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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우한 폐렴’을 서른 번 정도 들은 것 같다.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해서 속보가 자주 편성됐다. 비누 거품을 내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등과 손가락과 손바닥과 손톱 밑 모두 꼼꼼하게 세척하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검색어를 타고 들어간 지역 주부 카페에서 누군가, 우한 다녀온 사람이 겁도 없이 돌아다니고 난리냐고, 지금은 아이 생각만 하...
저녁을 먹고 출출해서 냉동실에 얼려놓은 곶감을 꺼내 먹었다. 기침이 나기에 차가워서 그런가 보다고 내려다보니 안에 곰팡이 잔뜩 피어 있었다. 러시안룰렛처럼 베어 물기 전엔 모른다는 게 공포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것 같다. 어젯밤엔 정혜윤의 책을 완독했다. 나와 세상의 관계가 새로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가장 강렬하게 느낀 바를 꼽아본다면, 내게 필...
점심시간에 스타벅스에 갔다. 치즈 베이글과 케일 사과 주스, 마카롱을 샀다. 9천 8백 원이었다. 치밀하게 고민한 결과다. 마카롱에는 뜻밖에 BTS+STARBUCKS라고 적힌 보라색 초콜릿이 붙어 있었다. 스타벅스가 인물과 +도 하나... 상품 위 BTS와 마주치지 않는 날이 드문 것 같다. 오늘은 바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득, 벽에 휴대폰을 세워놓고 절하...
악몽을 꿨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손톱으로 찢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하며 깼다. 옆엔 H영이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안심되었다.아침에 정이 합류했다. 독토 전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명화 같은 영화였다. 나는 제한된 시공간에 매력적인 상대와 남겨져,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부럽다고 했다. 정은 제한된 ...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 네 시간 자고 깼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못해도 아침 기상은 몸에 밴 것 같다.운동 후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H영이 망원에 온다는 것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잠도 와서 다른 일은 할 수 없었다. H영에게 출발할 때 전화해달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잠깐 졸았다. 1번 출구에서 H영을 만났다. 나는 H영을 위해 떡국과 로제 파스타, 양배추...
내일은 간호사 국가 시험일이다. 친구 현에게 아침부터 메시지를 보냈다. 수고했어... 긴장하지 말고 오늘 밤엔 일찍 자고...대구에서 대학 다니는 현은 작년 내 생일에 서울에 왔었다. 당일 저녁에 올라와 12시간 머물고 새벽에 돌아갔다. 다음 날 일정이 있었으므로 그것은 아주 수고로운 일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건 작년 생일에 내가 가장 감동한 선물 중 하나...
염증약을 다시 먹기 시작하니 이젠 졸음을 견딜 수가 없다. 늦잠을 자고 낮잠도 잤다. 오전엔 운동 외에 한 게 없다.4시쯤 KJ가 숙제로 내준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를 보고 KJ와 SR을 만나러 갔다.KJ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 남미플랜트랩이 약속 장소였다. 거기엔 '모든 음식은 비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르게리따 피자, 로제 페투치...
상하기 직전의 것들을 점심으로 먹어 치웠다. 후식으로 냉동실에 얼려놓은 곶감을 먹다 맛이 이상해 들여다보니 안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냉장고와 찬장을 열어 유통기한이 아슬한 것들을 꺼냈다. 이곳으로 이사할 때 산 라면과 짜파게티, 여름에 산 냉모밀, 작년 초 대구에서 보낸 김과 얼려 놓고 잊은 빵, 올리고당과 식용유 같은 것들. 모아보니 꽤 높은 봉분이었다...
할인받을 수 있는 열차의 남은 좌석을 찾아 아침 기차로 예매했다. 아빠가 기차역으로 태워다 주었는데, 나는 목도리를 하지 않으면 길에 목도리를 떨어트리겠는데? 라고 예상한 것이 무색하게, 차에서 내리자마자 목도리를 떨어트렸다.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직전 알아차리고 내가 내린 곳으로 돌아가자 차도에 목도리가 얌전히 누워있었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 KT...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인생의 절반을 넘었다. 혤과 나는 열두 살에 서로를 알았다. 붙어 지낸 것은 열넷부터지만,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시작점은 2008년이다.우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집에서 만나는 약속이 잦다. 오늘은 혤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귤과 과자, 혤이 구워 준 고구마와 배달시킨 샌드위치를 테이블에 깔아두고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재생했다. 내...
오늘은 약속이 없어서 종일 집에 있었는데, 엄마도 휴무일이라 쉬지 못하고 먹어댔다. 대구에 도착한 이후로 배가 고픈 적이 없었지만, 정말 배부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아침 식사는 엄마의 생일상이었다. 아빠와 내가 엄마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초 대신 엄마는 미역국 위로 피어오른 김을 불었다.점심엔 라면을 먹었고(엄마는 생일에 면을 먹어야 한다고 ...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애들을 만났다. 둘은 내 생일 이후 2달 만이었고, 한 명은 여름에 본 것이 최근이었다.블로그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경이 얻은 협찬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매장 안은 내가 본 중 가장 어두웠고, 주방장은 바질 크림 파스타와 애플 시나몬 고르곤졸라 피자를 맛있게 했다.애들은 밤새 떠들거나 하릴없이 동네를 빙빙 도는 식으로 시...
독서 토론 후 대구로 향하는, 나로선 낯설고 걱정스러울 따름인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김영하의 '아이스크림'을 읽고, 아이엠에프 이전의 세계, 세상에 관해 얘기했다. 우리는 단지 그 시절을 상상으로만 알 수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를 비추어 머리로 이해할 뿐이지만, 그 사건의 영향력이 하나도 거두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었...
출근하는 날은 다른 일(특히 공부)을 하지 않아도 하루를 날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아르바이트만을 한 날은 어떤 것을 기억하려는 의지도 들지 않을 만큼 별 감각이 없다. 별 에피소드도 없고, 그러니 별 일기도 없을 것... 회사에서 집까지는 3km 정도다. 거리 분위기도 꽤 괜찮아 날씨가 극한 상황만 아니라면 걸어다...
눈약을 먹고 있기 때문인지 걷다가도 잠이 온다.언니에게 물었는데, 항생제 부작용은 다양하고 잠이 올 수도 있댔다(언니는 간호사라 주변에서 이런 종류의 질문을 많이 받을 것이고 지긋지긋할 테지만 나는 동생이니까 봐주겠지).해가 바뀐 지 나흘이고, 여섯 시에 일어나겠다는 다짐을 어긴지 나흘이다. 해가 뜨지 않은 시간에 책을 읽는 생활이 탐나 세운 계획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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