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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나란히 작은 모닥불 앞에 앉았다. 그 모닥불은 나무도 없이 땅에 난 작은 구멍으로 유지가 되고 있었다. “신기하지? 여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불이 꺼지지 않아서 요정들이 맨날 있어. 여기서 좀 더 올라가면 흐르는 불도 있는데, 거기는 진짜 뜨거워.” 에드워드는 그 구멍으로 연료가 되는 무언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러나 조잘조잘 설명하...
에드워드는 새까만 곱슬머리를 바닷바람에 날리며 청색이 맞닿는 수평선을 바라봤다. 그는 한 젊은이와의 대화를 되새기고 있었다. 속은 노인네일지도 모르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자신보다도 어릴 것 같은 젊은이는 벌써 60년을 살았다고 했다. 대서양을 건너다보면 시간이 멈춘 섬이 있단다. 그곳을 다스리는 아름다운 요정과 교접을 하면 영원히 시간이 멈춘 채로 살 수 있...
“야, 너 이번에 고등학교 간다며? 좋겠다.” “부러우면 형이 가던지.” 애초에 고등학교에 온 목적도 월귀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고등학교는 어린 학생들과 어울리며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사원이 희망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사월연의 대표인 헌우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그에게 발령의 기회를 줬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절대 양보를 할 생각이 없...
연빈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집에는 늘 그렇듯 아무도 없었다. 채빈은 매번 잘 시간이 가까워져야 오는 일상을 산다. 학원을 가는지,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얼굴을 본지가 꽤 오래되었다. 채빈은 밤이 되면 돌아오기라도 하지만 아버지는 길게는 몇 주 동안 집을 비운 적도 있었다. 텅 빈 집에는 정적이 숨 막...
그날로부터 보름이 흘렀다. 연빈의 예상대로 재현이 혼자 좋아하는 일은 없었다. 매일매일 조그만 간식을 주는 건 물론이고 연빈이 혼자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못 견뎌 했다. 왜 이러냐는 말에, 조용히 웃으며 좋아하니까, 라고 속삭이는 것은 일상이었다. 장난스러운 말투나 행동에 분명 장난일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의 의지와는 달리 연빈은 ...
그 아이는 반에서 가장 놀림을 많이 받는 아이 중 하나였다. “야, 저 새끼 게이라며?” “진짜?” “얼굴에 뭐 처바르고 온 것만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지 않냐.” 그런 수군거림은 항상 그 아이를 싸고돌았다. 그리고 나는 그저 그런 그들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다. “뭘 발랐다고 게이라고 하네. 진짜 정상이 뭔지 궁금해진다.” 그 말을 반에서 다 들리게 했다...
“역시, 앞 뒷번호라서 자리도 가깝고 좋네.” 연빈은 재현의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샤프를 돌렸다. 새로운 반에, 새로운 학년이지만 작년과 같은 책상, 의자에 같은 디자인의 교실은 딱히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했다. 문제는 옆자리에 앉은 재현이었다. 연빈은 또 의미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재현은 문제집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또 멍하니 생각만 하는 연빈을...
부끄러움은 다음 날 아침에 찾아왔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울어댔는지,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후회는 없었다. 뭐 하나 빠짐없이 따스했으니. 그러나 재현의 얼굴을 보는 것은 약간 다른 문제였다. 한 번 그쳤던 눈물을 다시 터트리고, 그가 토닥이는 손길에 따라 별말을 다 했다. 엄마가 사라진 얘기부터 시작해서, 동생이랑 아빠도 집에 잘 안 들...
연빈은 식탁에서 늦은 아침을 먹으며 한가로운 방학을 즐기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나간 여동생과, 들어오지 않은 그의 아버지 덕에 집에는 티비 속 연예인들이 떠드는 소리밖에 없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오늘도 피방 고? 연빈은 무의식적으로 보내려던 동그라미 두 개를 빠르게 지워냈다. 발신인은 주영이었지만 나가면 늘 그랬듯이 재현이 있을 게 분명했다. 이렇...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는 밤이었다. 입술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따뜻한 무언가의 감촉은 익숙했다. 눈을 감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전에도 몇 번 꾸었던 꿈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입을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읏,” 침대 위에서, 묵직하게 누르는 감각이 너무 생생하다. 거칠게 입안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는, 여느 때의 꿈속과는 달리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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