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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내 몸에서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는 이 불꽃에 나 자신을 맡긴다면, 그때는 지금보다는 편해질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진 이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각인시키며 웃어넘긴다. 편해진다고? 나아져? 그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작은 손으로는 조금도 손댈 수 없는 문제라서, 조금 더 힘내보기로 했다. 힘내봤지만 해결할 수 없었다. 더 힘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더 더 힘내도 해결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내고 또 힘내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힘은 부족한 것이 맞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해결할 수 없을 거다. 단순히 당장 잡히는 문 하나를 막는...
" 박사." 그녀가 아니, '그것'이 박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박사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터벅, 터벅, 고요밖에 남지 않은 함선의 작은 방에서 들려오는 작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그것'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채 박사를 응시한다. "기다리고 있었어, 박사." 마치 가볍게 산책을 나온 듯 평온한 안색과 대비되는, 참을 수 없는 갈망이 새어...
...언젠가부터, 이 모든 게 꿈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 적이 있다. 딱히 꿈이면 좋겠다, 꿈이었으면 한다 같은 게 아니다. 정말로,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하늘 아래에 일어난 종말도,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도, 선택받았던 악도. ...빗방울에 젖어가면서도 타들어가는 나 자신도. 이 모든 게 꿈이라면, 과연 어땠을까....
타오르는 불길이, 하나의 삶을 끝낸다 해도...♪♬ 그래도 타오르네, 모든 걸 불살라야만 한다는 듯이...♪♬ 타들어가는 신음이 꿈속에서 메아리치면...♪♬ 나를 조롱하며 속삭이네...♪♬ 너야말로 심판받아야만 할 사람이라고...♪♬ 평생토록 악몽 속을 헤매며 영원토록 고통받으라고...♪♬ 만약,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해도 나는 분명 대가를 치러야 할 것...
복수라는 건, 근본적으로 뒤가 없는 행동이다. 그 복수가 성공할지 말지를 둘째 치고, 결국 복수를 하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될 연쇄가 완성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온 악의에 대해 승리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면, 그것은 기껏해야 그 악의를 자신의 순서에서 끝내버리는 것일 뿐. 또다른 악의로서 되돌려주는 것은 승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응,...
언제나, 불탄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대체 왜인지도 모르겠고, 실제로도 물론 전혀 불타고 있진 않지만. 어째선지 항상 어딘가에 불이 붙고야 만 채, 천천히 타버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악의를 볼 때마다, 이 마음에 대해 파고들려 할 때마다, 이 세상이 빗줄기로 흘러넘친다는 걸 자각할 때마다. 그리고 저 날갯짓을 보고, 울음소리를 들...
솔직히 주인이 밖에서 처음 그 연기를 해보겠다 했을 때, 처음 몇날 정도는 실수하거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응 뭐, 주인도 사람이니까 실전에선 실수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가끔 보다 보면 혼자만 다른 종족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꽤나 많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음~ 우리 엘레나가 어디 있을까요~ 분명 이쯤 어딘가에 있었던 거...
"너의 소설은, 꽤나 이상하네." 그 말은, 그녀에게 내가 쓴 이야기를 보여줬을 때 들은 첫 감상평이었다. "문체, 묘사, 내용, 모든 면에서 이상하지 않은 면이 없을 정도야. 이 정도면 이상하지 않은 부분이 이상하다 느껴질 정도로."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발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말이었을 거라는 건 알지만, 딱히 화가 나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이실까요, 우리 아키니티 씨?" "언제나 생각하는데 실재하는지도 모를 환상한테 이리도 잘 대해주는 놈은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 머리에 꽃밭 펼쳐진 놈아." "정말로 실재하는지를 떠나서 눈앞에 존재하는 이상, 적어도 지금의 내게 있어선 충분한 진실이잖아? 그럼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자면, 넌 스스로를 뭐라고 칭할 건데?" 내 ...
" 자, 체크랍니다." 탁, 하고 흑색의 나이트가 백색의 폰을 잡는다. 할아버님이 말없이 퀸을 움직여 흑색의 폰 하나를 잡고는 다음 수를 놓으라는 듯 가만히 있는다. 그냥 이렇게 체스만 계속 하는 것도 마냥 나쁘진 않지만, 그래선 할아버님이 굳이 날 부른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지금처럼 굳이 내가 나가려던 때에 부르셨다면 더더욱. "...음~ 할아버님, ...
"아하하, 그런 반응이어도 어쩔 수 없긴 하겠지~ 아직 어릴 때는 딱히 이해받지 못해도 좋다는 생각이었고, 지금은 이해할 수 없어도 나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생각되니까. 사람은 성장하면서 사회에 속하고 그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개인이 되기에, 군집 자체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전체를 바라보다 보면 개인의 그다...
"음~ 뭐 그런 것도 영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겠지~ 분명 그런 방식들도 나쁠 건 없으니까. 자신이나 주변의 안전을 위해선 더 좋다고도 할 수 있겠지? 모두가 언제나 성공만을 쫓을 필요도,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한번 뛰어내려 볼 필요도 없으니까. 오히려 내 입장에선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해주고 싶은걸? 나랑은 다르게 그 방법이라면 분명, 적어도 나보단 ...
"확신을 하든 불안에 빠진 채 비관하든, 결국 그 말대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법이잖아? 그렇다면 결국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라 비관할 필요는 없는걸. 그런 불안한 만약을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만들고자 하는 미래에 더 집중하면 되는 거니까. 10번 시도해서 10번이 무너지고, 20번 시도해서 20번 배...
"저도 말이죠, 웬만해선 웃으려고 했답니다?" .....아, 말을 이어가며. 머리 한켠에서 생각해본다. 이건 위험하다고. "응, 실제로 즐기기도 했어요. 어차피 여러분이 무슨 짓을 어떻게 하든 딱히 저에게 피해가 갔던 것도 아니니까." 치직, 하고 시야에 노이즈가 끼는 것만 같다. 생각 또한 달라진 건 없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본능적인 저지가 마음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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