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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가 떠났다. 히로와 함께. 중앙청은 고착 상태에 빠졌다. 중앙청의 7인대 중 반수 이상이 이탈, 히로와 함께한다. 더군다나 신입 지휘사를 따르는 신기사들까지 빠져나갔다. 앙투아네트는 쓰러졌고, 그녀와 함께 중앙청의 주요 인사라고 불리는 안화와 에뮤사도 부상을 입었다. 민심은 중앙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애초에 중앙청은 히로가 만든 기관이다. 우두머리...
"지휘사. 자리에 있나?" 안화는 지휘사의 사무실 문에 노크했다. 안에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지휘사는 현장 업무를 나간 모양이다.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그는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휘사의 사무실이기는 하나 그는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았고, 그가 해야하는 업무 역시 많았다. 매번 지휘사가 오기를 기다렸...
손바닥 가득 덜어낸 면도용 크림을 남는 곳 없이 꼼꼼하게 바른 뒤, 안화는 면도용 나이프를 들었다. 요즘에는 잘 나오는 면도기도 많지만 그는 종종 고전적인 것을 선호했다. 예를 들면 만년필. 업무를 처리할 때에는 분명 컴퓨터가 더 낫지만, 매사에 효율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서명을 컴퓨터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요한 자리에서 서명을 해야할 ...
오전 9시, 시가지의 지역 관청. 개인적인 업무를 보러 온 일반인들과 관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그리고 그런 공무원들과의 약속이 있어 일찍부터 나온 온갖 사람들이 뒤섞여 이른 아침부터 로비는 복잡하다. 안화는 밀려나고 밀어대는 사람들을 가방으로 막아내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세무 업무를 보는 곳은 2층, 자연히 안화의 자리도 2층이다. 그가 능력과 재능에 ...
저를 후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제가 접경도시의 지휘사가 될 수 있도록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마 중앙청의 지휘사 선발 테스트를 치룰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여기 없었을 테니까요. 이메일을 보낼까 하다가 어쩐지 그건 성의가 없어 보일 것 같아 이렇게 손편지를 보내요. 사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
퍼즐을 맞추다 조각 하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딱 하나.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들어가야 했을 그 퍼즐 한 조각은, 제 자리 대신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는지 아무리 주변을 찾아 뒤져도 발견되지 않았다. 천 분의 일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다른 모든 것들은 완성되었기에, 액자에 넣어 벽을 장식했었다. 그러나 그 퍼즐 액자는 오래 가지 못...
퍼즐은 기본적으로 머리를 이용하는 게임이다. 사실 퍼즐은 아주 다양한 게임을 뜻한다. 십자말 풀이도, 스도쿠도 모두 퍼즐의 일종이니까. 인내심을 갖고 두뇌를 사용해가며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란 모두 퍼즐에 속한다. 그렇다면 실제하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수수께끼 역시 퍼즐에 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는 이제껏 내가 겪은 모든 퍼즐 중 가장 어려운 난제였다....
퍼즐을 맞춘다는 것. 그것은 근본적으로는 사람을 이해하는 행위와 같다. 아주 작은 단서들로 시작해 가장자리에서부터 천천히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주 느리고 아무런 진전이 없어 보이는 것 같더라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면 시나브로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물리 법칙들은 이 작은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살아있는 한 ...
퍼즐을 맞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조각난 단편들을 이어 하나로 만드는 행위이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단서들을 그러모아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추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요컨대 어느 정도 지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조각에서 큰 그림을 보는 것. 나뭇가지 하나로 숲을 그려내는 것. 이 지능의 다른 말은, 어쩌면 상상력인지도 모...
바람이 불었다. 짠 냄새가 났다. 해당화의 고운 노랑이 발 밑에 짓이겨져 땅 속으로 스몄다. 모래밭의 열기도 한풀 꺾이고 밤이 찾아왔다. 하늘이 보랏빛이다. 아니, 분홍색, 주황색, 녹색, 파란색……. 화려한 불꽃놀이가 온 세상을 수놓고 있었다. 폭죽 터지는 소리, 사람들의 환호성과 떠드는 소리. 지휘사는 플로라를 부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라와 ...
앙투의 이상주의와 안화의 현실주의 이런 차이 아닐까 앙투 "이 세상은 절망적이에요. 세상엔 히로나 이스카리오 같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요.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저는 절망에 패배하지 않겠어요. 악이 만연할수록 희망은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니까요. 미래는 가만히 있는다고 오는 게 아니에요." 안화 "하지만 세상엔 지휘사(PL)도 존재하지. 더 나은 삶을 위해,...
"걔 완전 호구잖아." 안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분명 저 사람은 세츠를 호구라고 부른 것이다. "호구?" "그래, 호구. 걔 부탁하면 아무거나 다 들어주잖아. 처음 보는 사람 부탁도 다 들어준다니까." 좀 미련해보일 정도로 말이야, 덕분에 우리야 편하고 좋지 잘 됐어. 그렇게 말하며 상대는 그런 말이 아무렇지...
오월이었다. 오래 된 아카시아 나무들이 교정 길목마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늘진 곳에서는 항상 짙은 아카시아 꽃 향기와 꿀의 냄새가 났다. 날이 조금씩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다. 옷이 가벼워진 만큼 짐도 가벼워졌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세츠는 손부채질을 하며 멀리 아래쪽에 있는 인문학부 건물을 바라보았다. 흰 대리석 타일을 ...
중앙청 지하, 어두운 복도. 의무실로 가는 유일한 통로는 꽤나 한적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지휘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복도의 딱딱한 벤치에 앉아 자신의 두 팔을 감싸안았다. 자신을 끌어안은 손조차도 따스하지 않았다. 적막이 사무쳤다. 오가는 사람이 없자 복도의 불이 꺼졌다. 절전을 위해 중앙청의 복도 형광등에는 모두 인식 센서가 있...
기적의 탑 인게임 설명은 <파라오를 위해 천국의 계단을 지었으니 그는 하늘로 갈 수 있다. -피라미드 명문>. 이로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기적의 탑은 곧 피라미드를 가리킨다. 피라미드란 고대 이집트 왕권의 상징으로, 정사각뿔 모양의 거대한 건축물을 일컫는 말이다. 대체로 국왕이나 왕비 등 왕녹의 무덤으로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되어지나 정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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