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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10. 프리즘 킹 하야미 히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오선지에 난잡하게 그려진 음표 위로 거침없이 두 줄이 그어졌다. 펜을 잡은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전혀 진전이 없어, 결국 코우지는 책상 위에 볼을 붙이고 말았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 늘어진 빛이 아직 벗지 못한 교복 끝자락에 머물렀다. 걱정 섞인 한숨이 입술 사이를 새어나가 달력 위 새겨...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나희덕, 푸른 밤 내게 꿈결 같은 이 순간이 네게도 꿈결 같길. 별도 달도 잠든 이 지금 너에게로 갈게. 나 실은 말이야 저기 아득한 미래로부터 날아왔어.¹ 자, 선물이야. 쏟아지는 별, 별을 위장한 나...
건물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이 제법 따가워졌다. 초여름이 내려앉은 도시는 바람 한 점 쉬이 내어줄 줄 모른다. 눈이 아플만큼 색채가 강한 가로수, 차들이 반사하는 햇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위. 그런 여름의 풍경 속에서도 서한은 재빠르게 날아오르는 잠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참이나 장미를 정리하던 손길이 멈춘다. 앞치마에 툭툭 먼지를 털던 손길은 ...
그 날은 싸운지 며칠째 되는 날이었다. 네 손을 잡은 이후로 단 한번도 이렇게 오래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며칠째 네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를 않았다. 꺼놓은 전화기도 그대로, 너와 싸운 감정도 그대로, 너를 생각하는 시간도 그대로. 꽃다발을 정리하는 손이 차분히 움직인다. 평소라면 학교를 마치고 달려 올 네 발걸음 소리가 들릴 법...
낮동안 그리도 뜨겁게 공기를 데우던 햇살은 어느새 서산 너머로 지고, 어둠이 드리워진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떠오르듯이 어둠이 촘촘히 내린 세상에도 창문에는 하나 둘씩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려나, 열어놓은 창문 너머로는 서늘한 밤공기가 스쳐 해랑의 방으로 바뀐 계절의 바람을 전해주었다. 바람이 해랑에게까지 닿았는지 문득 해랑이 눈을 뜬다. 아무렇...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얼마만인지 밖으로 나온 아이가 단번에 얼굴을 찌푸린다. 더워, 작게 투정부리면서도 걸친 가디건은 언제나 그렇듯 벗지 않았다. 아니 못했나. 팔랑이는 가디건 소매가 바람에 나부낀다. 벌써 며칠째 가지 않는 학교도, 피아노 연습도 전부 잊어버리게 만드는 정오의 햇살은 너무나 밝아서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것을 바라게 한다. 예...
계절은 흘러 다시 여름이다. 너를 닮아서 쾌청한 여름은, 아직 이리도 덥다. 그럼에도 이 열기가 싫지 않은 까닭은 단순히 네가 떠오르기 충분한 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새벽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가장 좋아하곤 했던 여름 특유의 파란색의 하늘과 유유히 흘러가던 비행운이 자취를 감추었고 하늘은 어느새 옅은 회색 빛으로 물들어갔다. 우산을 챙기길 잘했네....
초여름은 늘 그렇듯이 쏟아지는 열기로 시작되었다. 내리쬐는 햇빛, 언제 새순이 돋았냐는 듯이 벌써 푸르른 녹음이 나무를, 산을 뒤덮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날은 특히 더 그런 날이었다. 햇빛이 강하게 대지를 비춰서 데워진 공기가 살갗을 간질이고, 그럼에도 습하지 않아서 그늘에는 시원한 바람이 찾아들었다. 타지의 여름은 이렇구나,...
좋은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집에 돌아왔을 때에도 자신의 연인은 평소와는 다름 없이 맞아주었기 때문일까. 비가 한가득 오는 날이었어도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았었다. 왔어? 하고 웃으며 맞아주는 연인이 있었기에, 카게야마는 아직 조금은 서투른 감정표현에도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 "밥, 안 먹고 있었어?" "너랑 먹으려고 기다렸지. 오늘은 조금 특별한 ...
봄이 지나고 우리들의, 카라스노의 전국대회가 끝났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삼학년들의 졸업이 다가왔다는 것과 같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렇지만 시간은 남아있는 마음의 잔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벚꽃은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당신은 왜 이곳에 머무르지 않나요. 그렇게 묻는 너의 눈망울이 방울...
세상이 생생한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햇빛이 세상을 내리쬐기 시작하고,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그런 계절. 그런 계절의 초입에, 네가, 너의 탄생이 거기 있었다. 아주 수많은 날들 중 일년에 단 하루,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축하받는 날이 있다. 세상의 빛을 본 것을 축하나는 날. 당사자는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동시에 들뜨게 만드는 날, 그런 날이...
태어날때부터 세상은 지루할 정도로 같은 무채색이었다. 어딜 둘러봐도 똑같아 단조로워서 싫증이 나기만하는. 사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무채색만 보고 살아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이세상에 이런 무채색말고 다른색이 존재한다는걸 알게된건 조금 어렸을때였다. 엄마가 어린 저와 나츠의 앞에 똑같이 생긴 컵을 내려놓으며 ...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지나, 날이 점점 무더워지는 계절, 온 교정이 푸르른 녹음으로 뒤덮여 싱그러운 생명력을 뽐내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하늘은 비라도 한바탕 내릴 것 처럼 어둑어둑했었고, 결국, 그런 예상은 빗나간적이 없다는듯 하교할때 즈음에는 창밖으로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때문에 학교밖을 나서지 못한 이와이즈미가 인상을 험악하게 ...
밀려오는 토기에 히나타는, 반사적으로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또 시작이다. 숨이 막히는 괴로움에 그가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심각할정도로 구역질을 해대며 히나타가 토해내고 있는 것은. '토한다' 라는 행위에 걸맞지 않게 역겨운 악취따위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가 토해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꽃. 이었다. 현기증이 날만큼 ...
"스가상!" 멀리서 걸어오던 아이가 좀 더 속도를 냈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복실복실한 강아지가 경쾌하게 뛰어오는 모습과 겹쳐보여 스가와라는, 작게 웃는 소리를 냈다. 웬일인지 꼭 붙어다니던 그의 파트너는 어디로 갔는지, 히나타는, 혼자였다. 밤이었는데도 히나타의 머리카락 때문인지, 아니면 제 마음때문인지. 걸어오는 아이의 주위가 밝아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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