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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무더위는 사람을 진 빠지게 만든다. 하라다 사노스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공기 중의 수분이 끈덕지게 들러붙어 자신을 끌어내리는 기분. 하라다는 피 묻은 겉옷을 대충 던져놓았다. 조슈 쪽 잔당들을 처리하고 온 참인지라 피곤했다. 습한 날에는 혈향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저를 붙든 것이 습기인지 핏방울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마치 핏물 속에 잠긴 것처...
친애하는 나의 명왕(冥王). 이렇게 펜을 드는 것도 오랜만이지요. 플루톤, 그간 평안히 지내셨나요? 당신의 청혼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며칠의 말미를 청한 주제에 당신의 평안을 바랐다니, 우습다고 생각하셔도 할 말이 없어요. 허나 진심이랍니다. 부디 당신을 향한 제 염려가 온전히 전해지길 바라요. 당신께서 신경을 써 주신 덕에 저는 탈 없이 지냈어요. 어제...
하라다 씨. 뒤늦게 붓을 듭니다. 이 편지가 나중에라도 하라다 씨에게 전해진다면 저는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예전 일이 기억납니다. 하라다 씨가 제게 물으셨죠. 왜 살아있는 것이냐고요. 석 달이 지났는데도 울 정도로 슬픈데 어째서 살아있냐고 말입니다. 저는 하라다 씨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제 스스로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
벌써 겨울이네. 눈이 내리는 걸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루페는 내가 겨울을 닮았다고 했잖아, 함박눈이 내리는 날의 하늘을. 차분하지만 따스하게 땅 위의 모든 것들을 감싸는 게 꼭 나와 같다고 했지. 네게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나는 눈 오는 날이 더 좋아졌어. 눈이 오면 루페가 내 생각을 해줄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항상 루페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수아야. 네가 쓴 편지에 이제야 답장을 보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대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도저히 알지 못하여서, 펜을 쥔 손이 움직이지 않았어. 그저, 너는 또 나를 구하는구나. 그것밖에는…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어. 수아 너는 군산 바다에서부터 나를 살렸고, 끝까지 나를 믿어 주었고, 내가 무너질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잖...
펜은 들었는데 뭐라고 편지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그야 엄마한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니까. …그리고 아마 마지막일 테고. 뭐, 일단은 형식적으로나마 안부 인사로 시작해볼까. 여름의 더위는 정말이지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아. 덥고, 습하고, 땀 때문에 찝찝하고. 불쾌한 계절이야. 후텁지근한 공기가 목을 죄어오는 것 같거든. 생장의 계절이니까,...
무대장치가 가동합니다 이 톱니바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절대 멈추지 않는 것들이 있고, 절대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당신은 절대 멈추지 않고, 나는 절대 멈춰선 안됩니다 커튼이 올라가면 연극이 시작됩니다 관객들이 우리를 응시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따라 웃고, 울고, 화내고, 기뻐합니다 나는 당신의 감정을 흉내 냅니다...
바람이 금빛 머리칼을 흩트렸고 입안으로 번지는 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대답하십시오, 그것은 고독입니까? 혀뿌리를 움켜쥐던 쓴맛은 괴로움입니까? 아니요, 그것은 당신께 짓밟힌 마음입니다 잇자국이 난 과일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자존심은 밟히다 못해 진창을 뒹굴어 넝마가 된 베일을 하나씩 끌러냈다. 소름 돋게 서늘한 반짝임이 몸을 낮추면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하얀...
겨울날 죽으려던 당신을 붙잡았다 매화가 피는 것을 보고 죽자고 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화가 진 후 죽으려던 당신을 붙잡았다 벚꽃놀이를 간 후 죽자고 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벚나무에 초록빛이 감돌 때 죽으려던 당신을 붙잡았다 제철 딸기를 먹은 후 죽자고 했다 여전히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딸기 값이 오른 후 죽으려던 당신을 ...
우리는 모두 어항 안에서 살아가 신의 관상용으로 길러지는 거지 매끄러운 주황색의 몸체에는 우리를 동정한 신이 눈물을 흘렸는지 하얀 점박이 군데군데 박혀 있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살아가느라 헤엄칠 일 없어 퇴화한 지느러미는 얄팍해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해 어항의 물은 탁하고 산소 포화도 역시 터무니없이 적어서 우리는 끊어질 듯한 숨을 내뱉고 들이쉬려 계속 입...
네 발 끝으로 찬란한 햇살이 부서지고 넌 여름의 잔해를 딛고 선 채로 아무 말이 없었지 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어째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았으니까 아무 말이 없어도 눈빛이면 모든 걸 전달하기 충분했으니까 그래서 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어 누가 정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서늘함을 품은 바람에 네 머리...
손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하나둘 생기는 사체들 저것은 익사, 이것은 압사 사인조차 기억나지 않는 주검이 늘비해 주위를 맴도는 날파리가 신경에 거슬려 손바닥을 휘두르고 손뼉을 치면 시체의 수는 늘어나고 살며시 뒤집은 손바닥에 눌리다 못해 으깨진 시신을 보면 느껴지는 것은 일말의 동정과 죄책감 너나 나나 거대한 손바닥에 짓눌릴 운명이지 우리는 짓누르고 짓눌리...
우리는 상극이에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서로를 상처입힐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끝나든 당신이 내게 끝나든 결국 우리의 끝은 파멸이겠죠 당신이 산소를 연료삼아 빛과 열을 내며 타오르면 나는 금방이라도 넘치듯 끓다 끝끝내 증발하여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거나 끝까지 새카맣게 타들어 갈 테고 내가 파도처럼 넘쳐 흘러버리면 당신은 확 낮아진 온도에 못 이겨 ...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오르는 얼음을 삼키는 일이었습니다 입안과 식도는 높은 온도에 화상을 입고 익다 못해 검게 그을렸는데 식도를 지난 얼음은 차게 식은 채 내 뱃속에 한참이고 가라앉아 있었지요 아니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바닷가를 전부 먹어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염분이 높은 바닷물을 들이킬수록 당신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해졌고 내 목구멍은 해변의 모래를 삼...
네게선 항상 붉은 동백의 향이 났다 모든 꽃이 시든 혹독한 겨울에도 솜이불처럼 땅을 소복이 덮은 눈 틈새에서 세상의 모든 색을 가져가기라도 한듯 붉게 피어나던 동백의 향 서늘한 겨울 공기가 폐부를 찌르고 손가락 끝이 차게 얼어붙어도 불어오는 바람에 네 향이 퍼지면 나는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어여쁘다 착각을 해버리고 말았는데 그게 네 죽음 냄새인 줄은 미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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