...
저녁. 새벽은 아니지만, 제법 그럴싸한 어둠이 내리깔렸다. 문이 잠기지 않게 살짝 열고 이불을 들고 나왔다. 노을이 이미 제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먼지를 한 번 가볍게 털고는 지저분한 게 묻었는지 한 번 둘러봤다. 그나마 이불은 깨끗하게 쓴 모양이었다. 그 녀석, 그래 놓고는 동아리방은 개판 쳐놨단 말이지. 한 소리 하고 싶다만, 내가 ...
자, 그래서 재영아. 애들을 데려온 거까진 좋았는데 말이지. 다음엔 뭘 할 생각이야? 스스로 묻고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각 없이 동아리 문을 열었다. 거기엔, 분명 개강 전에 청소를 한 번 해뒀음에도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장구며 북이며 막걸리 병 몇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창문은 살짝 열려있어 그나마, 그러니까 정말 다 별로인데 걔 중에 겨우 나은 점을 ...
망루 끝에 달린 물방울은 지구 반대편에서 파도가 길어온 물일 것이다 파도가 길었고, 파도가 걸어온 길일 것이다 치솟아 뚫으려던, 미처 넘지 못한 거친 흔적이 낙하한다 뿔뿔이 흩어져 방울 단위만큼 작은 흔적은 보듬을 수 없고 가늠할 수 없고 구분할 수 없고 나눌 수 없다 같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상처를 기억하러 망루에 짙게 쌓인 먼지를 ...
종막을 향해 구르는 지구는 우주 끄트머리 작은 별들 중 조잘조잘 시끄럽기로 소문난 지금을 내달리는 곳 종일 멀쩡할 거란 생각이 안일하진 않고? 주구장창 땅 위에 올라가는 무게에 중심축이 구부러지면 어떻게 해 조심하잔 말로만 해결되지 않는 지평선이 거꾸로 휘는 날이 옵니다 정작 멸종할 거란 생각은 당연하진 않고? 장래를 걱정하느라 장례를 치르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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