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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금 아님 / 포타 오류임 "비녀를 했구려." 급작스레 화제가 전환되자 서정용의 얼굴이 삽시간에 빨개졌다. 홍진이 자소정으로 혼서와 함께 가져온 옥비녀였다. 이 비녀는 그가 보낸 식 전의 혼인 정표였다. 소억정은 그녀가 요구한 대로 혼서에 그녀 말고 평생 어떤 처첩도 들이지 않을 거라는 문구를 달았다. 여기에 서정용이 도장을 찍으며 일생 대사가 완성됐...
한편 사맹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청설의 뒷통수를 응시하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맹비각을 벗어나자마자 웬 반말? 소년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만 으쓱했다. 청설은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게 이어진 회랑을 걸었다. 또래로 보이지만 엄연히 장검을 패용한 정식 제자였다. 소년들은 집안에서 물려받은 보검이 있었으나, 제대로 쓸 줄 모르니 비싼 쓰레기에 불과했...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는 알겠네. 따지고 보면……." 소억정이 입을 뗀 것은 꽤나 긴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간 판단을 유보해 두었던 이번 일의 전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는 듯했다. "자네들은 청설루의 엄연한 문하생이네. 비록 아직은 청설루 본문에 적을 올리지 못했는지 모르나 담력과 패기만큼은 인정할 만하군." 소억정의 호의적인 발언에 소년들이 반색했...
"…홍진, 보고 문건과 내용이 다르군." 소억정이 서안에 고정해 두었던 눈길을 들어 낮은 음성으로 고갯짓 하자, 홍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루주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수하들을 훑었다. 점차 분위기가 싸늘해져 갔다. 그제야 소염은 무언가 잘못된 걸 깨달았다. 청설루 본신 조직은 영주 서정용과 벽락을 필두로 황천의 장랑, 자맥의 남설각, 홍진의 낙수당, 팽막하의...
다들 잊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는 청설루에 아직 입문도 하지 못한 햇병아리 문하생들이 있었다. 소년들은 추요각 고방에서 읽은 병법서보다 흥미진진하게 일변하는 상황을 멀리서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일상 속에서도 전략을 논하는 루주와 영주, 비장들의 대화는 매우 치밀했고,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심계 깊었다. 게다가 가볍게 흘리는 말 한마디에도 뼈가 ...
"그 애는 서신에서 내게… 출가를 얘기했소." 소억정이 마지못해 실토한 사실은 서정용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뭐라고요?" "청우가 죽고, 남초 사형까지 돌아가셨소. 그리고 나 마저도 빈사상태가 되어 청설루로 돌아왔지. 비록 그 애가 나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나에 대한 정이 사라졌던 것은 아니오. 그저 비뚤어진 욕망에 지배당했던 것일 뿐이지....
"빙정에 대한 처분은 분명 너무 관대해요. 빙궁주 때문에 일정 부분 이상을 양보한 건 이해하지만 당신의 피습으로 빙궁과의 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루주께선 사매한테도 그랬어요. 내 사람이 되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공정성이 사라지죠. 당신같이 시비를 철저히 따지는 사람이 말이에요." 과거의 어떤 일을 들먹이자 소억정의 표정이 위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
"사질의 생각에 이번 귀묘제가 얼마나 위험할 것 같은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설윤옥은 흥미롭다는 듯 손가락으로 매끈한 턱끝을 만졌다. 그 이생물체의 출현은 저유인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귀묘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소름끼치게 뛰어난 판단력을 가진 사백은 곧 있을 귀묘제의 처참한 실패를 기정사실로 예정하고 있었다. "정의로운 의제로 ...
"정말 고마웠어. 너희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정말 사단이 났을 거야. 너희가 빙궁과 청설루 간의 전쟁을 막은 거라구!" 그때 석방으로 들어오는 회랑 쪽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모연지와 문하생들이었다. "홍진! 말씀대로 데려왔어요! 홍진 호법께서 루주 앞에 데려오면 공적을 치하해 주실 거라 하셨잖아요!" 그녀가 홍진을 발견하고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들...
비취색 장의의 여자가 빙정의 앞에 섰다.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척 올리고 맹비각 내부의 광경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이미 일은 모두 벌어진 상태였다. 정청을 가득 메운 지독한 피 냄새를 맡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빙정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빙정이 그녀를 본 순간 본신으로 돌아간 것처럼 얼어붙어 버렸고, 그와 정반대로 그녀는 빙정을 쏘아보더니 버럭 고함...
"그래서……?" 서정용이 빙정을 노려봤다. "소선도, 그대의 어머니도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선인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거요. 인간의 육체 안에 가둘 수 없는 선기가 한증이 되어 소선, 그대를 갉아먹은 거지."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사실이다. 괴력난신의 차원에 속하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빙정은 눈도 깜짝이지 않고 늘어놨다. 허나 이미 월신화와 ...
해시, 맹비각 정청. 소억정은 눈을 감고 대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마도 빙정 그자는 소억정의 궤적을 조용히 좇았을 것이다. 소억정이 어디에 있든 예고된 시각에 나타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싸우기 적당한 자리를 제공해 주는 게 예의였다. 강한 바람으로 불시에 젖혀진 창문이 퍼덕거렸다. 열린 창문의 빈 공간을 침범한...
서정용의 침소에 들어온 청설은 몇 가지 물품을 챙겼다. 사부님은 잠드셨을 테지만 새벽이면 다시 일어나실 게 뻔했다. 그때 입을 여벌 옷을 챙기고, 혹시 모르니까 속옷도 챙기고, 루주와 함께 드신다고 손수 말려서 덖어놓으셨다던 꽃차 병을 주머니에 담았다. 서정용의 침소는 백제대사가 살아 계실 때 쓰던 방이다. 정문을 열고 들어간 정면에 후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검을… 가져갈 거요?" 소억정이 서정용의 등뒤에서 고조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도 나란히 걸린 혈미검과 석영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생각이 없어 보이니 나라도 무장해야겠어요." 서정용이 매섭게 말하며 양손을 뻗어 혈미검을 걸쇠에서 끌러 내렸다. 소억정은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청설루주 소억정에게 빙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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