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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늑골에서 발아한 제일의 재앙이다. 설익은 라면가락마냥 구불구불한 머리는 미쯔꼬를 닮아 버린다. (나는 사실 그 여자를 한 번이나 본 일이 없다.) A는 미쯔꼬를 너무도 사랑해서 자신의 늑골마저 사랑함이다. 하지만 그것은 박애가 아니요, 이기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은 설익은 것이다. 방년의 늑골은 방년이 아닌 것의 늑골이라 타바코의 감각에는 이골이 난다...
어둠이 드리우고 달이 뜰 때면 항상 두 손을 모았다. 나와 아이들의 울타리였던 그가, 다시 돌아와주기를. 눈앞에 나타나 우리를 안아주기를. 빛이 만연하여 어둠을 밝힐 때 마음 한 켠에 숨겨 두던 소망을 어둠이 빛을 먹을 때 쯤 꺼내어 뱉어본다. 어둑한 밤이 오면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본다. 보름의 달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 있는 그를 상상하며. ...
세상의 모든 것을 탐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이미 넘칠 만큼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늘 부족하다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남루한 행색의 노파가 그녀를 찾아와 복다리 하나를 주었다. ‘이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간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리라.’ 그녀는 신원 불명의 노파를 의심하며 항아리를 버리는 것을 계속하여...
오후 5시, 누렁소의 울음을 들으며 여물어가는 삶. 오후 6시, 하늘빛 도화지에 붉은 물감이 드리워지는 일이 반복되는 삶. 오후 7시, 시골의 청아한 공기를 마시면 들리는 소의 울음소리와 테레비에서 나오는 정겨운 소리. 이뿐만으로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삶. 오후 8시, 찬 공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일렁이는 산의 내음과, 아직은 눈에 익지 않은 흑색의 ...
나의 여름은 오롯이 너에게 향했고 겨울은 오지 않을 줄만 알았다. 우리가 눈을 마주할 때면 너는 항상 나의 이름을 잊었고, 나는 늘 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설움 대신 뜨거운 숨을 게워내기를 즐겨했다. 보랏빛과 등나무를 사랑하던 너를 위해 우리는 매번 등나무 아래서 만났다. 볕을 꺼리는 나를 위해 너는 볕이 멸할 때까지 등나무 아래에서 나를 기다렸고, 나는...
1. 머리가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P의 위액을 마시며 연명하였는데, P의 위액은 음울하게도 달큰하였다. 단맛은 나의 전두엽을 녹인다. 알코올과 같은 달콤함인 것 같다. 나는 위산의 따끔함을 잊어간다. 달콤함마저 잊었다. 울음소리가 퍽 황홀하다.2. 나의 실존함을 기록할 펜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사실 어제 손가락을 먹어 치우면서 피, 흘렸다....
차차 공개될 노에 프로젝트 세계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이프의 일상티콘이 발매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어는 죽어서 어디로 가나─의구심의 해결을 위하야 우선적으로 인어의 불사 여부에 관하여 고구해야만 했다. 그리하야 나와 P는 인어의 숲으로 여정한다. B는 끝없이 머리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기에 격리하였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일부를 잘라내었다고 한다.) 반구의 추악한 울부짖음이 울리기는커녕 사라져 버릴 정도로 넓은 숲. 타자의 땅을 짓밟...
삶을 져버려야만 삶을 찾을 수 있는 창공의 달과 같은 삶. 해에 도달하기 위해 수직으로 내딛는 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아득한 시야를 뒤로하고 낯에 웃음을 맺는다. 따갑게 내리쬐는, 지옥불과 같이 안온한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와 나의 살갗을 찢어발기는 봄바람. 이제는 몸에 익은 모든 것들이 나의 옷깃을 잡아챈다. 결코 익숙할 일 없을 이곳의...
기다림이라는 것은, 도처에 머무르다 곧내 사라질 체취와도 같은 것이라. 달큰한 살냄새에 취해 그 향을 좇다 보면, 그 살을 취해서라도 계속해서 향을 맡고자 하는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향을 그리는 그리움과 제 옷깃에 체취를 묻힐 이를 기다리는 상황마저 기다린다는 그리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내음마저 취하려 살결에 헤진 옷을 갈아 마신다. 애정의 내음을 잊...
반듯한 필체를 엄지로 짓눌러 번지게끔 할 때처럼, 피아노 건반을 뒷꿈치로 밟아 울리게끔 하는 서늘한 소리들처럼, 지독하게도 황홀한 고원의 내음. 고요의 바람이 몰아치는 불가항의 고원에서 곧게 뻗은 손끝에 맞물리는 불가행력. 걸음을 내딛을 때면 찬란히 열리는 완벽해야할 고원에 서서, 영원토록 완벽할 나를 돌아보며.
참도 거짓도 성립할 수 없는 상상의 세계. 사랑이 존재하는 공간이란 그런 곳이다. 사랑이라는 저지 기계. 그대는 지금 발을 내딛고 서 있는 이 곳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대는 참으로 실존하는가. 그대가 실존하는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한번 해 보아라. 사랑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그대가 살아 숨쉬는 인간임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을 테다. 사랑의...
안녕,⠀⠀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을 기억하니. 볕 드는 창 하나 없는 캄캄한 방에서였지. 문고리조차 없는 문을 너는 열었고, 나는 아마 그 안에 웅크린 채였을 테야. 너를 처음 마주한 나는 형체 없는 네 손을 맞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너는 마치 처음부터 떠날 생각이 없었다는 양. 핏기 없는 입술로 나에게 미소지었지. 나는 당장이라도 네게 달려들어 입을 맞추고...
생애 첫 눈을 맞으며 눈을 뜬 순간을 기억한다. 나의 사지는 제 의지대로 가누는 일이 불가능했고, 사고 흐름은 유려하지 못했다. 비릿한 온기가 각막을 타고 흐른다. 간헐적인 깜빡임마저 멎는다. 뼈대가 드러난 다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끌린다. 진득한 것들이 이마깨에서 새어나온다. 마찰로 인한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눈을 감았다.⠀ 여전히...
황혼이 지던 여름, 땀에 절은 체취와 뒤섞인 향수, 젊음의 탄내, 유쾌하게 찡그린 얼굴, 어둠을 밝히는 간헐적인 빛, 우리는 여명인 줄만 알았던. 우리의 젊음은 늘 해가 진 후에야 빛났고, 붉은 것과 푸른 것을 분간할 수 있는 광명으로부터 우리는 도망쳤다. 그 날도 어김없이 (내가 유추하건대) 등나무 아래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의 걸음에 맞추어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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