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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널 용서할 수 있을까. 아니, 네게 분노한 적이 있기는 하던가. 네가 분노를 살 가치가 있는 인간이기는 하던가.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며 엉킨 머리칼 하나 묶을 줄 모르는 게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을 어린애. 백팔십팔 센티미터에 갇혀버린 열한 살의 영혼. 세상이 어떠한 섭리로, 부조리로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무지의 피조물....
막달레나, 나의 막달레나. M-a-g-d-a-l-e-n-a, 막달레나. 당신의 고난은 사랑의 아픔, 혼수가 놓이지 않는 유일한 수. 여자가 날 때부터 저주받은 존재라면 나는 숙명을 피하기 위해 종자를 숨긴 어느 영웅처럼 태생을 숨기고 하늘을 거슬러 저 위, 당신이 있는 위까지로의 상승을 꿈꾸고. 온종일 낮잠만 자는 자, 막달레나. 당신은 빛이 들지 않는 컴...
아버지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뚫고 나를 포함한 여섯 정도의 실루엣이 관을 에워싸며 짐짓 엄숙한 얼굴을 하고서 신부의 추모사를 들었다. 저택의 주인과 그의 아내, 그의 딸, 운전 기사, 집사, 그리고 나. 평생을 함께해온 여섯 명의 얼굴 가운데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는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다...
밖보다 안이 더 넓은 세계가 불탄다. 시공간의 어느 한 지점에서 빙글빙글 돌고 멈추고 뒤집히면서, 타디스는 울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고 회전한다. 언젠가 닥터에게 타디스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닥터가 얼굴을 바꿀 때마다 타디스 역시 그 모습을 바꾼다. 닥터를 이루는 모든 성질, 예컨대 성격, 취미, 취향, 말투, 습관, 눈빛, 얼굴 ...
울타리 안에 그려진 얼룩말 하나, 숫양 두 마리, 새끼 사슴과 어미 사슴, 코알라. 으르렁거리는 사자와 풀을 뜯어먹는 토끼 가족. 아론 데이비스는 자기보호적인 인물이다. 어미 품에서 졸업하지 못 한 그림 속의 새끼 사슴과 다를 것이 없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일학년의 여린 소년은 그로부터 육년이 지나 백팔십팔 센티미터의 건...
시계 종이 열한 번 친다. 성가대의 조화로운 노랫소리가 벽돌과 화강암으로 쌓아올린 벽체에 부딪쳐 공명한다. 음이 엇나가면, 웃음소리. 손짓에 맞춰 재개되는 피아노 반주. 눈을 감으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선 아홉 살의 어린 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천장을 고개 꺾어 올려다본다. 빛을 등지고 선 아버지의 역광으로 얼룩진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는다. ...
안녕, 친구. 나한테 친구가 없다는 건 막 입학한 1학년 신입생도 아는 마당에 정말 형편없는 네이밍 센스지, 인정해. 하지만 이해해줘. 너라도 만들지 않으면 졸업이 바로 코앞까지 닥쳐오는 마당에 갑자기 주어진 이 특별과제를 헤쳐나갈 방도가 없었어. 가끔은 상상 속의 친구라도 창조해내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며 하...
어머니는 내가 태어났을 때 이름을 안나라고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감명깊게 읽은 탓이었는데, 아버지가 차안으로 제시한 이름은 데미안의 베아트리체에서 작명을 딴 베아트리스였고, 어떠한 논의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최종적으로 아버지의 의견이 채택되어 나는 그렇게 베아트리스가 되었다. 싱클레어의 환상 속에서 제멋대로 작명된 에바...
나의 일과는 어머니의 일과와 마찬가지로 동이 트기 전 오전 다섯 시에 시작된다. 우리가 사는 곳은 응접실과 화장실을 포함해 방 열두 개가 딸린 대저택의 2층 복도 가장자리. 가장 보잘것없고 초라한 작은 방. 사면이 누렇게 변색된 곰팡이내 나는 단칸방, 아침으로는 눌러붙은 밥을 싹싹 긁어 만든 러시아식 포리지. 어머니가 여덟 가지는 되는 외국계 집주인의 아침...
TRIGGER WARNING: 텍스트고어, 유혈, 살인 오래된 것들을 볼 때면 한때 그들이 새 것이었을 적을 반추하게 된다. 열다섯번째 생일날 아빠가 선물해준 흰색 스니커즈가 샛누렇게 바래기 전, 태양이 아직 리튬과 중수소를 태우며 열을 내는 원시성이었을 적, 하늘이 파랗고 나무가 어리고 얼기설기 기워놓은 누더기가 주름 없이 빳빳이 다린 새 천이었을 때에....
누군가의 후원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생판 남의 차압 딱지 붙은 폐건물을 하루 아침에 신축하는 설계자가 된다는 것. 왼손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서류 가방을, 오른손에는 검은 장우산을 들고 찾아와 임시 보호처에 우두커니 서있던 열다섯 살 여자아이의 머리에 장대비를 막아주는 것. 아무런 연고가 없던 고아의...
친애하는 달리아, 답장이 늦어진 걸 부디 용서하길 바랍니다. 가능한 한 시간을 내서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자 했으나 시간이 도통 허락해주질 않는군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겨울의 바스토뉴는 극심한 눈보라가 내립니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가 힘들어 때로는 내 눈앞에 있는 인기척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피아를 식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얼마 전에는 보충병 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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