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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눈이 내렸다. 올해 처음 맞는 눈이었다. 커튼을 열고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반짝였다. 눈이 부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이른 아침이라 피곤해서 그런 건지, 간밤에 내린 눈 때문인 건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늑대는 눈을 좋아한다. 늑대를 포함한 개과 동물들이 다 눈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눈이 오면 이상하게 기...
9. ‘우리 아이가 늑대던, 고양이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우리. 내 아이, 김남준의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 살면서 한 번도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그 말은 신호탄과도 같았다. 준비, 시작. 이렇게 누군가 말해 준 것 같았다. 김남준은 1층, 나는 2층을 썼다. 1층엔 아일랜드 식탁이 딸린 작은 주방이...
8. “그냥 한번 해 본 소리예요.” 안채를 빠져나오면서 민윤기는 이렇게 말했다. 사방이 고요해서 그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먼저 구두를 발에 끼워 넣고, 흩어진 것을 가지런히 정리해 올려 주었다. 구두에 발을 끼워 넣는 민윤기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뭘요?” “본부장님 임신하고 싶냐는 말이요.” 아, 그 말이 좀 충격적이긴 했다. 내가 임...
7. 뜬금없이 신혼여행 이야기를 내뱉던 김남준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크고 웅장한 한옥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데도 돌담길이 끝나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 달리다 보니 입구가 보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갔던 고궁을 보는 기분이었다. 마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리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허리를 숙였다. 김남준이 ...
조금만 더 버티면 죽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필이면 오늘은 한파 주의보로 아침부터 시끄러웠던 날이다. 체감 온도가 영하 몇 도라고 했더라?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때리고 간 뺨은 조금만 건드려도 찢어질 것 같았다. 남준은 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같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더 그랬다. 핸드폰 ...
6. 이상하다. 상견례는 이미 했으니 날짜를 잡아도 진작 잡았어야 하는데, 호랑이 쪽에서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그쪽 집안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해야지. 이러다 장가 못 가 안달이 났다고 소문이라도 날까 두렵다며 할아버지께서 고개를 내저으셨다. 뭐, 어느 정도는 맞지. 역정을 내실까 봐 입 밖으로 내뱉진 못했지만 말이다. 민윤기와 매일 얼...
5. 저녁 식사 시간은 폭풍전야 같았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식탁에 합류한 탓인지 가장 상석이었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 “막내를 정말 그 집으로 보내시려고요?” 고요한 와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작은어머니였다. 아버지는 대꾸하지 않으셨다. 맞은편에 앉은 큰어머니께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 집에서 지참금으로 제시한 돈이 얼만...
4. 결혼 상대가 조건으로 내민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그것을 바로 눈앞에 두고 천천히 뜯어 보는 중이었다. 덜 여문 열매들이 최상위 포식자의 앞에서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 그래도 곧 맹수가 될 녀석들인데, 얕잡아 보면 안 되겠다 싶었다. 민윤기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고양이는 여태 본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물론 두...
3.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 부리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너그러운 호랑이들은 고양이의 변덕과 고집을 대부분 잘 받아 주는 편이었고, 고양이는 그런 맹수들 틈에서 나름 편하게 살았다. 하지만, 이번 변덕은 고기를 먹겠다고 했다가 생선을 내오라고 하는 그런 가벼운 수준이 아니었다. 수인 사회에서 집안의 결합은 곧 계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유가 있지 ...
2. 이번엔 끝을 보고 싶었다. 결혼 상대라며 얼굴을 비춘 사람이 벌써 다섯 손가락을 넘겼다. 이러다 열 손가락을 채우고 유명인사가 될 것 같았다. 누구든 좋으니 제발 저 좀 데리고 가세요. 마음 같아선 이마에 그렇게 써 붙이고 싶었다.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노발대발하실 일이었다. 한국 토종 늑대. 나의 가족에게, 그리고 나에게 붙은 이름. 나는 이 이름을...
1. 포유류치고는 몸이 찬 편이었다. 엄마도 그랬다. 그게 이유였던 건지 모르지만, 어미와 나는 매일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눈을 뜨면 어미의 품 안에 있었고, 눈을 감기 전에도 그 품을 찾았다. 이런 일상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나를 두고 잠깐도 쉬지 못하는 사람처럼 굴더니 거짓말처럼 아주 눈을 감아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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