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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공주 서이영에게 그 날의 안내자는 단순한 벗일 뿐이었다. 따라서 그에게 이끌린 경친왕이 해윤서를 가까이하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윤서는 경친왕 이서진을 기억했다. 그 순수한 남자는 홀연히 등장한 새 벗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종종 제 여인의 앞에서 그의 눈빛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채. 문득 윤서는 그가 알았지만 확신하...
이영은 조용한 여자였다. 입을 쉬이 열지 않는 성정은 친우와 함께 있을 때도 변함없었다. 윤서는 그러한 성향에 대해 그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침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묵직하고 빽빽해서 가만히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침묵, 또 하나는 따뜻하고 포근해서 마치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은 침묵이랬다. 그중에서도 이영은 후자를 사랑...
권력을 장악하고 새로이 황제가 된 광명제 해윤서가 보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연모하던 여인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서가(家)는 대대로 황실의 사돈이요 그 딸인 연원공주 이영도 황자의 정혼자로서 죽어야 마땅한 이였지만, 새로운 태양의 권력에 감히 소리 내어 토를 달 자는 없었다. 대신 궁에 도로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비 서이영은 온갖 비웃음과 추문에...
월식 Lunar Eclipse 1 | 인간은 귀납적인 사고를 한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에 기반하여 내일을 추측한다. 어제에 대하여 오늘이 그런 것 같이 내일 또한 오늘에 대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일어나지 않읕 일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이 인간에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귀납은 나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추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납에는 문제가 ...
2022 | 커미션 | 3000(+600)자 변하지 않는 우주 무슨 과목이었더라, 응, 통합사회였다. 이번 수행 평가는 2인 1조로 조를 짜서 진행할 거라고, 분명 선생님이 그랬었다. 제출은 다음주 마지막 수업 시간까지, 발표는 그 시간부터 추첨을 통해 순서대로. 여기까지 설명했을 때 누가 손을 들고 질문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럼 조는 어떻게 짜나요?" ...
2022 | 커미션 | 3000(+400)자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쓸데없이 날씨가 맑았다. 이른 봄의 몽글몽글한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그대로 비쳐들어왔다. 하늘에는 떠가는 구름 한 점, 하다못해 그 흔한 미세먼지 한 톨 없었다. 운동을 하거나 어디 놀러가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꽉 막힌 실내에 틀어박혀 글자나 읽기에는 최악이라는...
*등장하는 지명은 모두 가상의 공간이며, 실존하는 장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잿빛 괴담 저쪽 소실천 너머에 있잖아. 아니, 모천동 말고 그 주변 동네들 말야. 거기에 글쎄, 귀신이 나타난다는 거야. 흔히 생각하는 목 달랑거리는 놈이나 침대 시트 뒤집어 쓴 애들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사람처럼 생겨선 돌아다니고 말도 하는 유령. 무섭다고? 에이, 그 정도는...
◈ ◇ ◈ 씨발, 씨발, 씨발. 카마르 알제빈은 되는 대로 욕지거리를 주워섬기며 정신없이 복도를 내달렸다. 상황의 긴급함과는 별개로 그에게는 가고 싶은 곳도, 갈 곳도 없었다. 목적지를 찾지 못한 발은 결국 막다른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의 모든 문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지만 모두 잠겨 있었다. 카마르는 절망적인 심정이 되어 복도 끝 벽에 기대었다. 연구원 가...
전지적 독자 시점김남운 × 이지혜원작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머를 바라보다 이야기에 세상이 지배당한,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그런 비슷한 내용의, 꿈을 김남운은 꾼 적이 있었다. 좆 같다, 끝없이 길고 긴 감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일단 그랬다. 눈을 뜨자마자 김남운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좆 같아. 그게 고작 꿈이었을 뿐이고 제게는 아직 돌...
멋사가 죽었다. 한밤중에 헤어진 직후, 가로등 불빛조차 비추지 않는 어두운 길에서, 살해당했다. 그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만득은 깨어났다. 전속력으로 100미터를 달린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심코 손을 가져다 댄 뒷목과 등줄기에는 땀이 흥건했다. 만득은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무엇이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이었는지가 헷갈렸다. 죽었나, 멋사...
레이디버그 내려놓기-메모장 비우기(~2020), 드랍 모음 비밀보장!/무례를 용서하라/자기애 비밀보장! 알리야 세자르 파리의 영웅 레이디버그는 아드리앙 아그레스트에게 마음이 있다_ 여기까지가 레이디 블로그의 알리야 세자르가 내린 결론이었다. 블로그 비밀 글에 거기까지 적어 놓고서,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알리야는 눈을 깜박였다. 글자로 보니 조금 허황된 이야...
죽음, 아프지 않게 03 크라운 섹션. 녀석은 거기로 가고 있었다고 했다. 목적은 거주. 다시 말하면 이사를 가는 중이었단 뜻이었다. 센터인의, 크라운 섹션으로의 이주는 드물었으나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크라운 섹션은 보석 가공을 주업으로 삼은 탓에 센터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구역이었다. 센터 악세사리의 제작 또한 담당하고 있어서, 섹션들 중에 가...
타입 A - 커뮤 프로필 개인 커뮤 러닝 [ 북극성을 향하여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TBVl8CZ7YBnIPKSkN4tXmBq6HToUvHUjev1jL1j_Mi0/edit 커미션 [ 베스트 플레이어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Sz17aqlzM1QE8dYKP0abhg37l5...
모바일 게임 《마피아 42》 공식 카페 '퇴폐'님 주최 대회 참여작- 진실 -인게임 세계관을 반영하였으나 스토리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최후의 [-]. The last [-]. ◈ ◇ ◈ 그녀는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꺼내진다. 큰 창문이 달린 복도는 환하고 난방이 잘 되었는지 따뜻하다. 오랜만에 해를 보니 눈이 부시다. 그녀는 추위에 곱은 손가락을 들어...
회지<달의 뒷면> 수록작 미리보기 낙원 1 여자의 입술은 쥐라도 잡아먹은 듯 빨갰다. 너불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이를 딱딱거렸다. 사이에 둔 유리벽의 두께는 족히 1m도 더 되는지라, 그녀가 제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불은 괜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자를 알았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함께 유리를 지키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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