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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화는 C 모 소속사 5인조 걸그룹 리더로 처음 데뷔했다. 처음부터 아이돌을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는데, 고등학생 때 놀이공원을 갔다가 인터뷰를 따인게 계기가 되었다. 그녀 자신도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일이 싫지 않았고, 사실상 그녀의 인생은 늘 노력하지 않아도 스포트라이트 한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아주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추억했다. 분 단위로 짜여진...
CoC 시나리오 크리그어 스포일러(1부/2부) 포함되어 있음 캐나다 북서부에 자리 잡고 나서는 얼마간 잡생각을 할 짬이 안 났다. 사람 사는 곳을 떠나 오지로 기어온 이유는 늘어놓자면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의 습격을 피하거나 식량을 구하는 문제로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나무를 패고, 집 짓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패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생각해 보면, 아마 동거인은 크리스마스에 제법 들뜨는 타입인 것 같던데... 세상에.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상상만 해도 죽을 것 같이 쪽팔리는군. “크흠.” “감기 걸렸습니까?” “아니.” 여한은 괜히 상품 진열대에서 머리만 진열되어 있는 마네킹 위에 비스듬히 얹힌 녹색 털모자를 ...
CoC 시나리오 크리그어 스포일러(1부/2부) 포함되어 있음 당신은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나요? 여한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후한 인물이 아니었고 객관적으로도 고등 교육을 완수했거나 책 읽기를 즐기는 교양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의란 늘 눈앞에 보이는 것을 처리하는데 급급한 일회성 양심에 좌우되는 것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눈 앞에서 죽는게 싫어서. 내가 하면...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 보자. 삶의 모든 것이 처음이어 찬란했던 시절의 그것은 놀이공원에서의 불빛일 수도 있고 꽃이 만발한 봄날 부모의 손을 잡고 필름에 순간을 남기던 찰나일 수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최초의 기억은 아름답고도 경이로웠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손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두었던 것 같은 성냥을 꺼내 성냥갑 옆면의 흑색 마찰면에 ...
항하사와 살게 된 건 벌써 5년도 전의 일이다. 어디서 만났던가는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버스 정류장에서였던가? 택시를 동시에 잡으려고 했는데 같은 택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가 손이 스쳤던가? 그런게 뭐 중요하겠는가.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첫 만남을 두고 설레어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때를 되새겨야 할 만큼 지금이 바랜 것도 아니었다...
꿈에 항하사가 나왔다. 바다가 말라 사막이 된 한가운데에 홀로 앉아있었다. 바다에 살던 물고기들은 전부 하늘로 갔다. 모래 위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허리를 곧게 펴지 않고 앉은 하사의 위로 고래가 그늘을 드리우며 날아갔다. 그늘이 드리우자 항하사가 고개를 들어 고래의 배를 올려다본다. 좋지도 싫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쟤는 원래도 저런...
죽이기 전에 죽인다. 귀스타브 카테브가 30여년간 발버둥친 후에서야 내린 결론은 흠잡을 곳 없이 명확했다. 그의 인생은 필요 이상으로 뱅뱅 돌다가 이제야 올바른 길을 찾았고 그래서 앞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선회할 일이 없기를 바랬다. 물론 목표가 명료하다 해서 그 실천이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전장의 생리는 좌우명을 명쾌하게 설정하는 것 보다 더 복잡하고 정...
나는 너를 만물에 비교하곤 한다. 이건 비교적 최근에 생긴 버릇인데, 원인 모를 역병으로 온 국민이 집안에 갇혀 지내던 나날이면 눈 떴을 때부터 눈 감았을 때까지 네가 내 시야 언저리 가운데 혹은 내 뒤통수에서 알짱거렸기 때문에 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내가 너에 대한 정의를 최근에서야 비로소 가설 세울 만큼 정립했기...
이 한은 미로에서 태어났다. 어느 멋없는 신화에선 신이 인간을 저주하기 위해 소를 사랑하도록 만들고 그 자식을 잉태해 수치심을 유발토록 했다지만, 이한은 어느 저주도 없이 태어나 미로 속에서 살았다. 그 곳은 집이라기엔 너무 조악했고 감옥이라기엔 너무 열려 있었기에 이한은 조금 혼란스러운 유년기를 보냈다. 사실 이 곳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어느 터든 바닥만...
윌로우의 일상은 대체로 변동이 없는 편이다. 사건이 있던 밤의 그 다다음 주에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윌로우는 정신을 차리자 마자 곧장 일상으로 복귀했다. 마사회는 그 날의 일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클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윌로우 그 자신도, 자신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장에 있었던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
이지수가 기억하는 삶의 처음은 꽤 처참했다. 어떤 점심이었는데, 아니 아침이었을 수도 있다. 지수는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랑 누나가 있었다. 그 전에는 꽤 잘 사는 집이었는지 지금은 먹을 수 없는 토스트와 흰 우유가 식탁 위에 있었다. 그리고 귀가 멀 것 같은 폭음이 한 번, 눈앞이 새하얘졌다가, 땅이 마구 흔들렸고, 뒤집혔다가, 아파서 울음이 나...
이지수는 가끔 이 마당 밖을 나가는 상상을 한다. 이 집은 싸리나무로 대충 엮어 만든 울타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그곳은 이한의 집 바깥이었기에 사실상 몇발자국만 걸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매일 아침 학교를 갔다가 오기 때문에 사실 매일 바깥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실 이 상상은 어떤 행위에 대한 갈망이라기 보다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그러니까 조...
매일 조금 씩 써야 지 ^ ㅇ ^ 하사는 여한이 만들었다. 그가 처음 눈을 떴을 때 여한은 말쑥한 옷을 입고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말했고, "그래." 여한이 대답했다. 여한은 피곤해 보였다. 사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인상은 변한 적이 없었다. 여한은 막 눈을 뜬 하사를 일으켜 세우곤 옷을 입혀주었다. 손목부터 허리춤까지 어디 한 곳 불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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