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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옆구리를 쑤시던 순간, 죗값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유진이를 울리고, 그 진심을 이용하고, 또 한 번 상처를 준 죄. 신에게 사정했다. 이걸로 내 죄를 퉁치고, 엄마를 저버릴 빌미가 되어주길. 나를 짓누르던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온전한 마음으로 도경수를 갖게 해달라고. 그리고 암전. 긴 잠이었다. 꿈에서 같은 장면이 재생됐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아...
그 날, 호재는 아버지 대신 사진관을 지켰다. 아침 9시. 평소라면 주말을 맞아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급한 볼일로 자리를 비운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호재는 눈곱도 떼지 못한 채, 잠이 가득 묻은 얼굴로 길게 하품을 했다. 사진관의 통창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이른 아침 햇살이 닿아 반짝이는 바다의 물결. 그 광경을 바...
친애하는, 나의 친구. 내 오래된 사춘기. 창가에 서서 떠나는 경수를 본다. 절대 돌아보지 않는 작은 등. 내가 유일하게 마음 놓고 볼수 있었던 뒷모습이다. 교복을 입은 채, 남색 책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도경수.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네 생각을 하지 않은 순간이 별로 없는데. 잠을 자도 네 꿈을 꾸는데. 너는...
열여덟의 여름, 경주. 나는 버스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탔다. 변백현이 머물고 있다는 펜션의 이름을 댔다. 기사는 그 곳까지 가려면 돈을 더 얹어줘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얼마를 부르던 상관없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금까지 모아온 돈을 죄다 가져온 참이었다.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기사를 재촉했다.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제발. 택시에서...
여름 방학에 같이 미국에 가자. 디즈니 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데리고 갈게. 거기 네가 좋아하는 거 진짜 많아. 같이 가면 라이언킹 인형이랑 텀블러도 사줄게, 내가. 완전 끌리지? 좋지? 준면이 형네 별장도 놀러 가자. 2층에 올라가면, 천장이 유리로 된 방이 있어. 밤에 별 보면서 누워 있으면 완전 천국이야. 거기서 너랑 키스하고 싶다. 안 간다고? ...
도경수. 말해 봐.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고, 혼란스러운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내가 이러는 게, 이상하냐? 그런데, 시발. 나 이렇게 만드는 건 너야, 개새끼야. 진짜 몰라서 묻냐? 그 새끼가 너 만졌어. 어, 팔도 만지고. 어깨도 만지고. 머리도 만지고. 네 뺨도 만졌어. 그리고 쳐다봐. 어, 쳐다봐. 아니, 나 안 미쳤어. 미친 건 그 최...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나는 자습을 하기 위해, 신관 건물로 다급히 걸어가고 있다. 담임의 심부름을 하고 온 터라, 자습 시간에 이미 늦은 탓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어깨에 누군가가 감싸듯 팔을 두른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 도경수, 언제 이만큼 컸냐. 변백현이 그렇게 말하며, 내게서 멀어지더니 월드콘을 던진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내자, ...
빨간 모자를 쓴 소년. 동아리장 선배가 내놓은 연극의 제목이었다. 모두가 시놉시스를 읽으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 틈에 서 있는 선배는 자기가 쓴 작품에 자아도취된 듯 했다. 시놉을 읽는 내내 눈물을 글썽이는 선배의 얼굴은 웃겼지만, 나는 시놉시스를 처음 읽는 그 순간 이미 울컥했다. 가슴을 울리는 잔잔한 감동, 그러한 감성을 지닌 이야기였다. 누구에게...
눈 앞에 펼쳐진 일은 좀, 어쩌면 많이 황당한 일이다. 샤워장에 다녀온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짧게 유추해보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맵게 끓일 거니까 다들 각오하고." 왜, "청양고추 없냐?" 변백현이 여기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것일까. "여기 있어." 그 옆에 조수 쯤 되어 보이는 김종인 역시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쟤네가 저...
노트 위에 그려진 변백현의 얼굴을 지우고 또 지운다. 지우개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손목에 힘을 꾹 주고 묵묵히 지워낸다. 어제의 기억이 나를 덮쳐온다. 오늘 우리집에서 자자, 도경수. 하교길, 내 팔에 매달려 가여운 얼굴로 조르는 변백현. 나 무섭단 말야. 그 큰 집에서 나 혼자 잔다고 생각해 봐. 불쌍하지도 않냐. 집에 귀신도 있는 것 같고. 이번에는 ...
계란말이 접시 위 젓가락이 챙, 소리를 내며 부딪친다. 그와 동시에 변백현의 날카로운 눈과 김종인의 나른한 눈이 마주한다. 벌써 세 번째다. 비엔나 소시지에서 한 번, 시금치 두부 무침에서 한 번. 지금 계란말이 위에서 또 한 번. 쟤네는 왜 식성마저 비슷할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계란말이를 공평하게 반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자의 밥그릇에 담아 준다. 김종...
오늘만큼은 마음을 잡고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아리장 선배의 전화를 넘겼다. 그러자 문자가 들어온다. 도경수, 당장 노가리로 튀어와. 이것 역시 씹는다. 그러자 시위라도 하듯 다시 전화가 온다. 핸드폰을 아예 꺼버리려다 멈칫하고 만다. 혹시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변백현에게서 말이다. 영화관에서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흘렀다. 하지만 변백현...
간밤에 꿈을 꿨다. 나는 주로 지나간 시간들을 꿈꾼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그래서 꿈 속에서 나는 늘 교복을 입고 있다. 어제는 중학교 때 교복을 입고 있었다.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린 단정한 교복의 흰 셔츠, 니트 조끼. 그런 내 곁에는 같은 차림새를 한 변백현이 있다. 내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얄밉게 웃는 얼굴. 나는 꿈 속에서 퉁퉁 부은 변백현...
대학 생활은 지루했다. 흔히들 말하는 캠퍼스의 낭만을 꿈꾼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등학교와는 다를 거라 믿었다. 다르긴 했다. 다르게 지루했으니까. 특히나 보수적 정치 성향을 토로하는 전공 수업의 교수를 비롯해 과선배들의 비관론적 태도가 크게 한 몫 했다. 군대를 갓 제대한 선배들은 취기가 오른 얼굴로 인생 조언을 해댔다. 많아 봤자 서너살 더 먹은 선배...
5년만의 동창회는 호재의 청첩장만큼 뜬금없고도 반가운 것이었다. 유호재. 경수는 청첩장에 새겨진 친구의 이름을 내려다 본다. 그 이름만으로 경수의 기억 속 흑백으로 바란 지난 시간이 서서히 색을 입어가는 듯 하다. 바다 냄새가 난다. 뜨거운 바람이 불던 여름, 어느 바닷가. 그 바람이 열여덟의 그 시간을 다시 실어온다. 새삼 잠들어 있던 감정이 경수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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