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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발간된 단행본에 포함된 외전과 후기입니다. 단행본 재판 예정은 없습니다. 이사라 마오에게. 지금 당신이 이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텐쇼인 군이 약속을 지켜 주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당신의 세계는 다시 여름이 되었나요? 그쪽의 세상은, 제가 아는 2025년의 모습일까요, 아니면 많이 달라진 모습일까요? 제...
1. 세간에는, 서쪽 나라 사람들은 신기하고 시끄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특히나 조용한 동쪽 나라 사람들은 서쪽 나라에 오는 것 자체를 꺼릴 정도이다. 동쪽 나라의 유명한 서책들에서, 서쪽 나라에 가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책에는, 서쪽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 과학자 ‘무르 하트’만해도 상상할 ...
라스티카를 온전히 보내고 온 날, 클로에는 가게 전체가 잘 보이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 창을 보았다. 창 앞에는, 라스티카가 즐겨 앉던 흔들의자가 있었다. 노인 라스티카는 그곳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가게 내에서 일하는 클로에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몸이 노화해 숨을 쉬기 힘들어졌을 때에도, 클로에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 상쾌하게 숨...
오랜만에 만난 둘은 정신없이 얼싸안았다가, 조금 어색하게 떨어졌다. 클로에의 볼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라스티카는 웃으며 클로에의 얼굴을 살폈다. 아직 젊은 나이이나 제법 멋진 재단사 티가 나는 그는, 아주 훌륭한 신사가 되어 있었다. 라스티카가 가르쳐준 예의범절과 기품을 몸에 두르고,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당당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어릴 적 ...
라스티카는 조용히 눈을 떴다. 창문이 열려 있어 바람이 들어와, 라스티카의 헝클어진 머리를 더욱 헝클었다. 약간 열린 눈꺼풀 사이로 빛을 바라보니, 벌써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라스티카는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클로에가 깨워 주지 않았는데 그가 자력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 시간까지 클로에가 라스티카를 깨워 주지 않는 일은 드물었다. 클로에가 라스티...
라스티카는 때때로 자신의 곁에 앉은 클로에를 돌아보았다. 클로에는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그러면서도 간혹 라스티카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다. 그간 라스티카에게 선을 그었던 것과 반대로, 무르와 샤일록에게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아서, 라스티카는 짐짓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항상 같이 있는 자기보다 가끔 보는 친구들이 ...
“클로에, 안녕?” “라, 라스티카?” 다음날 아침, 클로에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가까이에서 웃는 라스티카의 얼굴이었다. 라스티카는 클로에보다 먼저 일어났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싫었는지, 몸을 이불에 폭 감싼 채로 클로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에는 전날 피곤했던 탓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며 시계를 보았다. 그러나 시계는 클로에가 평...
멀리서 작은 흔적으로 볼 때와, 가까이에서 궁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은 확실히 달랐다. 그 위압감에 클로에는 저도 모르게 조금 주춤하고 말았다. 하지만 라스티카는 이런 궁은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물러서지 않고 고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나긋한 미소를 띤 채. 라스티카가 평온한 모습인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라스티카의 페르치...
마법관을 나서며 마법사들은 서로의 앞날을 응원했다. 원래 단체 생활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북쪽의 마법사들은 서로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 마법관에,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켜야 했던, 지켜야 할 것들을 바라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의 약점이 되는 그것을, 자신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이 영 불...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그리고 긴장감이 감도는 낮시간이 지나고, 순식간에 밤이 찾아왔다. 어느새 달은 강렬한 빛으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클로에는 그토록 크고, 밝고, 사람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달을 본 적이 없었다. 클로에가 살아 온 생에서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생에서도 전부. 마법사들과 현자는 서로를 격려한 후, 마법관을 떠나 마을과 떨어진 ...
클로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을 왔다갔다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 넓지 않은 방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늦은 밤이기에 발소리에 옆 방 사람이 깰까 신경이 쓰일 법도 했지만, 클로에는 지금 그것까지는 살피기 힘들었다. 모든 신경이 라스티카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클로에는 당장 라스티카에게 가야 할...
이를 읽고 클로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라스티카의 신부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것 정도는 라스티카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실종에 어떠한 슬픈 사건이 얽혀 있으리라고도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경위가 엮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 아프게 죽었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
아키라가 서쪽의 마법사들을 대동하고 릴리아나의 성에 갔을 때, 사람들은 서쪽 나라의 국민답게 마법사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반응이기는 하지만, 역시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 싫은 표정을 짓는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특히 인간을 무서워하는 클로에가 겁을 먹을까 더욱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키라가 슬쩍 올...
한순간에 시야가 높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심코 내린 시선 끝에, 클로에의 작은 손이 비쳤다. 순식간에 클로에의 몸은 원래의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누나들이 입고 또 입던 것을 물려받은 낡은 셔츠, 구멍을 기워 신은 양말, 볼품없이 마른 팔다리까지. 클로에가 알던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클로에는 반사적으로 눈앞의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어딘가 어수룩해...
달이 멀어진다. 한 천재 과학자가 그토록 사랑하고, 많은 이들을 광기의 끝으로 몰아넣었던 거대한 달이 땅에서 밀려 나간다. 강한 순수의 빛이 조금씩 줄어들고, 세계는 점점 어두워져 갔다. 마법사들은 제각기 주문을 외웠다. 검은 밤에 자그마하게 나타나는 별빛처럼, 마법사의 성정을 닮은 불꽃이 하나둘 타오르기 시작했다. 손바닥 위에서 타오르는 빛깔의 향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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