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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내는 얌전하고 충실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아침 일찍, 자신의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했다. 남편이 나가면 집을 청소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남편이 돌아오는 시간에 식사를 준비했으며 식사 후에는 과일을 예쁘게 깎았다. 적어도 그의 남편이 알고 있던 모습은 그러했다. 아니, 사실 3년 ...
처음으로 가져본 직업이란 게 쉽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처음 해 보는 일. 낯선 이들의 배척하는 눈빛. 아직 귀에 붙지 않은 채 떨어져나가는 새로운 언어. 혼란은 좌절이 될 법도 했으나, 아이는 그럼에도 인내했다. 확신이 있었으므로, 그 정도의 어려움으로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원하는 대로 이 곳에 온 목표를 향해 걸어...
개척자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그들은 욕심으로 태어난다.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개척자에게는 모험을 위한 기반이 필요했다. 아이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했으나, 이 곳에서는 더이상 아이가 빛에 닿을 방법이 없었다. 바다 바깥으로, 나가야 했다. 먼 곳으로, 지금 이...
아이는 자라, 상경하고. 워낙에 열심히 공부를 했던 아이는, ‘개천에서 난 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칭하는 그런 수식어에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이가 상경한 이유는, ‘가장 지식을 많이 쌓은 학교가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최대한 충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었으니까.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니까, 여전했다는 소리다. 다만 아이는 도시에 ...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았다. 도시가 아닌 여기, 책 한 번 사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겨우 서점이 하나 있을 정도였던 이 곳에서. 아이는 집 가까이에 있는 들판을 좋아했다. 관리되지 않은 땅이었지만 그 곳에서 풀은 허리께까지 자라고, 주변은 나무로 둘러싸여있기는 했으나 탁 트여 있어 하늘을 보기 좋은 곳이었다.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
배움은 끝이 없었다. 아이는 자신이 배울 것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만족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것은 아마 일시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의 갈급함을 없앨 수 있었던 것은, 아이는 아직 충분히 긴 삶을 살지 않았고, 인간인 이상 한 번에 소화해낼 수 있는 지식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지식을 탐했다. 목마른 이가 허겁지겁...
“하늘은 왜 파란가요?” 빨래를 널고 있던 여인에게 작은 아이가 물었다. 빨래를 널던 손을 멈추고 돌아보자, 아이는 하늘을 빤히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질문이 익숙했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많았고,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한 번씩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아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삐빅, 삐빅, 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리면 지혁은 눈을 떴다. 따뜻한 이불에서 나오는 일은 아무래도 어려웠지만, 일어났다. 서둘러야 했다. 오늘은 당신이 이 근처 버스정류장을 지나가는 날이었으니까, 늦어서는 안됐다. 다행히도 지혁은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꼼꼼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혹시 이상한 먼지라도 붙지는 않았는지, 삐쳐서 우스꽝스러워보이는 머리카락이...
커다랗고 노란 호수가 찍힌 사진, 그리고 작은 캔버스에 그려진 풍경화가 동봉되어 있었다. 그 외에 특별한 점이라면, 평소보다 조금 지저분한 글씨체로 편지가 적혀 있었다는 점이었다. 린다, 지난번 편지에도 썼던 말 같은데, 그 때보다 더 오랜 시간을 편지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다시 적는다. 오랜만에 편지한다. 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그 화가 덕에...
우중충한 날씨는 사람을 축 처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로토닌이라고 하던가요? 멜라토닌이었던 것도 같고요. 일조량이 충분할 때 분비되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그 물질이요. 아무렴 어때요. 날씨는 종종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걸요. 그는 일할 때에는 웃지 않기도 했습니다. 공부할 때에도 잘 웃지 않았습니다. 그가 웃을 때는 누군가와 대화를...
린다, 오랜만에 편지하는 것 같다, 린다. 여기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정확히는 그 국립공원이 있는 근처 소도시다. 며칠 정도 이 근처에 묵으면서 구경하게 될 것 같다. 당분간은 편지를 보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지금 보내놓는다. 남쪽으로 오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쉬지 않고 기차를 탔어서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견딜만 하다. 오늘 쉬고...
두툼한 편지에는 30분짜리 카세트 테이프가 동봉되어 들어 있었다. 린다, 캐나다에서 돌아왔고, 지금은 남쪽으로 가고 있다. 정확히는 남서쪽이기는 하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남쪽으로 가다 보면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보려고 한다. 이전에 말했지, 가보지 못하고 지나친 장소가 아쉽다고. 비록 완전히 가는 길에 겹치는 건 아니지만, ...
긴 복도를 내달린다. 숨이 차오른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수 없다. 멈추지 말고 달려야 한다. 그러나 뒤에서는 쿵, 쿵, 거대한 괴물이 쫓아온다. 곧 따라잡힌다, 따라잡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두려움이 만들어낸 반사. 결국 뒤를 돌아보았고, 눈 앞에 보인 건, 크게 휘둘러진… 커다란 곰인형의… 손…… 바닥에 누워 있던 A는 화들짝 일어난다. 숨을...
린다, 여기는 지금 캐나다의 국경선 근처 마을이다. 처음으로 나가 보는 외국이야. 하지만 국경 마을이라서 그런 건지, 아직 딱히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아직 미국에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이 남아서, 더 그런 걸지도 몰라. 하지만 당분간 캐나다는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나는 남쪽으로 갈 거거든. 정말, 아주 잠시 머물다 갈 생각이야. 이 마을은 정말 조용하고...
Hadamard 민간군사기업으로, 직원의 70% 이상이 이종족 혹은 혼혈로 이루어진 글로벌 기업입니다. 경영비전으로는 '살아있는 모든 것이 제 삶을 온전히 증명할 수 있게 하라'입니다. 창립 1년만에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이종족이나 혼혈 인재를 중심으로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대표: 성수영 / 페르마(Fermat) 본사 로고 장학재단 로고 부서 소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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