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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아하니, 연애 문제 때문에 찾아왔구먼! 어디 보자, 점괘가……." "제 점괘는 됐고. 여기, 이 사람이나 좀 찾아주세요." 인영은 쌀알이 어지럽게 흩어진 오동나무 탁자 위로 불쑥 낡은 사진 한 장을 들이밀었다. '박복한 팔자'라든가 '이미 글러 먹은 인생' 같은 진부하고 자극적인 멘트로 적당히 부적이나 팔아먹으려던 무당의 눈이 크게 뜨인다. 당황한 ...
날카로운 이빨이 부드러운 살결을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어금니로 꼭꼭 씹어 비명과 함께 삼킨다. 뜯긴 살갗 아래로 드러난, 잘 익은 사과처럼 붉은 살코기를 입 안에 가득 담는다. 코끝을 적시는 피비린내, 살고자 발버둥 치는 저 가련한 몸짓도 굶주린 이들의 입맛을 돋워주는 좋은 에피타이저일 뿐이다. 굳은 표정으로 그것들의 식사를 직관하고 있는데, 구석에서 ...
“아 죄송해요. 깨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너무 미동도 없으셔서….” 선잠이 든 수태는 낯선 이의 기척에 놀라 잠에서 깼다. 시린 겨울바람에 뜨이지 않는 눈을 비비며 올려다보니, 단정한 차림의 젊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서 있었다. 수태는 행색이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굳이 저를 두드려 깨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생님, 선생님도 지금 많이 답답하시지요? (자조적 미소를 입가에 띤 채로) 하, 그래. 그러시겠죠. 선생님은 지금 저를 취조하는 게 일이고, 또 제가 꿀꺽한 수백억대의 대금이 지금 어디 있는지, 칠 년간이나 어떻게 수사망을 피해 도망 다녔는지…. 낱낱이 밝혀내 벌을 주어야 하는데…. 제가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맞물려 앙다물었다가)...
“결국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그냥 불행하기만 했던 나를.” 상지는 들고 있던 칼을 금방이라도 찌를 듯 높이 쳐들었다.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노르스름한 가로등 불빛만이 서슬 퍼런 칼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떨리는 입술, 불안한 시선과는 달리, 상지의 목소리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또렷했다. 칼을 든 상지의 반대편 손에는...
신종 전염병의 유행으로 집에 칩거한 지 벌써 3주일이 지났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강제 휴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한 심정은 둘째 치고서라도, 독립 후 새로 이사 온 집이 아직은 내게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출근하기 싫어 매일 아침 이불 속에서 세상이 망하길 그렇게 기도했었는데. 이래서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는 소리를 듣...
"요즘은 좀 어떠셨나요? 그날 이후로 요즘도 계속…." "… 이렇게 대답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안심되고 기분이 좋기까지 했거든요. 전부터 기대하고, 또 바라왔던 그리운 감정이었어요." 여인은 어쩐지 바로 대답하길 주저하는 사람처럼 연신 자신의 양팔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음에도, 그 문장 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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