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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검은 세단이 차체만큼 낮은 모래먼지를 가라앉히며 정차했다. 포장도로라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진 길 위를 굴러가기 위해 갈아끼운 타이어 말고는, 외관상으론 거의 아무 부분도 개조되어 있지 않은, 메르세데스의 2028년도 마이바흐였다. 요란한 튜닝이 깃들지 않은 차체를 볼 때마다, 제 몸에는 손 하나 못 대게 하는 그 냉랭한 주인이 생각나서 꼴린다고 ...
"얼마나 다친거야? 많이 아파?" "부, 그만..." 버논이 부의 목을 감싸쥐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버논을 쳐다보던 부의 입술이 반쯤 벌어진 채로 멈췄다. 버논이 애써 울음을 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아직, 회복 중이니까... 목 쓰지 말고 조심하자." "회복?" 멀찍이서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하치가 툭 말을 뱉었다. 다음 말이 이어지...
차 안은 답답하도록 고요했다. 두 사람 다 창 밖을 주시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버논은 핸들을 잡은 채 부옇게 먼지가 피어오르는 앞유리만 쳐다보고 있었고, 부는 고개를 돌려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워보이들이 지키고 있는 철문을 지나자마자, 버논은 사격 연습을 하기 위해 늘 지나가던 길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처음 보이는 무너진 건물과 도...
굉음이 밤공기를 찢었다. 과열된 엔진에서 증기가 피어올라 앞유리를 가렸다. 갈라졌던 정적이 덜덜대는 엔진소리가 잦아드는 것으로 봉합될 즈음, 멈춰선 차의 운전석 문이 걷어차이듯 벌컥 열렸다. 쏟아져내리다시피 땅을 밟고 선 이는, 곧바로 반대편으로 돌아가 조수석 문을 열고, 누군가를 안아내렸다. 조심히 받쳐든 목에서 손잡이처럼 매달린 것이 자잘한 빛을 냈다....
비가 길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부는 창가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아 노래를 흥얼거렸다. 버논은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면 안 된다는 말로 부를 말리지 않았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부의 흩날리는 목소리보다 훨씬 컸다. 멀리서 낙뢰와 함께 천둥이 쳤다. 어둑한 방 안이, 번개가 칠 때마다 일순 환해졌다가, 차츰 먼지처럼 어스름이 다시 내려앉았...
"그러니까, 이 사람이 버논이 없는 동안 대신 집을 지켜준다고?" "멕! 풀네임은 헤르메스!" "아니 이름이 너무 요란하잖아." 부가 옆으로 홱 눈을 흘겼다. 멕은 자기 이름이 그런 것을 어떡하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지친 얼굴로 짐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던 버논도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 자기가 지어서 그래." "이름을 자기가 ...
도로라는 것을 버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몇 백년 전, 온 세상에 깔려 있던 콘크리트가 갈라진 자리에는 금방 풀이 돋았고, 얼마 안 가 그것들마저 시들해지면서 까만 타르 덩어리들은 조각조각으로 분해되고, 허물어졌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시간의 흐름에 간단하게 소거되었다. 가끔은, 다른 이가 먼저 다녀간 흔적으로 타이어 자국이 깊게 남은 곳을 따라 운전...
잘 자네. 적사는 조용히 문 앞에 선 채로 웅크리고 누운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비가 멎은 새벽하늘이 흐릿하게 밝아오는 사이로, 버논과 부는 얇은 홑이불 하나를 나눠덮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버논은 발소리를 듣고 깰 줄 알았는데. 적사가 손에 들고 있던 봉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다. 습관이었다. 저렇게, 마음 놓고 잠들 만큼 물러져놓고는 어떻게 ...
"저기... 버논에겐 무슨 볼 일이신가요?" "오." 사신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두 사람 모두였다. 금발의 사신은 버논 쪽을 보고서 부채를 펴들며 입을 가렸고, 흑발인 쪽이 흥미로운 눈으로 부를 내려다보다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에 대해선 궁금하지 않니?" "저요? 저야, 저야 뭐... 저를 알고 계시던 건 아니니까..." "너를 알고 있진 않았지...
안내자를 따라 좁은 땅굴 속을 한참 이리저리 걸었다. 그러다 눈에 익숙한 사다리를 발견한 부는 곧바로 그 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목을 조이는 느낌에 켁 하며 비틀거렸다. 버논이 잽싸게 그의 뒷목을 낚아채 옷이 딸려간 탓이었다. 켈록거리며 왜 그래, 하고 항의에 찬 목소리를 내자, 버논이 조금 미안한 눈을 하고 목덜미를 한 번 주물러주더니 대답했다. "그 쪽...
음계를 맞출 피아노도 사라진 세상에서, 처음으로 도레미를 배운 아이들의 합창은 두번째에 끊겼다. 진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뒤를 돌아보다 버논과 눈이 마주쳐버렸기 때문이었다. 버논을 보자마자 아이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다른 아이들도 뒤늦게 버논을 발견하고는 긴장한 눈으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맹금류에게 형제를 ...
생각보다 민규는 갑작스러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의 부추김에 석식 먹을 때까지는 도망갈 생각도 없던 야자를 째고, 쟤 좀 귀엽네, 하던 정도의 옆반 여자애가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면 덥썩, 이 참에 얘랑 사귈까, 해버리는 성격임에도 그렇다. 그런 일들은 갑작스럽다기보다, 발생하기 전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에 가깝다. 미리 생각해보려 하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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