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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 X(3) 백일천자 56 1358자 Y는 휘청휘청거리면서 달려갔고, 나는 정신없이 Y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그에게 닿을 수 있었지만 지금 내가 그를 멈춰세우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멈춰세우지를 못했다. 그저 Y의 한 두 발자국 뒤에서 함께 달리기만 했다. 그게 잘못이었다. Y의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Y를 멈춰...
사고 - X (2) 백일천자 55 1050자 Y는 결국 화를 냈다. 그래, 내가 전 날 고백 받아 놓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과, 몸에 안 좋은 걸 사먹은 것과, 부담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온종일 계속 보고만 있었단 것만으로도 이렇게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Y와 친구가 된 이래, Y가 이렇게까지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
사고 - X (1) 백일천자 54 1200자 내가 잘못했다. 내가 짜증을 냈고, Y가 하지 말라는 모든 것을 했다. 다른 애랑 눈이 맞은 건 아니다. 다만 거절을 너무 매몰차게 하기도 했고, 아님 거절을 못하기도 했다. 매몰차게 굴면 너무 나쁘게 굴지 말라고 화를 내고, 그렇다고 매몰차게 굴지 않으면 거절을 왜 못하냐고 화를 낸다. 내가 자기뿐이라는 걸 알...
사고 이주일 후 - Y 백일천자 53 1060자 X의 몸 상태는 날로 좋아져갔다. 아직까지 눈을 못 뜰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X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다. 머리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X는 눈을 뜨지 못했다. X의 부모님은 Y를 X의 병실로 들어오도록 했다. Y는 X의 다리를 보고 눈물을 참지 못했고, 그 날로 매일 X의...
사고 일주일 후 - Y 백일천자 52 1459 내 잘못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전부 내 잘못이다. 순간 차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손을 뿌리치고,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도 못하는 채로 달려나간 나의 죄다. 이제 우리가 왜 싸웠는지, 내가 왜 그 때 화가 났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아무 상관이 없다. Y는 덜...
검고 붉은 백일천자 51 1345 흑단 같은 머리카락에, 조금은 붉은 빛이 도는 검은 피부, 옅은 갈색 눈동자. 길거리에서 그를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그를 정열적이라고 판단하리라 확신한다. 실제로도 조금 불 같은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사람의 면면 중에 불과 비슷한 면이 없는 사람은 없잖은가. 그의 목소리는 높고 굵다. 그의 성대에서 시작된 파동이 공...
하얗고 푸른 백일천자 50 1264자 창백하고 하얀 피부에 파란 유리 구슬같은 눈은 그를 마치 마네킹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탓에 그의 손끝과 발끝은 언제나 차다. 가끔 내 피부 위로 길고 가는 손가락을 뻗어오면 흠칫 몸을 떨게 될 때도 있다. 이마는 평평하지만 정수리부터 뒤통수는 거의 완전한 원형을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두개골 덕인지...
나 백일천자 49 1180자 부드러운 실크 치마가 내 발폭을 스치면서 나풀나풀거렸다. 레이스 끝자락이 내 종아리를 간지럽힌다. 내 새끼발가락은 에나멜 구두에 눌려 숨도 못 쉬고 있다. 두피까지 잡아당겨 고정한 머리카락 덕에 이제 슬슬 두통까지 밀려온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는 웃어야 한다. 다 힘들 거다. 왁스를 치덕치덕 바른 턱에 안 그래도 좀 벗겨진 ...
하루치 칭찬 백일천자 48 1048자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칭찬받고 싶다. 아무런 것 없이도 소중하다는 걸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사람이란 이유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아닌데 마음 속으로 아는 건 어렵다. 자기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 느끼지는 못해도, 머릿속으로라도 계속 외치고 있는 나는 대...
이야기 백일천자 47 1116자 무에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일이든 간에 시작점이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불교같다. 인과 연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국 불교는 과학적으로도 진리가 된 거다. 우리의 행동도 생각도 전부 과거의 어떤 일, 상황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도 과거의 어떤...
XY . 수학여행 - X 백일천자 46 1090 X가 Y에게 처음으로 입을 맞춘 때는 사귀고 나서도 아니고, 사귀기 이전도 아니고, 뭔가, 애매모호한 기운이 둘 사이에 감돌고 있을 때였다. 애석하게도 로맨틱한 분위기도, 설레는 순간도 아닌 게임의 벌칙이었지만,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났어도 Y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어른, 노력 백일천자 45 1071자 매일 매일 걷는 길에서 특별함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풍경에, 바람, 그리고 별로 변하지 않는 옷차림이지만 오늘도 새롭게 이 길을 걸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래도 특별해진다. 내가 그림으로 밥을 벌어먹는 것은 아니다. 글로 벌어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
삶-U 백일천자 44 1181자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결정한 날이 있었다. 일고여덟 살 때 즈음,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의 전망대에 올라간 밤이었다. 화려하고 빛나는 불빛과 학교에서 배웠던 헐벗고 다니는 내 나이 정도의 사람들은 나를 괴롭게 했고, 나는 세상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삶-Q 백일천자 44 1141자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마시고, 세수양치를 하고 스킨을 바른다. 옷을 갈아입고 향수를 고르고, 패드의 충전을 확인한다.블루투스 이어폰과 헤드셋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헤드셋을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 나와서 출근한다. 지하철에서 운 좋게 앉아서 갈 때면 가방 속에서 패드를 꺼내서 영화를 본다. 한 십 년 전부터는 자막도 끄고...
삶-C 백일천자 43 1243자 이 나이가 먹도록 아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렇다. 이 세계에는 마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믿는 순간이 내 주위의 마법이 의도한 대로 넘어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럼 난 다시 도깨비와, 여러 신령한 존재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유럽에 살았다면 정령들과 요정들, 그리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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