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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히토는 아침 조깅을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산뜻한 상태로 집을 나섰다. 조깅을 하러 나가기 전에 조금 마셨던 단백질쉐이크를 그새 소화시켜 버린 배가 꼬르륵 소리를 냈다.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간혹 낯익은 얼굴들이 건네는 인사에 답하며 들어가 분주소의 문을 연 요히토를 돌아본 진바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어, 코코노에! 일찍 왔구만!” “어라, 벌써 ...
‘물…’ 잠에 빠져 있던 위무선은 목이 바짝 마르는 갈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실내가 추워 화로를 켜놓고 잠든 탓에 공기가 너무 건조해진 모양이었다. 슬그머니 침상을 빠져나오려던 위무선은 갑자기 소매를 잡아채어 당기는 힘에 뒤로 풀썩 주저앉았다. “윽, 남잠. 깼어?” “......” 돌아본 위무선은 피식 웃었다. 위무선의 소매를 세게 잡아당긴 장본인이 여...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친 아침 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찌는 듯한 더위가 잠시 물러서고 아직 낮게 깔린 비구름 사이로 태양이 어슴푸레한 빛을 뿌리며 솟아오르는 아침은 그동안 열대야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있어 매우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임이 분명했다. “아서? 무슨 일 있어요?” 한 사람을 제외하면 아마도 그랬다. 프로젝트를 결행하기로 한 날 아침, 작업실에 모...
아침부터 시끄럽게 꽥꽥 울어대는 오리의 목을 비틀어 꺾으며 아리아드네는 머리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아서와의 약속을 기억해 냈다. 아서에게 프로젝트 노트와 참고용으로 부탁했던 해외 건축물의 도안을 받기로 했었던 것이다. 더불어 돌아오는 길에 이 쓸데없이 시끄럽기만 한 오리를 갖다 버리고 새 자명종 시계를 사자고 마음먹으며 아리아드네는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대충...
순식간이었다. 서류뭉치를 한껏 쌓아올린 의자를 들어 옮기던 임스의 발이 약간 들뜬 러그 모서리에 걸렸다. 넘어지려는 임스를 향해 아서가 팔을 뻗으며 달려든 건 좋았지만, 넘어지는 임스의 몸을 받치려던 아서의 손목은 조금 과하게 꺾였다. 아서는 저도 모르게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고, 임스는 쓰러져 나뒹구는 의자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착지함과 동시에 아서의 손을...
“임스.” “응?” “당근은 싫다고 했잖아.” 몇 번째 듣는 투정이었는지는 세다가 까먹었다. 임스는 몇 번째인지 모를 대답을 아서에게 들려주었다. “당근은 몸에 좋다고, 달링. 비타민 A가 풍부해서 밤에도 잘 볼 수 있어.” 그리고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덧붙였다. “침대 위에서 내 멋진 몸을 더 잘 볼 수 있다는 얘기지.” 식탁 아래서 발길질이 날아왔다....
"어머… 임스!" 아리아드네의 놀란 듯한 외침에 작업실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피팅이 완벽한 짙은 회색의 쓰리피스 수트를 갖춰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임스가 서 있었다. 수염까지 말끔하게 깎은 임스에게선 평소의 약간 유들유들한 한량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모두가 임스를 향해 제각각의 감탄사를 던졌다. "임스, 평소에도 그렇게 하고 다...
“이봐 아서, 얼마 전에 왔을 때 여기 깔려 있던 러그 어디 갔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있던 아서가 응? 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대답했다. “주스를 쏟아서 세탁소에 맡겼어.” 러그가 빠져나간 소파 아래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허전해 보였다. 임스는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앉다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어떤 의뢰인이 가져온 매우 힘든 의뢰에서 일이 시작돼. 그 의뢰는 치밀한 조사와 오랜 준비를 필요로 하는 힘들고 어려운 프로젝트. 수도 없이 많은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전 준비작업 때문에 아서는 하루가 다르게 지쳐가고, 아서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임스는 아서를 돕기로 자청해서 함께 조사를 하지. 하지만 실질적인 필드웍은 아서가 아니면 하기 힘든 거였고 임...
아서는 모르는 길을 걷고 있었다. 누르스름하게 낮은 하늘 밑 흙먼지가 조금 피어오르는 그 거리 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적한 보도를 몇 걸음 걸어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 앞을 별 생각 없이 지나치려는데 약한 꽃향기가 가늘게 코끝을 스쳤다. 꽃 자체의 향이라기보다는 좀 더 인공적인- 그래, 향수의 냄새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골목 안쪽을 보았지만 ...
바쁜 아침이었다. 임스는 토스터를 눌러 아서가 꽂아놓았던 빵을 빼내 접시에 올려놓고 가스레인지 앞으로 달려가 아슬아슬하게 타기 직전인 베이컨을 뒤집었고, 바지 버클을 잠그며 뛰어나온 아서는 허리춤에 비어져 나온 셔츠 자락을 넣지도 않고 토스트 위에 치즈를 까 얹으며 토스터에 다음 빵을 집어넣었다. "7-B 폴더 챙겼어? 오늘 그거 필요하다며." "아." 익...
안개비가 내리는 밤거리에서 아서는 그날 밤의 일을 생각했다. 차갑게 식은 입술을 가득 물고 있는 동안 은근하게 데워져 올라오는 온기, 깊게 들어와 입천장을 미끄러지고 앞니 뒤를 훑으며 지나간 혀, 강하게 빨아들이고 다시 내뱉는 깊은 숨결에 울렁이던 가슴 같은 것들. 도시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고 겨울이 끝나면 돌아오기로 한 남자를 만나는 날은 이 지독한 겨울...
임스는 약속에 자주 늦는다. 5분씩, 10분씩, 많이도 아니고 그렇게 조금씩 자주 늦는다. 아서가 짜증을 내고 힐난하면 미안해, 미안해, 하며 웃음으로 얼버무리지만 그렇다고 이제 늦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도, 시간에 맞춰 오지도 않는다. 임스는 자주 늦고, 아서는 그때마다 화를 낸다. 하지만 아서가 모르는 것이 있다. 사실 임스는 약속에 늦은 적이 단 한 번...
해시를 알리는 종이 잦아든 뒤 평온한 적막 속 어디선가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남망기의 가슴에 누운 위무선은 평소 버릇대로 옷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신기하네.” “뭐가.” 남망기의 물음에 위무선이 피식 웃었다. “나 원래 평소에도 네 옷깃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잖아.” “응.” “자려고 누우면 불을 끄니까 사방이 어두운 건 지금이나 평상시나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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