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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축제는 왜 가자는 거야. 진정한 홋카이도인은 눈축제따위 안 간다. 너는 이유식 먹을 때부터 건강식 먹을 때까지 매년마다 갈래? 지겹지도 않냐? 아, 글쎄 내 알 바냐고. 혼고는 핸드폰에 대고 싫은 티 팍팍 내면서 땅을 발로 찼다. 건너편 목소리는 평소보다 좀 더 격양된 상태다. 뭐 계속 떠들어라. 내가 그렇다고 듣겠나. 그네를 위아래로 흔들며 사탕 포장지...
부쩍 우울한 날이 있다. 아침부터 팔다리가 쿡쿡 쑤시고 온 몸이 묵직하다못해 근육통 앓듯 아프기까지 하다. 사지가 너덜너덜한 상태로 일상의 각종 애로사항을 묵묵히 처리하다 보면, 문득 감이 온다. 오늘… 그 날인가? 주기가 워낙 불규칙했다. 한 번 시작하면 열흘은 고통 받았고, 예정일은 종잡기 힘들 뿐더러 몇 달 건너뛰는 것쯤이야 이젠 별일 아니었다. 미유...
후루야 사토루는 자신이 타인의 곁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불행을 옮기는 존재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족쇄를 채워야 해. 네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말이야. 누군가 머리맡에서 지독히 속삭여 온 그 말은 고작 십 년 좀 넘게 산 소년을 무기력과 패색에 몰아넣기 쉬웠다. 후루야가 야구를 완전히 그만둔 건 열두번째 생일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사토루, ...
첫 날, 죽도록 마셨다. 둘째 날, 죽도록 잤다. 셋째 날에 와서야 까치집 진 머릴 벅벅 긁으며 술병을 치우고 분리수거를 하고 샤워를 했지만, 이츠키가 저녁식사 대용으로 챙겨온 초밥 세트를 빌미 삼아 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집주인 미유키는 “야, 니네 무전취식 하려고 온 거지. 나도 저녁 있는 삶이 필요해.”라며 잔소리 했지만, 대개 귀 기울이지 않았다. ...
“엄마? 글쎄, 기억은… 거의 없지.” 난 그 때 네 살이었거든, 하고 입술을 다문다. 선배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는 듯 눈꺼풀을 여러 차례 깜박인다. 내가 아무 말없이 시선을 내리깔자, 선배는 고개를 천천히 기울였다. “뭐야? 물어봐놓고.” “그냥, 괜히.” “설마 쓸데 없는 걸 물었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기운 빠진 표...
구회말 투아웃 쓰리볼 투스트라이크. 만루 상황. 투수는 포수를 등진 채 외야로 돌아섰다. 여름 볕은 턱 끝을 할퀴고 그림자마저 태운다. 고온이 밀려온다. 그는 잠연히 고개를 든다. 숨을 하얗게 들이킨다. 땅을 눌러밟는다. 야구캡을 고쳐쓴다. 포수는 그 옆얼굴을 무심히 지켜본다. 시야가 아물아물 휜다. 양염陽炎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열은 도톰히 다져진 흙 위...
얼마 전 그 애와 끝냈다. 십사 년 간 연애는 예리한 칼날로 복부 갈라 장기를 꺼내 핥는 것만치 그로테스크한 정서를 낳고 삼키기를 반복시켰다. 나는 소학생 적부터 이 관계의 결말을 알았다. 네가 야한 영화를 보다말고 내 입술을 빨았을 때도, 내 허벅지를 더듬었을 때도, 아래를 움켜쥐었을 때도, 허리를 쳐 올리며 헐떡거렸을 때도 알았다. 나는 비린내 진동하는...
후루야 사토루(暁)와 아케미(暁美) 미유키는 최근 극도의 피로를 느껴왔다. 야구부 훈련이 유난히 고됐다거나, 환절기 맞이 춘곤증으로 병 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았다는 게 아니다. 한 달 간 팔자에 없던 첩자노릇을 바지런히 해온 것이 문제였다. 쿠라모치는 미유키가 점심만 되면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리니 어딜 뒤 구린 짓을 하고 다니느냐 따져묻기 바빴지만, 정작...
저 홋카이도 가요. 주말 오전 매트릭스 위에 누워 요쿨살론 빙하 호수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봤다. 천년의 유빙이 한순간 뒤집혀 일각一角을 파랗게 드러내며 날카로이 반짝였다. 서방 설국은 천지간 눈으로 맞닿아 있다. 미유키는 하얗게 젖은 풍광을 멍하니 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갈까, 홋카이도. 후루야는 등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설국여행 후루야 사토루의 『겨울』...
발단은 쿠라모치 요이치였다. 그는 미유키와 후루야의 자취 공간이 본인의 대학 기숙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선약없이 덜컥 불러낸다든지, 기별없이 덥썩 찾아왔다. 문제는 이 쿠라모치가 한 번 술독에 빠지면 전 애인 얘길 떠드느라 귀소본능을 잃은 척 굴었고, 후루야는 그 취중고백에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져 술자리가 새벽 넘어서까지 이어진다는 데에 있었다. 미유키 카즈...
당신은 한낮의 볕 아래, 아득히 먼 거리로 서 있었다. 둘 사이 간격이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심연같은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불현듯 한 발 내딛고 싶어진다. 남자의 존재는 기묘한 심리를 부추겼다. 나는 그 이름을 여전히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목구멍 밖으로 터져나오려던 무명無名을 억지로 밀어넣으며 생각한 것은,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그의 이름을 소중히 ...
“형아.” 꿈을 꿨다. 나는 꿈속을 하염없이 헤맸다. 이제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모든 광경 속에는 왜인지 모르게 미시감未視感이 숨겨져 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웠고 열두살 터울의 남동생은 턱을 괸 채 천진난만 웃으며 짧은 혀로 재잘거렸다. 어라, 이거 지금 평소 생활이 맞나. 몇 년간 자고 누웠을 침대도, 한낮 내내 정성껏 말려 볕 내음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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