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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신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신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게 된다면 자신의 삶은 심할 정도로 비참해졌다. 신은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짧은 수명을 주었을 리 없고, 이렇게 기분 나쁜 눈을 주었을 리 없고, 이렇게 끔찍한 성격을 주었을 리 없다. 적어도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인생이...
당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 그 말은 자신에게 있어 퍽이나 특이하게 받아들여졌다. 자신은 여지껏 그런 당연한 태도를 받고 있지 못했다. 모두는 자신을 무시했고, 괴롭혔으며. 괴물이라 놀려댔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미웠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만약 내가 음침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였다면, 내 ...
히카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냉동실을 열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초콜릿 박스. 히카리는 얼른 그것을 꺼내어 조심스레 리본을 풀고 초콜릿들을 뚫어져라 관찰하였다. 그래, 먹는 것이 아니라 관찰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러는 것이냐 묻는다면 할 말은 길어진다. 히카리는 약 두 달 전, 몇 번을 신청해도 붙지 않던 오디션에 처음으로 합...
우리는 웃음을 찾아 항해하는 세이신 조사대! 아무도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없지! 우리의 목적지는 당연히 너의 밝은 웃음이니까, 잔뜩 즐거워 했으면 좋겠네~?! "선장님!" 아무런 일도 없던 평화로운 초여름의 낮 이였을까? 히나는 히카리의 방 문을 부술 기세로 쾅쾅 두들겼다. 나 귀 안먹었어!!! 모처럼 햇빛을 맘껏 쬐어가며 힐링을 하던 히카리는 그리 소리...
팬들 사이에서는 히카리와 히루, 그리고 아카네를 묶어서 부르는 별명이 있다. 그건 바로 1학년즈. 1학년인 아이돌이야 많지만, 이 세명은 엄청나게 쿵짝이 잘 맞으며 서로와의 케미가 좋기 때문에 본인들끼리도 친하고 밖으로도 인기가 많다. 그런 사실을 매일 5시간은 트위터에 할애하는 히카리가 모를 리 없었다. 사실 이 라이브도, 히카리가 아카네와 히루에게 꼭 ...
오늘은 절대로 늦지 말라고 했건만. 보나마나 바깥 구경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나 같은 녀석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겠지. 히카리는 히나와 함께 먹으려 두시간을 줄 서서 기다린 케이크를 냉장고에 도로 집어 넣고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후 10시. 아무리 그래도, 지금 시간에... 그것도 아이돌이 바깥에 나가 있는 것은 위험할텐데... 히카리는 잠시 히나를 걱정...
당신은, 당신 주변의 매일 싸움만 하는 두 명이 갑자기 연애를 한다고 하면 납득할 수 있나? 아마 불가능 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히나와 히카리의 연애는 세상에 알려졌다간 일본 열도에 특종으로 보도될 정도의 중대사항이였다. 이 둘은 허구한날 서로 다투기만 하였으며, 핑크빛 기류는 분자 단위로도 보이지 않았건만. 도대체 어찌 이렇게 된 것인가는... 당사자들도...
"당신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담담하면서도 건조한 목소리. 그 덕분에 더욱 진지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말이, 옆에 함께 있던 애인의 귀에 닿았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시라타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절대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할 때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런 것쯤은 자신도 가볍게 알 수 있었다...
선생님, 텐시 하메입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선생님께 자주 찾아오지 못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전 아직도 가끔 선생님이 나오는 꿈을 꾸곤 합니다. 그것이 괴롭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제 은인이었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꿈에 나오는데, 어찌 괴롭겠습니까? 선생님은 어린 ...
그 일이 있고 일주일 후, 이제 며칠만 있으면 하메의 퇴원일 이었기에 코헤이는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 또한 하메와 헤어지는 것이 싫었다. 코헤이가 하메의 담당 의사를 맡게 되며 하메가 코헤이에게 배운 것도 많지만, 반대로 코헤이 또한 하메에게 배운 것이 참 많았다. 처음엔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코헤이는 하메의 전담 의사가 되었다. 처음 하메는 자신에게 노골적인 친밀감을 표하는 코헤이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코헤이의 행동은 평범한 사람이 봐도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섬세하며 친절하였다. 분명 다른 환자도 담당하고 있을 텐데, 어째선지 하메의 병실에 들어온다면 기본적으로 3시간은 하메와 함께 여러 대화를 나누었으며,...
책을 읽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들어오세요." 아이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곤 담담히 말 하였다. 그러자 누군가가 조심스레 열곤 들어왔다. 매우 깔끔한 인상이었다. 검은색 머리를 멋지게 위로 올린 남성이였는데, 키가 엄청 커서 아이가 그의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엄청 위로 ...
지루함의 연속이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시작되는 혈당 체크와, 이제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 링거를 새 것으로 갈게 되면 아침 식사가 자연스레 침대 위에 차려진다. 퍽이나 몸에 좋은. 그렇기에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음식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것들을 애써 위 속으로 집어넣고 나면... 그 후로부턴 정말 할 것이 없다. 가끔씩 찾아오는 간호사와 의사를 멀뚱멀뚱...
일정이란 원래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에 잡힌 괴상망측하게 밝은 라이브도, 자신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저 "텐시씨, 라이브 한번 하실래요?" 하는 직원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거린 탓이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도 꽤나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곡을 텐시 하메에게 들려줬다간 자신은 절대 못한다고 선을 그어버...
누군가는 말했다. 그런 희망을 붙들고 있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희망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 알량한 자기만족을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피자들이 선택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였다. 만약 그때의 생각이 정답이었다면, 지금의 난 아주 이기적이고 멍청한 녀석임에 틀림없었다. 사실 당연하였다. 그때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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