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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기는 텅 빈 바닥을 보며 그 자리에 박힌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플랜이 망가지면 곧장 다음 플랜을 꺼내던 도기였건만 지금 이 순간은 뭘 해야 하는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이나의 존재 자체가 도기의 그 어떤 예비 계획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존재였다. 물론 고장 난 사람처럼 가만히 서있던 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이날은 비교적 평온한 날이었다. 새로운 의뢰는 없었고, 도기는 일찍 퇴근해 집에 돌아왔으며, 이나는 평소처럼 도기를 제 옆에 앉혀두고 티브이 시청을 시켰다. "아니, 저거, 저거, 도기씨 저 자식 좀 봐요. 저거 아주 쓰레기 같은 자식이야." 이나가 도기의 무릎까지 두드리며 격한 반응을 보이게 한 것은 티브이 속에 나오는 10년 동안 저를 뒷바라지한 아내를...
이나는 기구가 종착지에 도착하자마자 팔을 풀고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도기가 따라오는 걸 확인하지도 않고 그냥 혼자 성큼성큼 걸어갔다. 도기가 옆에 붙어 섰을 때도 이나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설렌 마음에 더 실수를 할까 봐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다스리는 중이었다. 도기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나가 만들어준 거리를 굳이 침범하지 않고 조용히 이나...
어느 날, 이나가 문득 말했다. "도기씨. 아무래도 내가 승천을 하려면 이승에서의 원한이나 미련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크게 반박하기 힘든 말이었다. 보통의 귀신 이야기가 그랬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데요?" 이나는 딱 원하는 물음이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갑자기요?" "아니, 애...
약속대로 도기는 이나와 함께 출근을 했고, 일찍 퇴근했다. 저녁 시간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시간이 여유롭게 비어서 도기는 집에 오자마자 버릇처럼 청소 도구를 들려고 했다. 그런 도기 옆에서 이나가 기웃거렸다. "설마 청소 하려고요?" 도기의 손이 갈 곳을 잃고 허공에서 멈췄다. "그럼 저녁 먹기 전에 잠시." "운동도 금지." 결국 도기가 집에 오...
바닥으로 쓰러지기 직전 벽에 겨우 기대 앉은 도기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옷 안쪽으로 넣어 약을 꺼냈다. 하필, 오늘 의뢰인은 도기의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였다. 게다가 피해자인 아들은 복무중인 군인이었단다. 도기처럼 직업군인은 아니었지만 도기가 자신과 어머니에게서 찾아낼 수 있는 공통점이 많은 의뢰인과 피해자 덕에 잠시 뒤로 미뤄두었던 기억들이 또 새...
이나는 한동안 도기를 따라 나서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남의 복수를 대행해주고 다니는 일이 신나 보였다. 그런데 약간의 기억이 돌아온 지금은 그저 불편함만 남았다. 사실 기억이라고 하기에도 뭐했다. 기억은 뒷전으로 하고 먼저 돌아온 것은 갖가지 감정들이었기 때문에. 그러니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다만, 이나가 도기에게 느끼는 것은 ...
마냥 신 날 것 같은 잠행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도기가 하는 일은 그렇게 신나는 종류의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대신 복수를 해주는 것. 이나는 이게 얼마나 자신을 갉아먹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심정을 모르지는 않았다. 물 위로 퐁퐁 떠오르는 기포처럼 종종 떠오르는 기억들은 별거 아닌 사소한 것뿐이었...
숲에서 돌아온 윤은 베개가 다 젖을 만큼 엉엉 울었다. 푹신한 침대와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두터운 이불조차 윤을 달래줄 수 없었다. 오히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커다란 침대와 두 사람이 덮고도 남는 이불은 헛헛함만 늘려줄 뿐이었다. 앞에서는 붙잡지도 못하고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때가 되면 놓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애...
인터넷은 진작 고쳤지만 이나는 계속해서 도기와 함께 출근했다. 도기 역시 손님을 받기 전에 혼자 운전을 하는 동안 이나가 옆에서 떠드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한강둔치에서 단백한 고백을 한 이나의 도기를 대하는 태도가 별로 달라진 점이 없었던 것도 컸다. 그 덕에 도기는 그 고백을 자연스레 인간적인 호감으로 받아들였다. 이나 역시 굳이 되새겨주진 않았다....
요정왕은 어쩐지 윤이 너무 늦는다 생각했다. 윤을 맞이하러 온 숲의 입구에서였다.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있어 윤에게 곧장 가는 대신 숲에 먼저 들른 참이었다. 시계가 없으니 확인할 도리는 없으나 갈리온에게 윤이 이곳에 올 수 있게 대충 흘리고 오라고 시킨 게 한 삼십 분은 된 것 같았다. 저 멀리서 요정왕의 머리카락만 보여도 달려오던 사람이 오늘따라 도통 ...
저택에서의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요즘 들어 스란두일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저택에 돌아온 후 계속 윤의 옆에만 붙어있던 스란두일은 얼마 전부터 다시 출퇴근을 시작했고 요즘은 심지어 집에서까지 일하는 눈치였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퇴근은 하는데 그렇다고 일을 버려둘 수도 없어서 기껏 퇴근해서 윤에게 얼굴...
늦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니 잘 시간이 한참이 지난 새벽이었다. 스란두일은 이미 잠든 윤을 껴안고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상반신을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려 맨 가슴이 다 드러났다. 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때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꼬박꼬박 옷을 챙겨 입고 잤지만 스란두일은 굳이 그런 편은 아니었다. 약간 서늘한 밤공기가 살에 닿자 원래도 멀쩡하...
"김도기씨." "안 돼요."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안 된대요?" "네, 안 돼요." "허어참. 들어나 보고 말해요. 나도 같이 출근하면 안 돼요?" "안 됩니다." "그럼, 그럼 방에 티브이 한 대만 놔주면 안 돼요? 나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심심하단 말이에요." "채널도 못 돌릴 텐데요." "그냥 장편 드라마 긴 거 하나 쭉 틀어주면 되잖아...
요즘 유독 의뢰가 없는 날이 많아 도기는 꼬박꼬박 정시 퇴근을 했다. 원래라면 의뢰가 없는 날도 야간 주행을 하는 통에 매일같이 고은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는데 요즘은 들을 기회도 없었다. 일찍 퇴근하는 거야 당연히 집에 혼자 있는 이나가 신경 쓰여서 그런 거였지만 도기는 굳이 생색을 내지도 않았고 애써 이나와 먼저 어울려 주는 경우 또한 없었다. 그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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