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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꼭 감기에 걸린다. 갑자기 오락가락하는 기온에 취약한 걸 티 내기라도 하는 듯 변덕스러운 내 성격과 꼭 빼닮은 내 몸이었다. 그런데 이번 감기는 나를 최악으로 밀어 넣었다. 몸도 너무 아팠는데, 정신도 너무 아팠다. 우선, 이상하게 하루가 너무 길었다. 특히 이번에 처방받은 약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생겨 가장 아픈 날 이틀 동안 잠을 5시간도 ...
결핍이란, 불완전한 나를 주체 삼은 단어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문득 있다. 익숙한 멜로디들이 유난히도 가슴을 관통시키고, 흘려가도 될 말이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그런 날. 약을 먹어도 불안감이 가시질 않고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리는 날. 요즘의 나는 결핍이라는 단어의 뮤즈다. - 혼자서 보내는 하루는 정말 길면서도 짧다. 애초에 기상 시간이 2시, 3시 이...
청명의 햇살, 하지의 태양, 한로의 찬이슬, 대설의 눈송이, 같은 내 사람. 내 사랑을 감히 정의하기도 어렵고 뭐라 표현할 수조차 어려운 것이라 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게 일상이야. 가끔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내 얘기를 줄줄 쓰다가도, 결국은 깨닫고 뒤로 가기를 누르는 나. 청춘은 아름다운 것 같기도 죽을 것 같이 아픈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생과 사, ...
오랜만에 정말 행복했어. 네가 준 따스함에 오늘도 참 많이 녹았던 것 같아. 요즘 난 정말 많이도 추웠어. 늘 혼자라는 기분이 지속되고, 외로이 혼자 싸워가야만 하던 시간들이 길었어. 사실 너를 외면했던 시절도 있었어. 내가 너무 바쁘단 이유로 그저 외면했지. 그런데 넌 정말 여전했어. 여전히 뜨거운 태양 같은 너를 보는데, 많이 먹먹해지더라. 너는 나에 ...
떠나는 이를 보며 슬퍼 말아야 하는 의무감을 느끼는 이가 몇이나 될까. 나는 그랬다. 애써 웃어야 했고, 애써 덤덤해야 했던 사람. 모두가 떠나는 이를 향해 슬픔을 보낼 때, 나는 떠나는 이를 향해 미소를 보내야 하는 사람. 매 마르다 못해 갈라진 내 감정은 미소만을 내비치게 되는 그런. 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미소를 미치도록 후회하며, 그때 슬픔을 보내던 ...
오늘 당신이 그리워 바다를 다녀왔어요. 바람이 얼마나 온기 하나 없이 불어대는지 마지막으로 잡았던 당신의 손처럼 차가웠어요. 나는 아직도 마지막 모습이 생경해요. 참 잊고 싶어도 잊히지가 않는 것 같아요. 나는 당신의 좋았던 모습만 기억하고 싶은데, 행복했던 그 모습들만 추억하고 싶은데, 내 마음은 그런데 머리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괜히 코가 시큰해져 모...
고독과 너무나도 친한 사람이 있었다. 남들은 어떻게든 멀리하고 싶어 하는 그 죽일 놈의 고독, 어쩌면 그건 또 누군가의 인생 테마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늘 혼자였고 옆자리는 늘 빈 곳이었다. 채워질 듯 말 듯, 잡으려 하면 도망가는 게 옆 사람이었다. 고독함이라는 바람이 곁을 시리게 하면 괜스레 꺼내는 기타, 달빛에 기대어 유일하게 외로움을 달래는 그 순간...
유난히 차가운 바람들이 매서운 계절이었다. 어찌나 차가운지 방금 뱉은 숨결이 공중을 떠다녔다. 하지만 그 계절보다 더 차가웠던, 금속끼리 부딪히며 나던 그 마찰음- 나는 어쩌면 그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보고 싶은 그의 얼굴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물로 인해 그려졌다가 쉽게 번져가는 수채화처럼 번져간다. 나에게 유난히도 낭만을 알려주던 사람이...
시련 속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사람, 나보다 너무나도 족히 어른 같은 사람, 가끔은 다칠줄도 아는 사람. 그게 나에게는 다 너였어. 내게는 너라는 큰 세상이 있었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세상이었지. 사람들이 간혹가다 그러더라. 세상이 무너져도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그땐 사실 세상이 어떻게 무너지나- 하고 무시했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네가...
우린 벽 하나를 등지고 있어. 너는 나를 버렸고, 나도 널 버렸어. 그런데 이제 와 이러는 이유가 뭘까? - 우리 둘이 마주 보던, 우리 둘이 사랑하던, 그 방 안에 날 그대로 두고 가버렸지. 떠나는 너의 옷자락을 쥐고 바닥을 기었는데도 넌 날 떠났어. 미칠 듯이 불안했어. 손톱을 물어뜯다 못해 매일 손에 핏방울이 어렸지. 다른 사람이 생겨서 그런 걸까? ...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다. 누군가는 지우고 싶어 하는 과거가 있다. 무수히 많은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는 과거라는 병이 있다. 나는 그런 과거를 없애주는 일을 하고 있다. 단순 자료를 없애는 것 따위가 아닌, 그의 기억마저도 없애주는 것이었다. 누구는 폭력을 당한 과거, 누구는 폭력을 가한 과거, 누구는 평화로웠던 과거조차도 지워달라는 의뢰를 했었다...
부드럽게 울리는 피아노 선율. 그 위에 불리는 가사들이 매력적이고도 아름다웠다. 매주 다른 주제의 사랑을 말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매주 그걸 들으며 공감하고, 사랑하고, 이해했다. 왜냐면 내 사랑 역시 여느 사람과 다를 것 없이 그러했으니. 그렇게 매주 힘을 얻던 라디오에 드디어 사연을 보냈다. 이번 주의 주제는 나와 너무도 잘 맞았기에. -...
앞뒤가 모두 투명한 사람이 존재할까? 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그 아이를 보고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앞뒤가 모두 투명한 사람이란, 존재했다. - 나는 계속 이 작은 동네에 살던 토박이였고, 그 아이는 이곳으로 전학 온 뜨내기였다. 서울이라는 말로만 듣던 도시에서 온 학생이라는 말과 같이 정말 공주 같았고, 언뜻 보면 깍쟁이처럼 보이기...
한숨을 뱉지 않아도 입김이 저절로 나오는 계절이었다. 간신히 발목에 걸쳐진 원래 사이즈보다 조금 큰 운동화가 걸음마다 질질 끌렸다. 이렇게 최악인 이별 선물은 처음이야. -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늦어버린 시간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갔다. 10분 정도 늦게 나오니 평소보다는 덜 붐비는 듯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
나는 사실 처음엔 그냥 그 애가 부러웠어. 근데, 지금은 조금 사랑하는 것 같아. - 처음엔 정말 부러웠어. 나는 절대 가지지 못 한 것들을,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두 손에 쥐고 있는 꼴이 부럽기도 하고 뺏어내고 싶기도 했어. 그리고 그냥 호기심이었어. 이런 애들은 어떻게 사는지, 대체 어떤 대우를 받으면서 사는지.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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