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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연결 담배 연기와 술병으로 가득 찬 방에서, 문득 오랫동안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택에서 돌아온 뒤로는 하루에 밀려드는 수백 건의 연락에 빠르게 방전되길래 그대로 내버려 뒀었지. 지금은 켜보더라도 꺼지지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저 목적 없는 충동이었다. 충전기에 꽂고 전원 버튼을 누른다...
아침이 오면 근처에 대충 늘어져 있을 술병 중 하나에 손을 더듬어 뻗는 것이 첫 일과였다. 텅. 제대로 보지 않고 휘저은 손에 액체가 든 병이 쓰러진다. 침대 옆 탁자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알코올향이 투명한 액체를 따라 퍼져나간다. 라벨에 온갖 외국어가 적힌 몇십만 원 단위의 양주만을 들이키던 이전과는 달리, 주변에 늘어진 건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
머릿속의 누군가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화영아,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지 마.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주박이 되어 화영의 목덜미를 옥죈다. 그 말에서는 죽어가는 꽃향기가 났다. 저물어가는 봄이었으며 사라져가는 꿈이었다. 화영은 그 끝에 홀로, 여전히 남겨져 있었다. 花影, 그 봄날 틔워진 꽃의 그림자로. 화영은 이제껏 거슬리거나 좆같은 사람은 무시하고, 오...
보육원에서는 모든 것이 공용이었다. 시대는 혼란하며 정부의 지원은 불안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을 넉넉히 사용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여유 또한 부족해지는 터라, 공용이라는 것은 보육원에서 지어준 이름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가 이븐(Ibn)이라 불리던 어린 시절, 보육원엔 그 말고도 각기 나이가 다른 3명의 이븐...
그날을 어찌 잊어 / 우리 운명이 바뀐 그날 / 널 잃은 그날이 / 지금도 선명한데 / 그날을 어찌 잊어 (뮤지컬 Next to Normal, 그날을 어찌 잊어? 中) 민호에게. 잘 지내고 있나? 편지를 쓰니 이런 인사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군. 뜬금없는 편지가 자네에게 불쾌하지 않길 바라지. 그저 이건 그곳에서 그때 자네에게 해야 했던 말을 뒤늦게 적어내...
가진 자만 잃을 수 있던 세상이던가. 서숙은 해피랜드를 빠져나가는 버스의 좌석에 앉아 등받이에 깊게 기대었다. 더는 잃을 것 없는 이가 누군가를 잃지 않았으며, 또한 잃었고, 또 얻게 된 며칠을 곱씹었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면 추운 겨울바람의 온도가 옮은 냉기가 그를 맞이한다. 그러나 곧 그의 온기 또한 옮아 미적지근한 형태로 그의 머리를 받쳤다. 그의 체...
책상 위에 밝은색의 나무토막과 주머니칼, 사포를 가지런히 놓는다. 책상 아래에는 오일을 담은 통과 붓.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집에서 깎는 조각은 오랜만인 기분이 든다. 책상 앞 창문에서 커튼 새로 얇은 빛이 새어온다. 갈라진 틈 사이로는 눈이 내리는 하늘이 기억을 덮으려는 듯이 내린다. 조각을 깎기 좋은, 조용하고 고요한 날이었다. 먼저 겉껍질의...
1834년. 호프는 오늘도 리베라 서던크로스의 한 구석에 앉아 허공을 보고 있었다. 종종 가까이에 지나간 사람의 발걸음 소리나, 대화 소리, 나뭇잎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바람에 흘려 그에게 도달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아흔아홉 개의 병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중 아흔여덟 개는 좁은 주둥이의 목 끝까지 액체를 담고 서 ...
온기가 전해지지 않았던 펜을 잡으니 약간의 서늘함이 전해져온다. 장갑에 체온이 닮지 못했던 것이겠지. 펜촉이 내어진 채로 받은 펜을 잡고 호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무엇을 그리면 좋을까? 르니에 씨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귀여운 그림을 자주 그리던 편은 아니었다. 그저, 국립 보호소에 있을 시절에 배운 짧은 노래를 하나를 기억할 뿐. 다른 도시국가에서 왔...
수없이 펼쳐봐 책등이 꺾인 언어사전. '빛'과 '열'에 대한 설명이 적힌 부분은 닳고 닳아 너덜거렸고, 그가 생각한 빛과 열에 대한 개념이 마인드 맵처럼 끝없이 가지를 뻗어 사전의 페이지를 뒤덮고 있었다. 빛 :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밝음, 반짝이기도 하며, 어둠과 상반되는. ... 열 : 따스함, 혹은 뜨거움. 데우면서도 잡아먹을 수 있는 것. ......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초조해서 정신이 나갔던 걸까? 빌려온 담배 한 개비를 들고 마을회관 처마 밑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빗물들을 바라본다. 저 정처없이 쏟아지는 것처럼 자신도 쏟아져 흩어지고 싶었다. 덜덜 떠는 손끝이 담배를 조금 우묵하게 패이게 한다. 겨우 입에 물고 나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에겐 이럴 자격이 있는가. 쏟아져 흩어지지도 못할 것...
처음 그 옷. 그 옷을 보았을 때, 운수가 더럽게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해가 갈 수록 커지는 교세를 의식했는지 매번 자신의 교회 앞에 몰려와 시위를 해던 것들과 같은 옷. 그 옷만 입으면 저들은 깨끗하다 여기는지 거리낌 없던 것들. 저 옷에는 좋은 기억이 없었다. 당신도, 신과 선을 들먹이며 귀찮게 굴테지. 서문 현은 7시간동안 산을 오르는 내내 그...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처음 돌아온 기일이었다. 서른 두 해 동안 곁에 있던 이들이 사라지고 남긴 자리에 서서 하얀 국화다발을 내려놓을 때, 부모님과 동생에게 총 세 통의 편지를 썼었다. 그 편지에는 하고 싶은 말이 차고도 넘쳐, 편지봉투 하나마다 다섯 장 씩을 잘 접어 넣었었다. 그 후부터 그는 그들의 생각이 날 때마다 편지를 썼다. 어떤 날은 박사과정을 ...
다정한 말씨, 상대방을 생각하는 어조. 누구나 그것을 보면 포근함을 느끼고 읽어냈을 모든 것들. 그런 것들을 느끼고 들으면서도 서문 현의 안에서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누군가가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충분히 불쾌히 여겼을 그 미소는, 당신의 말에 동의해서가 아닌 우려했던 불필요한 충돌을 겪지 않아도 됨으로 피어난 안도에 가까웠다. 교단을 만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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