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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이 밀집한 공간에서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한 점에서 최동오와 김낙수를 비교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두 사람이 서로의 비교 대상이 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달라서. 그런 이유 하나로 두 사람은 낡은 저울의 형태를 한 시답잖은 논쟁에 올랐다. 녹슨 그릇에 올려진 동오와 낙수는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비교를 받았다. 방...
그때 보았던 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 유리구슬이었다. 천장의 조명을 받아 인공적인 빛을 발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순수한 구형의 물체. 더러움 하나 없이 온전히 순수한 빛을 발하는 그것은 단 한 번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잊을 수 없었다. 사실 잊고 싶다기보다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 마음...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향수병에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송태섭은 몇 시간 동안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기도하듯 손을 모으는 동시에 얼굴을 쓸어내리고, 눈을 감았다 떴다. 굳게 닫힌 눈꺼풀이 서서히 열렸다. 사방은 어두웠다. 작은 불조차 켜지 않아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어둠이 ...
마침내 송곳니가 박히는 순간 화상을 입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뜨겁다. 명헌의 감상은 덤덤했다. 살에 구멍을 내고 흘러나오는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를 향한 시선 또한 그랬다. 태섭. 이름을 부르자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났다. 눈이 마주쳤을 때 온몸으로 표출하던 살기 비스무리한 아우라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지만, 뱀파이어 특유의 붉은 홍채는 변함없었다...
옆방에서 신음이 들릴 때마다 우성은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옆방으로 향했다. 가까워질수록 신음은 더욱 선명해지고, 문을 열면 신음의 존재는 확실해졌다. 조심스럽게 열리는 문 너머로 신음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더울 텐데도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무어라 웅얼거리고 있었다. 너무 작은 탓에 무슨 말...
정대만은 생각한다. 같은 농구를 하고 같은 팀에서 뛰어도, 송태섭의 세상은 다를 것이다. 형태는 물론이고 구조, 구성 요소, 존재 의의, 그 세상의 관철 방법까지.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속은 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송태섭은 살아가고 있다. 가까운 듯하지만 사실 조금 먼 곳에서 지켜보며 의문을 품는다. 한 번 끝났던 정대만의 세상과 다르게, 아직 끝을 맞이한 적...
어딘가로 떠날 때 하는 말이 있다. 남는 건 추억뿐이야. 어디로 가느냐에 상관없이 추억을 쌓는 게 중요해. 추억은 우리가 살아가는 가능성이야. 살아가는 가능성, 그것을 찾기 위해 우성과 태섭은 무작정 떠났다. 어디든 좋았다. 두 사람은 둘만의 추억을, 가능성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싶었다. 여행하는 동안 추억을 만든다고 하지만 우성과 태섭은 달랐다. 미국에 ...
눈은 마음의 창이다. 언젠가 들었던 그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확인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얼마나 이명헌을 사랑할까. 연인이 된 후로 몇 번이나 그랬듯 명헌은 태섭의 뺨을 한 손으로 감쌌다. 체구만큼 작은 얼굴이 손 안에 잡혔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자그마한 연인은 얌전히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명헌을 올려다보던 태섭은 천천히...
신현철과 최동오. 두 사람은 태섭을 산왕 연구소 안으로 안내했다. 명헌은 소장실에 있을 거라고 했다. 산왕 연구소에 처음 온 태섭을 배려하여 앞장서 걷던 두 사람은 뒤에서 따라오는 태섭을 보고 서로 무어라 속삭였다. 적당히 거리를 둔 채 걷는 태섭에게는 몇 가지 단어만 간간이 들려왔다. 혹여나 자신들의 대화를 들을 것을 염려하듯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기에...
바쁘다는 명목으로 명헌과의 시간이 짧아지는 한편 태웅의 이동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 명헌을 만난 후로 지금껏 몰랐던 것을 알아가던 태섭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기분이 어떠한 것인지 실감했다. 이렇게 기분이 더러울 수도 있구나. 질 나쁜 괴롭힘을 견딘만큼 나름 참을성 있다고 생각한 태섭은 속으로 욕지거리...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뭐라고 말했는데?” 각자 옆자리 그리고 앞자리에 앉은 달재와 백호가 말했다. 점심 식사로 나온 나물 반찬을 한 입 먹고 고개를 들자 붉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험악한데 미간을 찌푸려 더더욱 무서운 인상으로 다가오는 백호를 진정하라며 달재가 차분히 타일렀다. 달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한 번 더 추궁했다. ...
*몇 편 더 올린 뒤 설정을 정리하여 올리려 합니다. 쓰면서 점점 복잡해지는 설정에 눈이 빙빙 돕니다... 그로부터 명헌과 몇 번 더 만남을 가졌다. 대체로 준호를 비롯하여 이번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모이는 회의실에서 만났지만 회의를 마치거나 회의가없는 시간에 단둘이 만났다. 장소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있다...
*대사 쓰는 게 제일 힘들어요...... 이명헌이라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독특했다. 방금 발견한 하나의 면모를 파악하다가도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어, 첫 번째 면모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채 바로 다음 면모를 파악해야 했다. 자세히 관찰할수록 새로운 면모가 거듭 발견되었다. 그렇게 태섭의 안에서 명헌에 대한 평가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소장실에...
하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소는 두 곳으로, 북산 연구소와 산왕 연구소였다. 3년 전 각 지역에 위치한 기존의 연구소들을 하나로 병합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두 연구소는 이 프로젝트에 관하여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있었다. 북산은 2세대를 치료하고, 산왕은 3세대를 육성했다. 세대를 구분짓는 명칭은 2세대에서 비롯되었으며, 2세대라는 존재는 인류 존속이라는 목...
*여러분, 명태데이 축하드립니다! 무사히 퇴고를 마친 저에게 격려를...^*^ *제목은 작가의 변덕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다소 어두운 이야기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부터 검은 남자를 만났다. 꿈속에서였다. 남자는 얼굴이 없었다. 얼굴 자체가 없다기보다 칠흑처럼 아주 짙은 그림자에 가려져 이목구비를 확인할 수없었다. 실험실에 있는 인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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