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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증이 난다. 새가 오고 가는 거리에 싫증이 난다. 밤이면 질리지도 않고 켜지는 등에 싫증이 난다. 만년 짜리 통조림이나 분홍색 자허 토르테 포장지가 나는 싫다. 전부 싫다. 질려. 질척거리는 진창이 질려, 구두, 뾰족 구두, 또각또각 따끔따끔, 지팡이로 찌르면 손 끝이 아파. 곱게 펴 바른 화학 약품. 아주 옛날엔 말이야 화장할 때, 수은과 납을 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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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리, 예술가와 걸인의 성지, 고함 치는 도박꾼과 객을 찾는 매춘부, 사이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남자가 하나. 고급진 원단으로 맞춘 정장은 이런 슬럼가에는 맞지 않아, 피골이 상접한 아이 몇이 주변을 기웃거린다, 마지 못해 던지는 금화가 몇 개. 황송하여 구부린 허리는 아홉. 아니 열. 감사합니다. 나리. 감사합니다. 그리고 간절함에 붙잡힌 바짓자락...
너를 위해 나는, 조금 힘든 결심을 했다. 오늘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에게, 그러니까 동급생들에게 말이다. 내 질문에 그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먼저 말하는거 처음 봤어. 쿠사나기 양.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목소리가 예쁘구나. 대화를 오래 끌지 않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네가 없는 학교에서 나...
*회지 발간으로 인한 유료 전환
trigger warning: 존속 살인, 협박, 식인 암시, 자아 분열, ect 칼로 자른 사과조각마냥 토막토막 난 엄마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선다, 어항에 넣을 것이 필요했다. 수초와 자갈은 풍부하니, 그래, 물고기를 사서 넣자. 어항에 살아있는 것을 넣자. 집이 더러우니 깨끗이 치워야지. 아빠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그래야 해,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
매화가 예쁘게 펴서, 청명은 어느 날엔가 당보를 떠올렸다. 강호 반 발자국, 사파 반 발자국. 그리고 정파에도 반 발자국 걸친 것 같은, 그의, 어쩌면 위태롭고 혹은 아슬아슬한 거리감이. 무림의 '통상적인' 사람들과 달리 당보는 성격이 유할지언정 결코 좋은 이는 아니었다, 세 치 혀로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재주를 가진 그는, 그래 검객이라기엔 책사에 가까웠...
그의 걸음을 좇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보폭에 망설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 속 고백 혹은 문학적 장치로 남용되곤 하지만, 자살의 본질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망설이고 피하고 싶은, 그렇지만 꼭 나만을 위해 주어진 것만 같은. 그래 당신은 인간이야, 이것 봐, 지금 주저했잖아.십이월, 눈이 내렸다. 그래서 나는 꼭 프랑스 문학 속 주인공처럼 고백했다...
#01 새부자 아이는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자신을 보호하려는 어른 혹은 그가 행하는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한다거나, 그런 류의 반항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쪽으로 사람들의 걱정을 사곤 했는데 그애의 반만 되어먹은 천성 탓이었다. 소위 말하는 부유감이라고나 할까, 요컨대 예를 들어보자면, 그가 이 마을에 자리잡은지 몇 달이 지난 지금에서도. 동네의 동양인...
일요일 오전 아홉시엔 성당에 나가. 그는 꼭 주일에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사과 파이를 굽지. 그것은 언제나 내가 나가고 오 분 후에 완성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의 맛을 느껴본 기억이 없어. 으음, 분명 달콤하겠지, 한 입 베어문다면 톡 터지는 바삭한 식감일거야. 그렇지만 나는 사과파이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사과를 좋아하지 않아. 그는 내게 그것을 먹으...
#01 새부자. 오르간 파이프. 친애하는 에밀에겐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나는 아이에게 희생양이 되는 법을 가르칠 생각이 없었다.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이 선행을 베풀자는 말을 한 죄로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을 방관한단 말인가(물론 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인 수많은 동정녀와 나자렛 목수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다)? 그러나 내가 교회의 ...
황금빛 아르누보. 황혼에 젖은 포플러 나무. 평범한 저녁, 나는 주로 독서로 시간을 보내지만, 옛날엔 가끔 유화를 그렸었다. 그마저도 대학에 진학하며 그만두었다. 집안에서 특별한 제재가 있었다거나 혹은 성적이 떨어졌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지 세상에 역정이 났을 뿐이다. 왜, 더 이상 동화의 주인공을 사랑할 수 없는 때에 사람은 어른이 된다고 하지 ...
그는 소위 말하는 상류층처럼 고상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상적이며 고결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고. 귀족적이고 보수적인 규율을 준수할 생각도 달리 가지지 못하는 이. 사이프러스 나무에 잎이 만개하는 계절, 참으로 숨막히던 그 시절. 내가 사과파이를 구울 적이면 그는 갓 구워낸 호밀빵처럼 따뜻하고 투박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너무...
당신을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억겁 지나 초목 베어내고 드문드문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자라나도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보았던 한 살 아이의 열 다섯번째 생일날 피냐타에서 떨어지던 콘페티를 보면서도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기울어지는 배의 갑판에서 곱추동물처럼 웅크려 꾸역꾸역 죽음을 삼키던 그 순간에도 나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항상 당신을 떠올립니다.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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