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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가타(일본어: 女形), 또는 오야마(일본어: 女方)는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 배우를 말한다. (wikipedia)" 귀찮게 이런 걸 왜 보러 가? --라는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으나 아키토에게는 딱 잘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집에만 있기에 심심한 것도 맞았고, 달리 할 만 한 숙제나 일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세카이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 죽으면, 시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멍청한 생각만이 머릿속에 느릿느릿 찾아들었다. 사고가 멈춘 탓에 논리회로도 어딘가 고장나버린 것 같았다. 시라이시 안은 멍해진 시선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옥상과 하늘을 보았고, 그리고 무서우리만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반갑게 자신을 받아 안는 것을 느꼈 다. 반사적으로 발을 박찼으나 그것 ...
오월을 맞아 내리는 눈에 너라는 이름을 붙이고 깨달으니 그것은 01. 찬것이 내려앉는다. 이내 손바닥 위에 날아들어 온 것은 가볍고 아주 작은 입자였다. 아키토는 물끄러미 정체불명의 그것을 내려다본다. 애매하게 계절감이 잊힌 뒤에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다. 5월에. 02. 그날은 세카이에 뜻밖의 눈이 내리기 시작한 날이었고,...
남자친구의 어리광은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반고체. 젤리. 수족관. 콜로이드 안에서 숨 쉬는 물고기. 나의 멘헤라 젤리 남자친구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닫자 열감지 현관 센서가 한박자 늦게 불을 반짝하고 켠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마루 위에 발을 올리던 아키토는 그제서야 아- 하고, 작게 감탄사인지 침음인지 모를 음성을 내뱉었다. 하마터면 그것을 밟아버...
이 집 잠옷에 달려있는 레이스는 전부 수제라는 말을 들었던 날 밤, 그때 에나는 처음으로 그애의 옷매무새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단단하게 뭉친 가느다란 실타래들이 격자로 복잡하게 얽히다 세 마디를 주기로 규칙적인 뜸을 만든다. 그러다, 딱 한군데 풀려있는 올이 정형을 끊어냈다. 보기 싫을 정도로 툭 튀어나와 있는 실밥엔 아마 누군가의 손톱이나, 이빨이 닿은 ...
1. Segment 은애하는 이의 장점을 꼽으라고 하면, 그는 하나를 골라낼 수 없어 매번 묵묵해진다. 굳이 꼽으라면, 하나... 그는 조용하다. 질문이 적다. 눈으로 속삭인다. 다른 말을 얹지 않고 참아내 준다. 그때에만 매번 말이 줄어드는 그는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팔을 벌려 자신을 안는다. 그의 몸은 자신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 그러면 ...
질문은 수없이 머릿속을 떠돌았지만, 대답을 들을만한 이는 눈꺼풀 뒤에 은백색을 감춘 채 침대 위에 늘어져 있었다. 그의 옷차림은 탄식이 나올 정도로 난장판이고 그것보다 혈색이 더 엉망이다. “…… —뭐야.” 고르고 골라 나온 말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단순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뜻의 짧은 단문 하나였다. “뭐야 이 녀석.” 아키토는 아까 잡혔던 팔을 문지르며...
——아이는 그저 달아나고 싶어서 뛰었는데, 여린 발바닥 아래 매섭게 살을 찔러오는 눈과, 그아래 돌멩이를 잘못 헛디뎌 몸이 무너졌을 때쯤, 우악스러운 손길이 뒷머리를 잡아채더니 순식간에 그는 눈속에 묻혔다. 얼굴부터, ... 얼얼한 격통이 선뜻한 냉기와 함께 온몸을 습격한다. 뛰느라 턱끝까지 달했던 숨은 그것으로 완전히 틀어막혔기 때문에 그는 잠시간 까맣게...
“—자.” “응?” 습기 머금은 날이었다. 하늘은 전체적으로 우중충했고 먼지처럼 내려앉은 구름은 자기 몸 건사하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토우야는 코앞에 들이밀어진 남색의 짧고 두꺼운 막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게 주머니에 잘 접혀 들어간 삼단우산이라는 걸 알았다. 반사적으로 그걸 받아들자 손가락 끝에 다소 까끌한 방수천이 스쳤다. 물건이 잘 건네졌음을 확...
소녀는 기이한 여자를 사랑했는데, 사랑할 때마다 여러번, 꿈을 꾸었다. 거기에는 늘 똑같은 여자가 나와, 빽빽한 머리카락은 밀도높은 구름처럼 흘러내려 눈앞에 짙은 먹칠을 했다. 가슴언저리는 희고, 햇빛을 좀더 받은듯한 얼굴은 가무잡잡하게, 타는듯한 호박색 눈동자 두 개와— …그리고, 그위에 은은하게 밤이 빛나고 있었다. 물결치는 파랑이 꼭 물처럼 흉강을 갑...
- 저무는 새벽- 동트는 밤- 그리고 너는 저무는 새벽 ~ 시노노메 아키토 side 2031.10.31토우야가 돌아온 날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너는 가장 먼저 나를 찾았다.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자면, —모처럼, 위켄드 가리지에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차와 쿠키를 대접받는다. 이번 건 조금 쌉쌀하게 구웠다, 같은 말을 들으면서. 그러다 카페의 문언저리에...
술에 취하면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난다던데, 토우야를 오래 알아 온 내 입장에선, 이 녀석만큼 겉과 속 일치율이 높은 사람이 없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허나 출력 방식만 잘 선택하면 토우야는 언제나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겉치레 없이 소박한 말이지만 가끔은 솔직만큼 낯간지러운...
확실히 그건 혹사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전력으로 한 곡, 이후 다시 온 힘을 다하여 한 곡. 평소대로의 이벤트였지만 특히나 손끝까지의 힘을 짜냈던 게 화근이었나—…… 하지만 어젯밤은 정말로, 특히 그러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에. 전력으로 던지는 가사에, 못지않은 열기가 돌아온다, …… 노래 한곡이 끝나면 늘, 사회 맡은 사람이 들떠 외치던, — — 스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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